[특별기고] 디지털 전환의 시대, 택시업계 생존의 필요조건은?
상태바
[특별기고] 디지털 전환의 시대, 택시업계 생존의 필요조건은?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5.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훈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택시정책심의위 위원

현행 근로기준법은 법정기준근로시간을 1일 8시간, 주4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이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50%의 임금을 할증 지급해야 하지만 근로시간은 사용자는 사업의 특성이나 업무 형편에 따라, 그리고 근로자는 자신의 경제적 상황이나 생활상의 필요에 따라 근로계약 체결을 통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1주 40시간 미만으로 근로일과 근로시간을 정하여 근로하는 단시간(part-time) 형태의 근로자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이러한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을 규율하는 법인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2006년 12월에 제정돼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특정산업이나 업종 등에 관계없이 근로시간은 근로기준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와 자유로이 근로계약을 통해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으며 이는 근로자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필요나 처지에 따라 근로일이나 근로시간을 선택해 근로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디지털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소위 말하는 긱워커들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긱워커란 특정 기업에 전속되어 있지 않고 기업을 가리지 않고 필요할 때 단기간 근로를 제공하는 유연한 임시직 노동자를 말한다. 단순 배달이나 대리운전 등에서 이제는 영상, 번역 등 전문가 서비스 영역으로까지 플랫폼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고 단순한 일자리 연결(Job-match)을 넘어 고객의 대금 결제까지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긱워커들의 보호와 관련해 적지 않은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지만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어떤 국가나 정부를 막론하고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따라서 현재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은 이와 같은 긱워커의 등장 및 급격한 증가의 변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기존 노동법 체계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조치로서 사회보험법 개정 등 관련 입법 활동들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거대한 변화는 모든 산업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우리의 일상과 생활 곳곳에 파고들면서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교통분야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예외가 없다. 앞으로 10년 정도면 우리는 기사가 없이 스스로 다니는 버스나 택시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택시의 영업 형태는 배회 영업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호출 영업으로 변화해 전체 영업 매출의 50%를 넘어섰고 앞으로 이러한 형태의 영업방식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택시발전법’이라 함)이 2019년 개정되면서 택시운수종사자 소정근로시간 산정 특례 조항(제11조2)이 신설됐다. 운수사업자인 사용자가 택시운수종사자의 근로시간을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로 정하는 경우에도 근로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이 되게 정하도록 하는 강제 규정이다.

근로시간은 임금과 더불어 사용자는 물론 근로자에게도 무엇보다 중요한 근로조건 중에 하나다. 근로시간의 장단, 어느 시간 때에 근로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선택과 결정은 사용자에게는 생산성 및 기업의 이익과 직결될 수 있는 것이고, 근로자에게는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요인임과 동시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에 현행 노동관계법에서는 근로기준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자유로이 근로계약을 통해 근로시간을 정하거나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용자에게 근로시간을 포함한 근로조건의 결정권은 경영권에 속하는 것이면서 영업활동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동시에 근로시간을 포함한 근로조건에 대한 교섭권은 개별 근로자와 노동조합(또는 근로자 대표)에 있는 것으로 근로자는 사용자와 개별 근로계약이나 집단적 교섭을 통해 근로시간을 선택하거나 결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택시발전법은 근로기준법(제58조)에 정한 방법과 절차에 의해 정한 근로시간에 대한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를 형해화해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자율적 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개별 근로자나 노동조합의 근로조건에 대한 근로계약 체결권과 교섭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해당 조항의 취지가 택시운수종사자의 근로조건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나 해당 조항이 신설, 시행된 이후 택시운수종사자들의 임금수준은 사납금 때보다 오히려 더 낮아졌고 법인 택시 운행률은 2020년 40.7%에서 2022년 32%로 뚝 떨어졌다.

이와 관련,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2022년 10월 ‘택시기사 ‘박봉’ 만든 월급제…기사들 “사납금제 부활”’의 기사에서 서울에서 20년째 택시기사로 일하는 홍정욱 씨(68)는 “사납금제 때는 매일 버는 돈이 내 것이라 생각하니 열심히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엔 사납금을 모두 내고도 한 달에 400만원 넘게 벌었는데, 지금은 인센티브까지 합쳐서 많아야 300만원 가져간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서울시가 지난 2022년 9월 7일부터 13일까지 서울시 일반택시 운수종사자 2만3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또한 응답자 7414명 중 64.7%가 전액관리제도로 통칭되는 월급제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택시 운수사업자들은 택시 운행률 저하와 구인난으로 업계가 고사 직전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택시운수사업자들의 주장은 단순한 푸념이 아닌 실제 사업의 존폐를 심각하게 걱정해야 하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택시운수종사자인 근로자를 포함한 시장 참여자의 다양한 요구와 급변하는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고 무리한 입법과 정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가 현재 택시업계의 현실을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를 만든 이의 결자해지 자세가 필요하다. 더 늦어지면 돌이키기 어려워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