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최근 서울시청 옆에서 발생한 역주행 교통참사는 사고 가능성이 미리 잠재돼 있었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여러 조사 결과가 운전자의 과실을 가리키고 있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상자를 야기한 자동차의 도로 침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예상했다면 이를 차단할 장치가 있었어야 했다.
또 인근 호텔에서 나온 자동차가 주행방향을 착각해 역주행하도록 한 부분도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다수 시민들은 미리 운전자 입장에서의 착각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시뮬레이션을 충분히 수행해 봤는지 되묻고 있는 것이다.
사후약방문이다. 사고란 가장 작은 가능성들을 연결해, 가장 가는 밧줄의 끈을 끊고 쏟아져 내리는 재앙이다. 따라서 늘 ‘그럴 줄은 정말 몰랐다’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다.
서울시가 자동차의 침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광화문 광장 주변에 볼라드(차단 말뚝)과 대형 화분을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역으로 그렇게 한다면 사고를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시청 옆 역주행 사고 피해는 더욱 안타깝다.
자동차가 역주행하거나, 인도로 침범해 보행자에 들이닥칠 만한 도로 환경은 시청 옆 도로와 광화문 주변 도로뿐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따라서 서울시는, 전문기관과 함께 시 전역을 꼼꼼히 살펴 사고 가능성이 있는 지점에 예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로 아까운 생명이 희생된 이후 유사 사고 예방을 위해 전국에서 진행된 침수 위험 지하차도에 대한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험 지하차도는 존재하고 있고, 아무 대책이 없는 곳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야 사고가 재발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하차도 침수는 그나마 사고 교훈으로 운전자나 관리기관 모두 비가 오면 우선 통제하는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인도 침범 자동차 사고는 예상이 어렵고, 취약지점도 너무 많다.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