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광역철도는 서울과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수도권 중심의 사업이었으나 올해 대구권 광역철도 개통이 예정되면서 명실상부 비수도권 광역철도 시대가 열리게 됐다. 또한 2024년 1월 민생토론회에서 ‘출퇴근 30분 시대’를 발표함에 따라 비수도권 GTX 연장 사업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했다.
우리나라 인구의 50%가 거주하는 수도권은 양호한 경제성으로 비수도권보다 우선되어 왔다. 그러다 인구감소·지방소멸 위기 극복이라는 의제와 맞물려 비수도권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요소로 비수도권 광역철도 사업이 수면 위에 올랐다.
수도권 광역철도의 경우 도시철도가 기존선으로 연장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비수도권 광역철도는 부족한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선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종종 선로용량 한계라는 벽에 부딪히기도 했으나, 일부 지역에서 KTX 등 고속철도 도심구간 전용선 개통으로 선로용량이 일부 확보됨에 따라 비수도권 광역철도 사업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광역철도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광역철도에 대한 정의를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광역철도는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2조에 의거해 ‘둘 이상의 시·도에 걸쳐 운행되는 도시철도 또는 철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도시철도 또는 철도’로 정의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고속·일반·도시철도는 서비스 범위와 운행 특성에 따라 구분되는 반면, 광역철도는 재원조달 방법으로 사업유형을 판단한다. 광역철도는 기본적으로 국가와 복수의 지방자치단체가 분담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협의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2022년 6월 개정된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광역철도 거리 반경의 40㎞ 제한이 해제되면서, 사실상 광역철도 공간적 지정 범위는 사라졌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제안 권한을 대폭 늘려준 대신 운영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해야 하는 구조이다.
사실 광역철도 운영비 부담에 대한 문제는 복잡하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14년 ‘광역철도사업 업무처리지침’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국가시행 광역철도의 운영비는 정부가 부담했으나, 이후 광역철도 운영비는 모두 지방자치단체의 몫이 됐다. 비수도권 광역철도는 올해 처음 개통하기 때문에 비수도권 광역철도의 경우 예외없이 모두 지방자치단체가 운영비를 100% 부담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 운행되고 있는 많은 수도권 광역철도의 운영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과 확연히 대조되면서 형평성의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그래서 앞으로 광역철도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꼼꼼히 따져보고 현명하게 판단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우리는 이미 용인경전철 사례에서 무리한 철도사업이 기초자치단체에 미치는 폐해와 연계 교통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는 지역, 느린 철도가 이용자에게 외면당하기 쉽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 진입과 확장이 빈번히 일어남에 따라 외면당한 공공 교통 서비스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됐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도시 내 교통을 담당하며 최대한 많은 곳에 정차하고 조금 느리게 이동하는 도시철도 노선과 광역철도는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도시철도와 광역철도를 굳이 구분하는 이유는, 광역철도는 광역시 및 도 간 대규모 통행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행정구역을 초월하는 협력과 사업비 분담에 대해서도 협의가 필요하다는 데에 있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별로 이해관계 및 셈법이 달라 사업노선, 철도역 위치, 사업비 및 운영비 분담에 대한 의견 일치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철도사업은 최소 10년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다반사이다.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완전무결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교통수요와 주변 계획을 고려해 확장 가능성을 염두하고, 계획 시점에서 예측 가능한 가장 효율적인 노선을 계획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똘똘한 광역철도 노선을 만들어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비수도권 광역철도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철도 노선의 실효성에 대한 지자체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철도사업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운영의 지속가능성이다. 철도는 정해진 시간 내 정시성을 확보한 대량 수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막대한 열차 구입비, 선로용량의 한계, 노선이 길어질수록 간섭되는 다른 노선으로 인한 지연 등 다양한 이슈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광역버스처럼 유연하게 현안을 해결하지 못한다.
도시연담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비수도권의 광역철도는 수도권 광역철도보다도 첨두와 비첨두시간의 수요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고, 이는 철도의 단점을 극대화시킬 수밖에 없다. 비수도권 광역철도의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는 우리가 사는 지역에 이 수단이 꼭 필요한지, 미래 세대에게 짐이 되지 않게 재정적으로 건전하게 운영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수단을 활용해 주변 도시와 상생할 수 있는 도시협력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우선 고민해야 할 것이다.
광역철도를 비수도권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키로 여기고 접근하면 매우 위험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톱니바퀴 중 하나로는 충분히 의미가 있기 때문에 고민의 깊이와 무게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고민의 작은 시작은 철도 전담팀 신설과 철도 전문인력 확보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