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 사람을 만나는 길 '올레' 삶의 휴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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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 사람을 만나는 길 '올레' 삶의 휴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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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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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란 제주 방언으로 '거리에서 집 대문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길'이란 뜻이다. 최근 1년 동안 '올레'만큼 제주를 멋지게 알린 것도 없다.
제주 올레 시작은 2007년 9월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등학교에서 광치기 해변까지 15km 구간이 제 1코스로 개발된 후 지금까지 12개 코스가 개발됐으며 앞으로도 30개가 넘는 코스가 개발될 예정이다. 올레를 경험한 이들의 '입소문'으로 작년에만 3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올레는 게으름을 피우며 주변 경관을 만끽하며 돌아야 한다. “쉬멍 놀멍('쉬면서 놀면서'의 제주 방언) 걷는 간세다리(게으름뱅이)…”의미이기 때문이다.
월평 포구에서 대평 포구까지 올레 8코스는 제주의 봄을 알리는 유채꽃과 마늘이 자라는 밭과 현무암 돌담길이 방문객을 반긴다.
각 코스에는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파랑색의 화살표가 코스 바위마다 위치하고 제주의 파란바다 상징인 파랑과 귤의 노랑색 리본이 이정표로 곳곳에 표시돼 있다.  
스페인과 프랑스를 잇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 800km 순례길’에 비한다면 제주 올레는 작고 아담하면서 빼어난 자연경관과 모든 코스마다 바다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사람이 자연에 맞추어 걸어야 하는 그런 길로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걷기 코스 만들겠다”
제주도에는 이제 남부 서귀포시를 하나로 잇는 200여㎞의 띠가 생겼다. 이 띠를 이어낸 주인공은 전직 언론인이자 (사) 제주올레 서명숙(53·사진) 이사장이다.
서 이사장은 고향 제주에 '세계 최고의 걷기 코스'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2년 전 귀향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함께 '끊어진 길을 잇고 사라진 길을 되살리는' 제주 올레 작업에 착수했다.
서 이사장은 "제주 올레를 걷다 보면 자동차 여행에서 느낄 수 없었던 제주 사람들의 삶과 역사, 풍경을 고스란히 접할 수 있다. 제주 올레 걷기는 정복을 위한 여행이 아닌 심신의 샤워를 위한 것"이라며 "올레를 걸으며 속도를 잊고 '간세다리(제주 말로 게으름뱅이)'가 돼 보는 것만으로도 평화를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이사장은 "이미 올레를 걸어봤고 언젠가 걷게 될 길에 투자하는 사람들,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를 넘어선 새로운 문화에 투자하는 올레꾼들의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올레 폐인 중 한 명으로 알려진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현대카드 디자인팀과 함께 올레 이정표를 디자인하는 노력 봉사를 최근 시작했고, 가수 양희은 씨도 1년에 수차례 올레 걷기를 하며 명예 홍보대사 역할을,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등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12개 코스 오픈을 마쳤지만 서 이사장이 꿈꾸는 올레가 완성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제주시 일대와 내륙을 잇는 사잇길들이 하나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레 코스를 만든 이들은 이 코스를 따라 걷는 사람들을 '올레꾼', 모든 코스를 걸어보고 다른 이들에게 강권할 정도로 열성을 가진 마니아들을 '올레 폐인'이라고 부른다.
이번에 개방된 제주 올레 코스는 거리와 집을 잇는 길만도 아니고 아주 좁은 길만 포함하지도 않지만 걸어서 제주의 속살을 빠짐없이 훑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의 '올레'다.
대부분 올레 코스는 15∼17㎞가 많으며 가장 짧은 코스는 8.9㎞, 가장 긴 코스로는 23㎞ 구간도 있다. 보통 5∼7시간이 걸리지만 사람에 따라 시간은 제각각이고 정해진 시간에 코스를 마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저 천천히 걸으며 자연과 소통하고 마을 사람들을 마주하며 길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면 올레 코스를 제대로 걸은 셈이다. 12가지 올레 코스는 제각각 특징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마을과 오름, 바다를 골고루 둘러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모든 코스가 바당(바다) 올레를 포함하고 있으며 외지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바다를 끼고 걷는 코스는 5∼11코스 사이에 가장 많고 그중 쇠소깍, 외돌개를 지나는 6∼7코스가 걷기 좋고 볼거리도 많아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다.


# 제주 '올레' 세계인에 손짓
제주 올레코스가 세계적 걷기 관광코스인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도전장을 던졌다.
세계인이 와 걸으면서 제주 풍광과 문화·풍습을 즐기는 체험형 관광코스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최근 제주올레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국내 전체 인터넷 사이트 검색순위에서 4530위, 국내·외 여행정보 사이트 검색순위 89위, 국내 여행정보 사이트 검색순위 6위, 제주도 여행 사이트 검색순위 1위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사)제주올레(이사장 서명숙)가 개척한 제주 올레는 2007년 9월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제1코스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모두 12개 코스 198㎞가 만들어졌다.
서귀포시와 (사)제주올레는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열리는 테마별 올레 걷기에 국내외 저명인사를 초청하고, 코스별로 1사 1올레 자매결연 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오는 11월에는 제주올레 세계걷기축제를 열어 제주 걷는 길 관광을 해외에 마케팅 할 계획이다. 이 기간 동안 전국 올레길 만들기 세미나도 연다.
3월부터 올레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올레 해설사도 양성한다. 올레 체험기를 공모하고 올레관광객 유치팀을 구성해 올레코스가 경유하는 읍·면·동별로 자매결연기관 단체 등을 방문해 현지 홍보활동도 벌일 계획이다.
"당신이 이제껏 본 건 진짜 제주가 아니었다. 새로운 제주를 만나러 오라."
제주올레는 서명숙 이사장이 제안하는 제주여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제주올레는 이전까지 제주여행에서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과 이야기 속으로 안내한다.
서명숙 이사장은 "길은 종합컨텐츠다. 올레길에서 하루를 보내면 제주의 역사와 자연, 민속, 사람을 한꺼번에 다 만날 수 있다. 나 역시 누구보다 더 속도에 중독돼 살던 사람이었다. 내 몸을 기계처럼, 말처럼 부려먹어 왔다. 그 후 인간다운 속도를 한 번 맛보고 나니까 다시는 그 속으로 들어가지 못 하겠더군요"라는 서 이사장은“인간다운 속도란 바로 걷기를 가리키는 것이지요. 직장을 그만두고 산티아고에서 36일간 자연에 깃들어 걸으면서 자연이 주는 엄청난 위안과 평안, 행복을 처음 경험했어요. 시간이나 직업,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혼자 자연과 더불어 걷다보니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했지요. 몸은 힘들었지만 오히려 치유되는 느낌이었고 여행의 마지막에서 내 고향 제주도를 떠올렸다"는 서 이사장은  12개 코스를 열었고 그 문을 전 세계에 자랑할 계획이다.
제주올레를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던진 질문이 있다.
"누가 비싼 비행기 타고 제주도까지 와서 걷기를 하겠느냐?"
그녀는 답을 하지 않는다. 그저 이 올레길을 걸어보라고 권한다. 그 뿐이다. 걸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도시문명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관 동화된 자신을 찾아보라는 말 한마디만 전한다.
소박한 길이 갖는 힘을 경험해 보고 난 후에 느껴보라는 것이 그녀의 철학이다.
고도의 디지털시대에 가장 단순하고 아날로그적인 여행방식이라고 할 도보여행이 트렌드가 되는 역설.
서 이사장은 "도보여행 바람은 단순한 유행이 아닌 우리가 고수해온 삶의 방식과 속도가 근본적인 한계에 봉착했다는 징후며 도보여행이야 말로 사람의 속도, 자연의 속도를 되찾기 위한 안간힘이다"라고 말했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은 최근 제주올레코스를 체험하는 올레꾼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감성을 채워줄 수 있는 공간 조성을 위해 올레코스 시작 또는 끝나는 지점에 빨간우체통을 설치할 계획이다.
빨간우체통은 올레코스를 걸으며 보고 느낀 아름다움을 자신의 속마음과 함께 글귀에 담아 기념엽서를 통해 상대방에게 전할 수 있고, 행정에 대한 불편사항까지 접수함으로써 올레꾼에게는 사랑의 비둘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 여행트렌드 '슬로우 걷기'

성산읍은 제주올레 전체 11코스 중 제1코스(시흥교∼광치기해변)를 아름다운 경관 올레길로 만들고, 제2코스(광치기해변∼온평포구)를 테마와 스토리가 있는 올레마을로 조성키로 했다.
성산읍은 이를 통해 세계적 여행 트랜드인 슬로우 걷기 붐에 맞춰 아름다운 해안, 오름 등 세계자연유산의 고장에 걷기 마니아들을 대거 유치함으로써 체류관광객 확대와 올레마을의 소득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제주 올레길 영구춘화 거리 및 쉼터 조성을 위해 올레길에 제주참꽃, 마농꽃, 쑥부쟁이, 해바라기 등 제주 자생꽃을 식재하고 쉼터를 조성함으로써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전지훈련팀 트레킹 코스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제주올레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저렴한 숙식을 제공하고 제주의 실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망민박을 운영해 체류형 관광자원화로 주민소득을 창출할 계획이다.
새로운 관광패러다임으로 제주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는 제주 올레가 오는 11월 전 세계인들의 발길을 제주로 돌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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