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엠립(앙코르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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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엠립(앙코르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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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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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킬링필드라는 영화로 더 잘 알려진 나라 캄보디아. 70년대 이전 만해도 동남아시아의 경제 강국이었던 이 나라는 1960∼70년대 베트남 전쟁과 내전을 거치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국민과 가장 취약한 국력의 나라로 전락했다.
그러나 이 가난한 국민들에게도 희망은 있었다. 그리고 그 희망의 근거는 외적인 무엇에 기반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들 자신이 갖고 있는 역사적 전통과 문화적 창조성에 의지하고 있다.
흔히 '앙코르와트'로 대표되는 '앙코르 유적'. 이 거대하고 위대한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지금 캄보디아는 동남아의 새로운 관광대국으로 거듭나고 있다. 근대에 겪었던 역사적 상처를 이전 시대의 문화 유산으로 치유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신의 영역....앙코르유적(Angkor Ruins)

수백년간 정글 속에 가려져 있었던 앙코르 유적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세기 중반인 1961년 프랑스의 동식물학자이자 탐험가인 앙리 무어에 의해 우연히 발견돼 세상에 알려진 앙코르 유적. 앙코르는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600여년 간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인도차이나 일대를 지배한 크메르족이 세운 캄부자(Kambuja) 왕국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앙코르 유적은 앙코르 왕국이 남긴 힌두교와 불교의 석조 종교건축 유적의 총칭이다. 5000개가 넘는 석상과 조각, 그리고 100 개가 훨씬 넘는 사원들이 현재 캄보디아의 제2의 도시인 씨엠립을 인근에 퍼져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자 석조건축물 중 7대 불가사의로 뽑히는 앙코르와트가 이 앙코르 유적에 속한 하나의 사원에 불과할 정도라고 하니 그 규모가 어떠한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앙코르유적 여행의 백미는 앙코르와트(Angkor Wat).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앙코르 톰(Angkor Thom)으로부터 시작해 가장 오래된 유적인 롤루스(Roluos)를 거쳐 앙코르와트에서 끝내는 것이 여행의 묘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거대한 왕국의 힘 - 앙코르 톰

앙코르 톰이란 캄보디아 말로 '커다란 도시'라는 뜻. 방대했던 앙코르 제국의 마지막 수도 로 앙코르 제국의 마지막 중흥기를 이끌었던 자야바르만 7세에 의해 세워진 유일한 불교건축물이다.
앙코르 톰 관람을 시작하는 곳은 유일하게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남문(South Gate)이다. 남문을 비롯한 각 성문 앞에는 해자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놓여 있는데, 이 다리 양옆에는 힌두교의 창세 신화인 유해교반을 형상화한 각각 54개의 석상이 서 있다. 이 석상들은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를 연결하는 무지개를 의미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이 다리를 지나 앙코르 톰으로 들어감으로써 인간세계의 존재에서 천상의 존재로 변화한다고 할 수 있겠다.
남문을 통해 앙코르 톰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 바욘 사원이다. 바욘(Bayon)에는 미소짓는 사면상과 외부, 내부 회랑에 나타난 부조들이 볼만하다.
특히 외부 화랑에는 당시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들을 양각해 놓아 당시의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원래 바욘의 주 출입구는 동쪽이었지만 지금은 성벽이 대부분 파손돼 어느 곳에서나 들어갈 수 있다.
바욘 사원으로부터 북쪽 200m 거리에 위치한 바푸온(Baphuon) 사원은 우다야디티야바르만 2세 때 시바신에게 헌정된 힌두 사원이다. 자야바르만 7세에 의해 세워진 앙코르 톰이 완성되기 이전부터 있었다고 하며, 바욘 사원보다 훨씬 더 웅장하고 높았다고도 한다.
전체 모양은 피라미드 형상으로 보이나 캄보디아 내전 당시 심하게 파괴돼 정확한 형태를 알 수 없다. 프랑스 복구단이 1995년부터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작업에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피미아나까스(Phimeanakas)는 왕실의 제단이자 사원으로 왕실 내부에 있다. 바푸온의 다리 옆에 나 있는 왕국 문으로 들어가거나 코끼리 테라스를 지나 왕궁을 감싸고 있는 벽의 동쪽 고푸라로 들어가면 보인다. 캄보디아 건국신화에 나오는 9개의 머리를 가진 뱀의 전령이 머물렀다는 전설이 남아 있는 곳이다.

초기 크메르 예술과의 만남 - 롤루스 유적

씨엡림 시내 남동족에 위치한 3개의 사원인 바꽁(Bakong), 롤레이(Lolei), 쁘리아코(Preah Ko)를 일컬어 롤루스 유적이라고 한다.
세 사원 모두 앙코르 시대 초기인 9세기 후반에 건설됐는데, 건축 구조, 장식, 건축 자제 등이 모두 비슷해 크메르 예술의 초기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바꽁사원은 앙코르 초기 수도였던 하리하랄라야(이 지역이 옛 이름)의 중심으로 신들이 살고 있는 메루 산의 상징으로 세워진 사원이다. 앙코르 유적에 있는 사원 중 최초의 피라미드 형식으로 건축된 이 사원은 중앙 사원 주변에 직사각형의 성벽이 2겹으로 처져 있고 중앙 사원의 기단은 6층으로 이뤄져 있다.
1층 외벽은 900×700m로 첫 번째 성벽 안쪽에 해자가 있다. 두 번째 성벽은 사암과 라테라이트로 된 입구 탑이 각 면의 중앙에 세워져 있다.
쁘리아코는 '성스러운 소'라는 뜻으로 왕의 조상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앙코르 유적에 남아 있는 사원 중 가장 오래된 사원 중 하나다. 인드라바르만 1세의 부모, 외조부, 외조모와 전대 왕이었던 자야바르만 2세와 그의 아내를 위한 장례 사원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원래 2중으로 담으로 둘러쳐져 있었으나 현재는 고푸라와 담벽이 모두 허물어져 흔적만 남아 있다.
야소바르만 1세가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지은 롤레이 사원으로 규모가 작고 보존 상태도 좋지 않지만 조각이 매우 훌륭하다.
롤레이는 원래 호주 중간에 있는 섬이었으나 지금은 호수가 말라버려 차를 타고 드나들 수 있다. 이곳에서 발견된 기록에 의하면 호수의 물은 당시의 수도였던 하리하랄라야 사람들의 식수이자 주변 들판의 농업용수로 사용됐다고 한다.
사원 내에는 벽돌을 쌓아 만든 앙코르 초기 탑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전탑 4개가 세워져 있다.

수많은 의미와 상징들.... 앙코르와트

이제 앙코르 유적과 함께 떠나는 여행의 백미인 앙코르와트로 가보자. 앙코르가 도시라는 뜻이고 와트가 사원을 의미하니 '도시 사원'을 의미한다. 이 힌두교 사원은 수리야바르만 2세때인 12세기 중엽에 약 30년간에 걸쳐서 완성됐다. 다른 사원들과 달리 입구가 죽음을 의미하는 서쪽으로 나 있어 아마 수리야바르만 2세의 무덤으로 쓰였거나 천문대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사원은 피라미드 형의 3층 건물로 이뤄져 있는데, 당시 사람들의 우주관을 건축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 만큼 이 사원은 수많은 의미와 상징들로 가득하다.
사원을 둘러싸고 있는 호수 같은 해자는 우주의 대양을 뜻하고 해자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는 것은 인간의 속세, 상대성의 세계에서 신들의 세계, 절대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원 안에 우뚝 솟은 중앙탑의 지성소는 우주의 중심이고 절대자가 살고 있는 메루산의 상징이다.
1층 회랑은 사각기둥 60개가 지붕을 받치고 늘어서 있으며, 벽에는 한 방향에 2가지 주제가 조각돼 총 8개의 주제가 표현돼 있다. 회랑은 힌두교의 장례절차와 동일한 방향인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내용이 묘사돼 있는데, 내용이 너무 방대해 제대로 보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서쪽 면의 북쪽 회랑(랑카의 전투), 서쪽 면의 남쪽 회랑(쿠륵세트라의 전투), 남쪽 면의 서쪽 회랑(수리야바르만 2세의 군대), 동쪽 면의 남쪽 회랑(우유의 바다 휘젓기) 정도를 관람하는 것을 추천할 만하다.
왕과 승려들이 명상을 하던 곳으로 여겨진 2층의 회랑을 지나 3층으로 오르면 왕과 고위층 승려만이 올라갈 수 있는 신성한 공간이다. 3층 회랑은 앙코르와트의 5개의 탑을 받치는 기단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사각형으로 된 기단은 길이 60m, 높이 13m로 2층에서 약 40m 올라와 있다. 계단은 사방의 중앙에 1개, 가장자리에 2개씩 있어 총 12개이며, 이를 통해 앙코르와트의 가장 높은 부분까지 걸어 올라갈 수 있다. 각 계단은 모두 40개 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70도의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원래 관광객들은 정중앙에 있는 '와의 계단'을 통해 오르내렸지만, 현재 이곳은 붕괴 위험으로 인해 폐쇄됐고, 대부분 쇠봉 손잡이와 보조 시멘트 계단이 설치돼 있는 남쪽 계단을 통해 오르내린다.
3층 회랑에서 42m 높이로 치솟아 있는 중앙 성소(중앙 탑)는 원래 사방으로 열려 있고 비쉬누 신을 모시고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안쪽이 막혀 있는 채로 각 내부마다 촛불을 켜놓고 불상을 모셔 신성시하고 있다.

<그 외의 문화유산>

앙코르와트와 앙코르 톰, 그리고 롤루스 유적은 앙코르 유적을 대표하는 자원이다. 그러나 앙코르 유적 중에는 이에 못지 않게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는 유적들이 많다. 이 중 대표적인 곳이 프놈바켕과 빤띠아이 쓰레이, 그리고 따 프롬이다.

◇프놈바켕(Phnom Bakeng)

67m 높이의 언덕 위에 있는 사원으로 앙코르 주변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꼭대기의 서남쪽 끝에서 보면 앙코르와트의 5개의 탑을 다 볼 수 있다.
앙코르 유적 가운데 최초로 층으로 쌓은 사원으로 꼭대기 층에 5개의 신전을 세웠는데, 이후 많은 앙코르 유적에 이러한 방식이 적용됐다.
현재는 많은 탑이 훼손, 유실됐고 맨 위의 테라스에 탑 4개가 남아 있다.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어 저녁나절에 많은 여행자가 찾는다.

◇빤띠아이 쓰레이(Banteay Srei)

빤띠아이 쓰레이는 앙코르 유적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힌다. 기우제를 지내기 위해 세운 사원인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부조가 매우 훌륭하다. 앙코르에서 복원 작업을 했던 프랑스 건축가들 역시 이 사원을 보석에 비유하며 '크메르 예술의 극치'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앙코르에서 처음으로 아나스티로시스 공법이라는 것을 이용해 완벽히 보수해 놓은 사원이다. 붉은색의 단단한 사암을 이용해 나무에 조각하듯 정교하게 새겨 놓은 기술이 탁월하며 다른 앙코르 사원들 보다 건축술과 장식, 조각 기법 등이 인도의 것에 매우 가깝다고 한다.

◇따 프롬(Ta Prohm)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 툼레이더에서 신비의 사원 배경이 됐던 것으로도 유명한 따 프롬. 따 프롬이란 '브라마의 조상'이라는 뜻으로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세운 사원이다.
폐허가 된 채로 방치된 인상적인 사원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이 어떻게 사원을 무너지게 했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마치 정글처럼 나무 뿌리가 사원의 기둥과 지붕을 감싸 안거나 무너뜨려, 주변 어디를 돌아보아도 자연이 만들어낸 파괴와 융합의 이중성을 보게 된다. 이 때문에 사원을 처음 탐험한 사람이 느꼈을 감흥을 느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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