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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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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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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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6월 피나투보 화산이 폭발한 것은 수빅을 위해서는 차라리 잘 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비록 수많은 농경지가 사라지고 약 4만호의 가옥이 무너져 약 25만명이 집을 잃고 9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천재(天災)였지만, 그로 인해 미군의 군사기지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관광휴양지로서의 뛰어난 자연환경을 전세계에 공개할 수 있도록 한 기폭제가 됐기 때문이다.
91년까지 50여년간 아시아 최대의 미 해군 기지였던 수빅이 피나투보화산 폭발로 인한 아픔을 딛고 이제 필리핀의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여전히 미군기지 시설의 잔재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미군의 숙소로 활용되던 건물은 관광객을 맞이하는 고급 호텔로 바뀌고, 해군함정이 드나들던 항구는 관광객을 태운 페리가 수시로 드나든다.
무엇보다 수빅의 가장 큰 장점은 지난 몇 년 새 동남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테러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다. 또한 관광객들이 밤에도 안전하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을 정도로 치안상태도 양호하다.
미군 기지였던 이유로 수빅으로 들어가는 게이트가 동서남북 4곳밖에 없는 데다 필리핀 정부가 수빅을 경제특구 및 관광특구로 지정하면서 자국민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해 가히 관광객들의 안전지대로 불린다.
피나투보 화산 폭발을 전화위복 삼아 마닐라 근교 중 가장 깨끗한 공기와 자연환경을 무기 삼아 미군기지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 던지고 신흥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수빅은 앞쪽으로는 아름다운 바다와 섬, 뒤쪽으로는 울창한 밀림을 가진 이상적인 휴양 도시로 레포츠와 관광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곳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리조트 상품의 경우 휴양쪽으로 치우쳐 레포츠 쪽이 취약한 면이 있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반면 수빅의 즐길거리는 무궁무진해 허니문 외에 획일적인 필리핀상품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머랄드빛 바다에서 펼쳐지는 레포츠의 향연

수빅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레포츠는 바로 요트크루즈. 영화에서 봐 왔던 순백의 요트를 타고 아름다운 섬들을 옮겨 다니며 아일랜드 호핑을 즐기다보면 여느 귀족의 휴가가 부럽지 않다. 요트는 보통 3층 구조로 룸과 샤워실·주방·거실에 미니 가라오케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있고, 어군 탐지기가 장착돼 기다리는 낚시가 아닌 찾아가는 낚시로 '노인과 바다'가 부럽지 않은 대어를 낚아 올리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중간 중간 아름다운 섬이 나오면 닻을 내리고 투명한 바다에서 유유히 수영과 스노클링을 즐기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물놀이 끝에 찾아온 기분 좋은 허기를 채우는 것은 신선한 가재와 게 등 씨푸드와 바비큐. 식사를 하기 위해 들르는 섬 일라닌은 원시림이 그대로 살아있고 백사장이 있어 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다.
수빅이 자랑하는 오션어드벤처의 돌고래 쇼는 바다에서 펼쳐진다. 인공미 넘치는 돔 대신 하늘이 천장이고 햇빛이 조명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돌고래는 조련사와 하나가 돼 역동적인 쇼를 보여준다.
조련사가 돌고래 등에 타고 스피드보트처럼 물위를 질주하는 가 하면 돌고래와 함께 바다위 2m 위로 솟구치기도 한다. 자연 그대로의 자연에서 보는 쇼라 사람들의 감동도 그만큼 크다. 귀여운 물개 쇼도 관광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열대정글에서 피나투보 산의 정기를

에머랄드빛 바다와 함께 한 하루가 마음속에 평화를 가져온다면 피나투보산의 정기를 받은 열대 밀림 속에서 즐기는 생존게임은 인생의 참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
수빅에 거주하는 원주민 '아야따' 족이 미군에게 정글 생존법을 가르치던 제이트 캠프가 최근 관광객용 정글체험프로그램로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베트남 전 당시 미군 20만명이 이 곳에서 정글 생존법을 교육받은 뒤 투입됐다고 하니 그 교육방식을 알만하다.
이 곳에서는 실제로 '아야따' 족이 나와 대나무와 칼 하나로 숟가락·밥그릇·도시락 등 생활용품들을 뚝딱 만들어내는 데 가히 마술의 수준에 가깝다. 어른 머리만한 나뭇잎으로 만든 뾰족한 피터팬 모자와 레몬맛 나는 나무수액은 덤.
모험은 정글 속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피나투보산을 뒤로하고 앞으로는 한없이 퍼져있는 바닷가에 펼쳐진 수빅의 초원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 스포츠의 백미인 승마. 유럽의 어느 한적한 시골인 듯 조경이 잘된 엘 카바요 승마클럽에는 조랑말이 아니라 늘씬하게 뻗은 종마 32필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모험은 수빅의 숲 한가운데 있는 동물원 주빅 사파리에서 기다린다. 이 곳에는 약간은 끔찍한 체험이 기다리고 있다. 일명 '호랑이 먹이주기'로 불리는 데, 동물원에서 마련한 차로 산 닭을 들고 타고 가다 호랑이를 만나면, 쇠창살문을 약간 열고 닭을 먹이로 주는 것이다. 먹이를 먹기 위해 달려드는 호랑이를 보건대 아무래도 심장이 약한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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