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개인택시캠페인=승객과의 산만한 대화
상태바
2013 개인택시캠페인=승객과의 산만한 대화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3.0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절히 대하되 대화에 빠지지 말아야


논쟁으로 번지면 운전 평상심 잃어
'운전따로 생각따로' 사고위험 높아
밝고 절제된 대화로 집중력 유지를


운전을 오래 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법한 이야기 하나. 운전석에 앉아 동승한 일행과의 대화에 빠지거나 더러 격렬한 논쟁을 하다가 횡단보도 신호를 못보고 지나치려다 보행자를 칠 뻔한 일이 있을 것이다.
이같은 사례는, 운전자의 시선이 비록 전방을 주시하고 있지만 온 신경이 대화에 몰입돼 운전상황에 걸맞는 판단이나 행동이 이뤄지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같은 현상에 의해 신호대기 등으로 멈춰서 있는 자동차의 후미를 추돌하는 일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 같은 유형의 교통사고는 비단 자가용 승용차 운전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직업운전자, 특히 운전기술에 있어 고수라고 하는 개인택시운전자에 있어서도 흔히 발생하고 있다. 승객과의 대화가 가장 용이한 택시의 경우 그 가능성도 매우 높은 것이다.

유사 사례 한가지를 소개한다.
불과 2주 전, 대통령의 미국 방문길에 발생한 '대변인 사건'으로 나라 안이 시끄럽던 무렵 K씨는 일과를 마치고 동료들과의 회식 자리에 참석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셨다. 그 날 회식에서의 주요 화제에 역시 '그 사건'이 끼어있었다.
일상적인 술자리처럼 그날도 대충 그렇게 자리를 끝낸 K씨는 귀가길에 택시를 탔다. K씨는 택시에서 자연스럽게 회식자리에서의 이야기를 이어가게 됐지만 상황은 전혀 예상치 못한 쪽으로 흘러갔다. K씨가 청와대 대변인의 행동이 백번 잘못됐지만 언론에서 무작정 파헤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문제라는 취지의 말을 하자 택시 안은 금새 살벌한 분위기로 돌변하고 만 것이었다. 택시운전자가 K씨의 발언에 대해 문제를 삼기 시작한 것이었다.
"무슨 소리냐? 당신 딸 같으면 그런 말 할 수 있느냐?", "당신도 비슷한 사람 아니냐" 등 언쟁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달리는 택시 안에서 서로 ‘그게 아니다“라며 논쟁을 시작하다 급기야 목소리가 높아져 갈 무렵 갑자기 '쿵~우지직'하는 소리와 함께 K씨는 정신을 잃었다.
논쟁에 빠진 택시 운전자가 신호대기중인 택배차량을 뒤늦게 발견하고 급브레이크와 함께 핸들을 조작하는 순간 택시 차체가 택배차량 후미를 추돌, 운전자와 승객이 동시에 부상을 입은 사고에 빠져든 것이었다.
이 사고는 택시운전자와 승객간 언쟁이 운전자의 운전 집중력을 앗아감으로써 사고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운전에 능숙한 직업운전자라 해도 이성을 잃고 감정적으로 돌변하면 언제든 교통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더러 승객과의 대화에 몰입하다 방향을 잃고 목적지를 지나치거나 다른 길로 빠져들어 시비가 되는 일도 있다.
또 이 때문에 허비한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무리하게 운전을 감행하다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도 없지 않다.

다음은 또 다른 사례.
택시운전 경력 12년 차인 U씨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서글서글한 성격에 외모도 남성적이어서 평소 여성들로부터 인기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 온 터. 2010년 초가을 어느 날 밤 11시가 갓 넘은 시간에 서울 시내 번화가에서 30대로 보이는 여성 승객을 태우고 변두리까지 향하는 길이었다. 승차 당시 느끼지 못했으나 여성승객은 음주상태였고 운전석 옆자리에 앉자마자 잡담을 시작했다.
번화가를 벗어나면서 운전자 U씨의 시선에 여성 승객의 널부러진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지만 여성 승객은 그와같은 운전자의 시선을 오히려 즐기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다.
문제는 그들의 대화였다.
여성 승객은 술자리에 앉아 남성들과 어울려 나누던 성적 농담을 노골적으로 내뱉으며 급기야 대화에 운전자 U씨를 끌어들였다. "아저씨는 그 경우 어떤 기분이 들어요?", "어떤 남자는 여자 보다 못해요…" 등 운전자 U씨는 자신도 모르게 대화에 동참해 낮뜨거운 언어를 주고받기를 10여분.
불현듯 차체가 이상하다고 느낀 U씨가 급히 브레이크를 밟으며 주위를 살피는 순간 차체가 이미 차로를 이탈, 인도로 돌진해 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천만다행으로 차체가 인도 한 켠에 세워져있던 리어커를 들이받은 후 셔터를 내린 상가 입구에서 멈춤으로써 U씨와 승객 모두 중상을 면할 수 있었으나 차체 앞부분이 심하게 부서져 U씨는 곤욕을 치를 수 밖에 없었다.
U씨는 "믿거나 말거나 차안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고 그저 진한 농담을 주고 받았는데 차가 인도로 뛰어들 때까지 느낄 수 없었던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현상을 의학계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시신경을 통해 두뇌로 유입되는 정보를 해석해 반응하는 과정이 다른 요인으로 인해 교란되거나 순간적으로 작동불능에 빠진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마치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강의에 몰두하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면 교과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현상은 특정질환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전자들의 주의를 요한다. 운전 중 집중력을 잃기 쉬운 보편적 사례는 동승한 사람과의 대화로, 택시 운전자의 경우 직업 운전자 가운데 동승자와의 대화가 가장 빈번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택시운전자가 승객과의 대화를 기피하거나 단절하는 일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불친절 요인으로 지적될 수 있다. 그러므로 승객과의 대화라 할지라도 일상적인 대화 또는 밝고 가벼운 대화로 승객이 편안히 느낄 수 있는 수준이 적합하다.
그렇지 않고 승객과 논쟁을 한다거나 예민한 사안에 대해 토론을 한다면 언제든지 운전집중력이 훼손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음주한 상태에서 탑승한 승객과의 대화는 매우 절제되고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음주자는 정상적인 판단에 따라 발언하고 대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칫 시비를 불러올 수 있고, 그 같은 시비가 도화선이 돼 언쟁을 하거나 나아가 몸싸움으로 번질 경우 교통안전은 전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음미해봐야 할 것이다.

개인택시 경력 21년째인 최태복씨는 "승객에 대한 서비스를 생각하면 다소의 대화는 불가피하지만, 절제된 대화가 필요하다. 대부분 연령이 높은 개인택시 사업자들이기에 대화 소재가 대양하고 할 말도 많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것일 뿐, 업무시간에는 철저히 안전에 몰입해야 하며, 승객 역시 불필요한 말을 많이 하는 운전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개인택시운전자 김경렬씨는 "더러 여성 승객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이도 있으나 이 역시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운전자가 호의로 대화를 한다 해도 상당수 여성승객은 달가와 하지 않는다. 반면에 여성 승객과 잡담을 하다 보면 안전운전에 신경이 덜 쓰이게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따라서 가능한 친절히 모시는 것으로 만족하는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박종욱기자 pjw2cj@gyotongn.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