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학의 발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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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학의 발전을 기대하며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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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평소 가깝게 지내는 후배들과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새 정부의 관광정책이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한 참 얘기가 이어지던 중 한 후배가 "우리 사회에서 누구나 관광이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하는데 정작 그런 대접을 제대로 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을 던져왔다. 이어 "관광학의 경우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그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순간 지난해 은퇴한 김사헌 교수 생각이 났다. 80년대 중반'관광경제학'이란 책을 출간하면서 그 앞부분에 관광학도 학문이냐는 당시 주류 학계의 비아냥과 분위기에 학문은 학문의 대상주제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대상주제에 접근해가는 논리와 방법의 엄밀성으로 평가 받는 것이 옳다던 통렬한 반론이 떠오른 것이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나 또 다시 비슷한 질문에 맞닥뜨리니 당황스럽기도 하고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일반의 몰이해와 달리 한국관광학회가 발간하는 '관광학연구'는 금년 우리나라에서 발행하는 5634개의 학술지 중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선정한 66개의 대한민국 대표 학술지에 선정되어 국내 학술지 중 1%안에 들어 있을 정도로 그 실력과 내용을 객관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생겨나는 것일까. 우선 이와 같은 관광산업과 학문에 대한 낮은 인식은 우리사회가 아직도 지독한 일 중심사회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지적과 설명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신화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면서 관광을 포함한 서비스업의 중요성은 말로만 얘기하고, 제조업은 죽어도 좋다는 말이냐며 하지도 않은 말로 덤터기를 씌우는 유치함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관광학계의 내부자로서 몇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기는 하다.

우선 관광학에는 아직도 문사철(文史哲)의 정립이 미약하다. 아직도 보수적인 학계에서 문사철이 없다는 것은 전통이 없는 신생학문으로 취급을 받을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관광문학의 경우 관광소설, 관광시, 관광수필 같은 분야에서 관광학계의 참여는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관광사(觀光史)는 최근 한국관광학회가 '관광정책사'로 일부 정리한 바 있고 몇몇 학자들도 관련 연구를 하고 있으나 아직 종합적이고 독자적이며 지속적인 연구로는 발전하고 있지 못하다고 봐야한다.
관광철학의 경우는  '여가사회학' 등을 빌어 단편적으로 선보이고 있으나 철학으로서 통합적인 체계 정립은 시도조차 된 적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행정철학, 복지철학, 교육철학, 경제철학은 물론 스포츠 철학까지 나와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좀 부끄러운 일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도 관광학의 허점이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특정분야의 학문에 대한 평가는 첫째, 민생에 도움이 되는 것, 둘째, 민생에 해가 되는 것, 셋째, 민생에 도움도, 해도 되지 않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관광학은 어디에 속할 것인가. 물론 학문의 우선적 목표는 '진리탐구'에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나눔은 동양학의 원조 격인 주자가 편저한 '송명신 언행록'에서 경술정소이경세무(經術正所以經世務) 즉, 학문은 세상의 실무를 돕기 위함이라는 말에서나 근대 서양 과학의 시조 중 한 명인 베이컨이 밝힌 바대로 "학문의 궁극적 목적은 인류의 복지증진"이란 말에서도 확인된다.
그런 관점으로 관광학이 이제까지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진흥, 또는 우리 관광정책의 발전, 우리 국민의 건전하고 만족할만한 관광 확대에 정작 얼마나 크고 실질적인 기여를 해왔느냐 되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좀 더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관광학의 부족함이 눈에 띈다. 우선 응용 학문이라면서 독자적인 이론 체계가 약한 것을 인정하더라도 다른 학문에서 빌어온 이론 등을 집대성 해놓고 있지 않다.
참고로 다른 학문분야에서는 '정책학의 이론'등으로 정리된 저서가 동료나 후배 학자들의 논문활동과 공부에 도움을 주는 사례가 꽤 있다. 같은 맥락에서 관광학의 발전은 의당히 타학문과의 충분한 통섭에 달려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 활발한 교류·협력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이다. 실행학문의 특성을 가졌다고 하면서 현장적 사례연구가 거의 없다는 것도 크게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수많은 관광경영사례나 각종 관광지나 테마파크, 리조트의 개발 사례, 관광 정책 사례 등이 단편적이고 간헐적으로 있으나 아직 종합적으로 충분히 모아져 정리되고 있지 않다.

또 다른 측면에서 비판하자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침묵 또는 관에 대한 일방적 편들기도 극복해야 할 문제다. 가깝게는 대북 관광정책에서부터 지난 정권의 4대강, 대규모 국제이벤트의 개최 필요성 같은 문제들까지 당연히 관광과 관련이 깊은 사안에 대해 관광학계 내부에서 치열한 논쟁이 펼쳐졌어야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리나라엔 관광과 관련한 학회만 최소 20개가 넘는다. 그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전국적이며 규모도 커서 모학회로 인정되는 한국관광학회의 22대 회장단이 이번 주에 제 74차 국제 관광학술대회와 함께 출범한다.
새로운 회장단의 시작을 크게 환영하며 '관광학'이 보다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길 바라는 뜻으로 내부고발자의 시선을 가져 보았다.
<객원논설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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