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여름을 지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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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여름을 지내며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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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고 짜증나는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단순히 기온만 높은 게 아니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발전시설들의 고장과 가동중단 사태가 겹치며 블랙아웃이라는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경고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건물은 실내 온도 28℃, 호텔 같은 대규모 공중시설은 26℃로 실내 온도를 통제하다 마침내 지난주 공공시설 내 모든 냉방기 가동이 전면 금지되고 사무실과 복도 불이 꺼지고 최소한의 승강기 운영만 이뤄지고 있다.
정작 심각한 것은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점이다.

요즘 많은 사무실은 최소 인력만 남고 많은 직원들이 외부회의나 현장조사를 이유로 밖으로 나간다고 한다. 이쯤 되면 슬그머니 드는 의문이 있다. 이런 고생을 무릅쓰면서 얻는 것과 일 못해서 생기는 비용 중 무엇이 큰지.
인지심리학 분야에서는 사람이 느끼는 고통을 1차적 고통(pain)과 2차적 고통(suffering)으로 나누어 설명한다고 한다. 물리적으로 덥다라는 것이 1차적 고통이라면 2차적인 것은 누가 이런 일의 원인인가 혹은 우리만 왜 이런 고통을 겪느냐하는 짜증과 화로부터 생기는 고통이다. 매년 전력난이 계속되고 정부가 노력한다고 하는데도 왜 전력수급이 안정화되지 않는지, 특정 공기업을 둘러싼 부패구조와 이로 인한 발전기 고장과 가동 중단의 인과관계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2차적 고통이 있는 것이다.

어쨌든 10∼20년 전에 비해 확실히 달라진 점 중 하나가 예전엔 집보다 사무실 환경이 좋았다면 지금은 사무실보다 집 환경이 좋은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많은 호텔도 비슷한 입장에 있다. 집보다 좁은 객실, 더 조악한 가구와 화장실에 이제는 냉방까지 맘대로 못하는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국내 호텔의 객실 온도가 규제되면서 어떤 외국인 관광객은 고국에 돌아가 여름엔 절대 한국에 가지 말라고 알릴 것이라는 인터뷰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짚어봐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사실여부에 관한 것이다. 먼저 실내 온도 26℃가 7∼8월에 가장 많이 방한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불만을 실제로 사고 있는가 하는 점과 그럴 경우 재방문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학계나 정부 또는 이해당사자인 관광업계에서조차 신뢰할만한 사실 확인이 안 되고 있다.

둘째, 실내온도 규제가 불가피한 경영환경이라고 할 때 관광업계의 대응 노력이 적절했는가 하는 점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몇몇 호텔들은 호텔 냉난방 솔루션개발 등 장기 프로젝트와 함께 햇빛이 드는 창문에 단열필름을 입힌다거나 커튼을 치고 냉난방 시설을 고효율 제품으로 교체하는 한편 꽃이나 화분 등을 배치하거나 향기요법으로 불쾌감을 낮추는 다양한 노력과 방법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업계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노력을 하는 것과 함께 이를 원만히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적절히 뒷받침 되는 지 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세 번째로는 실내 온도 규제에서 합리적인 기준이 적용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중앙냉난방 시스템을 쓸 수밖에 없는 비즈니스호텔에서 투숙객 불만이 크다고 한다. 또한 실내온도 규제를 전력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야간이나 심야에도 적용한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정당하거나 합리적이지 않다고 보인다. 실내온도 규제는 전력사용량이 높고 관광객이 객실에 없는 낮에 적용하고 쾌적한 휴식과 수면을 취할 밤에는 적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더욱이 중소형 비즈니스 호텔에 이런 규제가 적용된다면 이는 형평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중소기업을 균형 있게 성장시키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지 않다.

네 번째는 최근의 폭염과 호텔 실내온도 규제에 대해 관련 기관과 단체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느냐하는 점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관광객 불만 보도가 있었다면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와 대책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떤 내용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하라고 해서 했다는 식의 답변으로 충분치 않다.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에 외래관광객 2천만명 시대를 열어가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여름 풍경이 썩 아름답지 않다. 책임 있는 사람들 몇 명이라도 엄벌을 받는 모습을 봐야 더위를 견딜 힘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객원논설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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