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의 기회와 위기
상태바
한국관광의 기회와 위기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3.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7월 박근혜 정부의 '제1차 관광진흥확대회의'가 열린 바 있다. 이 때 정부는 지난해 1114만명을 유치한 외래 관광객을 2017년까지 1600만명으로 증대시킨다는 야심찬 정책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불과 4년 안에 현재의 외래관광객 수요를 150% 가량 증대시키겠다는 도발적인 목표에 우리 언론이나 학계는 아직까지 특별히 실현가능성의 문제나 정책적 의미를 제기하거나 설명하지는 않은 듯하다.

개인적인 견해로 이와 같은 정부의 목표가 오히려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것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시장의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정책목표가 실현된다면 우리 관광산업의 발전이나 상당한 지역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만성적인 국제관광수지적자도 구조적인 극복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크다. 당연히 세계 인바운드 강국 반열에 올라설 수도 있고 경쟁국 일본도 크게 추월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하지만 막상 이러한 변화가 얼마나 크고 의미 있는 것인지에 대해 관련주체들이 제대로 실감하고 있을지는 명확치 않다.
멀리 돌아볼 필요도 없이 불과 2년 전 2011년 5월 소위 '중국인 관광객 300만 명 유치를 위한 전문가 릴레이 포럼'이라는 행사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바 있다. 당시 논의의 바탕이 2010년 방한 중국관광객 187만 명 정도였으니 300만 명 유치는 어떻게 보면 꽤 욕심스런 목표로 보일수도 있는 터였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2011년 전년 대비 18.4% 성장한 222만 명으로 늘더니 2012년엔 증가율이 27.8%까지 오르면서 283만 명으로 증가하였다. 더구나 금년의 경우 9월까지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300만 명을 넘어 331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계되고 금년 말에는 전년 대비 57.2%가 증대한 446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중국인의 아웃바운드 규모가 8500만명을 넘어섰다는 보도와 2020년까지 2억명으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기억나면서 새삼스레 그 변화의 속도를 체감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방한 중국 관광객이 느는 반면 이런 저런 이유로 일본인들의 방한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구체적 통계를 살펴보면 일본인관광객은 금년 9월까지 전년 대비 26.7% 감소했고, 연말까지 최종적으로 22.7%가 줄어든 272만여 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로써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50여년 만에 우리나라 인바운드에서 독보적 1등을 유지해온 일본인 방한 시장이 이제 구조적으로 2위 시장으로 내려앉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본 시장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리라는 기대는 지나친 희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쯤해서 다시 앞서 얘기한 변화의 속도와 크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인바운드 시장이 수년 내 1.5배에서 2배 이상으로 커진다는 것은 지금보다 그만큼 관광자원과 숙박시설 등 수용시설과 인력 등 서비스 체계가 그 기간 안에 확충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이 과정에서 격심해질 주변국들과의 관광 매력성이나 서비스의 질에서의 경쟁력도 최소한 유지하거나 제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뻔한 변화를 두고도 상황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최근 정부의 재정상의 어려움, 불확실한 세계 경제의 동향과 그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유보, 당국자들의 인식부족 등으로 이와 같은 급전환기의 대응이 성공적이리라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말로 관광부문의 예산 확대나 정책추진체계의 변화 가능성이 별로 없고 우리 사회의 관광에 대한 인식수준도 이를 충분히 뒷받침 해줄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당장 요 며칠 신문에서도 서울시내 모처의 관광호텔건립을 두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에서 일정한 거리 내에 관광호텔의 건립이 제한되는 기존 제도를 두고 하는 얘기다. 통상 정상적인 숙박이 아닌 시설로 여겨지는 러브호텔도 아니고 빠찡코나 퇴폐마사지 숍이나 이발소도 아닌 관광호텔의 입지가 제한되는 까닭이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관광호텔이 기능상 명백한 수출공장이고 지역의 복합 문화 시설이고 랜드마크이며 지역 관광의 중심 시설이라는 사실을 외면하는 이유가 뭔지 알 수 없다.
관광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딱 이 수준에 있다.

도대체 지금처럼 불확실한 한국경제에서 이토록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 드라마틱한 성장을 보일 수 있는 분야가 우리 사회에서 관광 외에 어디에서 찾아 볼 수 있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이와 같은 비상한 시기에 적절한 정책적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외래 관광객은 썰물 같이 들어왔다 쓰레기만 남기고 썰물처럼 나갈 수 있다는 걱정을 해야 한다.
상황이 이와 같은데 1년에 한번 있는 모처럼의 관광의 날 행사에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의 관심을 보여줬는지를 살펴보면 한국관광의 주소가 정확하게 확인된다.
<객원논설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