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처리특례법 폐지'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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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처리특례법 폐지'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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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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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내가 '형사범'에 해당되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형사범이 되면 엄청난 불이익이 받으므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 때 형사범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1982년 제정돼 30년 이상 교통형사범 처리기준으로 적용되고 있으나, 최근 이 법의 '폐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형사법 대상에 해당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교통사고로 사망사고를 일으킨 경우 ▲구호조치를 소홀히 하고 도주한 경우 ▲음주측정요구에 불응한 때에 해당한다.
그러나 ▲신호·지시위반 사고 ▲중앙선 침범사고 ▲시속 20㎞ 위반 제한속도 위반사고 ▲앞지르기방법·금지위반 사고 ▲철길건널목 통과방법 위반사고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사고 ▲무면허운전 위반사고 ▲보도침범·통행방법 위반사고 ▲승객추락방지의무 위반사고 ▲어린이 보호구역 위반사고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하지 않는 경우 등의 12개 중대법규를 위반해 교통사고 및 중상해과실을 일으킨 운전자에 대한 형사처벌 등의 특례를 적용하는 것이 이 법의 내용이다.

여기서 말하는 중상해의 법적 정의범위는  생명에 대한 위험,불구·불치나 난치의 질병에만 한정된다. 중대 법규 위반사고로 형사처벌이 되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식물인간 수준의 피해을 입었거나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면 형사 처벌이 면책된다는 것이다.
이 법은 그동안 교통사고의 신속한 처리에는 기여한 바 크나,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12개 중대 법규위반 인명피해 사고에만 운전자가 관심을 갖게 해 다른 교통법규 위반사고를 경시하는 풍조를 조성했다. 더군다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법 이론상 형법체계상 일반 과실치상죄와 다른 반의사 불법죄와도 불균형을 초래해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는 위헌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과거에 교통관련 시민단체인 녹색교통과 안실련에서 이 법의 폐지를 위한 논의를 진행했으나 현재 중단된 상태이다.
법학자들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형법체계상 불균형적으로 운용되고 있어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 과실치상죄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의사를 명시하기 전에는 공소를 제기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업무상 중과실치상죄의 경우에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반면에 교통사고로 인한 과실치사상죄의 경우에는 사고차량이 종합보험이나 공제에 가입되어 있기만 하면  그 과실의 경중, 상해의 경중, 피해자의 처벌불원의사 유무에 관계없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개 중대법규위반 인명피해사고가  아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일반 과실치상죄와 비교해 너무 지나친 특혜라는 것이다.
이처럼 법운용상·이론상 문제가 많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마땅히 폐지돼야 하며 폐지를 위한 민·관합동위원회를 조속히 설치·운영해야 한다. 선진국사례를 원용하고 그동안 제기된 문제를 심층 분석해 국민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선진국 어디에도 없다. 유사사례는 있다. 교통위험죄, 교통위험치사상죄로 적용 형법에서 과실치상죄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 통설이다. 선진국 중 프랑스 사례가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하게 보인다. 프랑스는 대통령이 '교통사고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교통안전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할 정도로 중요시하는 국가다.
프랑스는 교통사고 형사범의 경우 경죄와 위경죄로 구분해 처리한다. 3개월 이하의 과실상해죄는 제5급의 위경죄로 분류돼 약식수속절차에 따라 벌금형 또는 단기구금형으로 처벌된다. 3개월 이상 정상적 취업이 불가능 상태는 경죄로 인정하여 형사입건해 통상의 소송절차를 따르도록 돼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이 법을 갑자기 폐지하는 것도 많은 혼란을 야기할 것이므로, 충분한 준비절차를 통해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인정한 형사범처리기준은 불문법으로 보아 일정기간 존중하되 사법기관과 교통안전전문가, 시민단체 등을  총망라한 의견 수렴기구가 필요하다. 이 위원회가 지켜야 할 원칙은  교통안전의식을 높이면서  교통형사범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사법당국은 가해자에게 가혹하게 피해자에게 관대하게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개선돼야 한다.

요즘 들어 교통사고를 위장한 지능적 형사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범죄가 증가한 배경은 교통사고로 위장하면 형사처벌이 가볍기 때문이다. 이것도 교통사고 피해를 가볍게 처리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후유증이라 볼 수 있다. '교통안전 선진국'을 위한 백년대계로 '교통사고처리특레법 폐지'에 대한 논의를 촉구한다.
<객원논설위원·계명대 교통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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