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비시장엔 보험정비요금 분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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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비시장엔 보험정비요금 분쟁이 없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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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자동차정비조합 조합발전위원회 ‘미국 자동차시장’ 탐방

서울자동차검사정비조합 조합발전위원회(위원장 윤익상)는 지난해 10월 선진 자동차 정비시장을 체험해 보기 위해 미국 워싱턴 DC로 떠났다. 황인환 이사장을 비롯, 조달제 위원(웅지자동차공업 대표이사, 조합 감사), 정성훈 위원(제이에스모터스 대표), 유승규 서울조합 계장 등으로 구성된 출장단은 당초 우리나라의 자동차정비시장의 환경과, 해외 선진국의 그것과 비교해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그리고 국내 시장 발전을 위해 선결되거나 충분히 논의돼야 할 것들을 파악해 내는 것도 이들이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이유였다.

결과는 명쾌했다.

출장단은 일주일간 미국에 머물면서 양국의 자동차 정비시장의 확연한 차이를 몸소 겪고 돌아왔다.

미국의 자동차정비시장은 그야말로 매우 ‘합리적’이고, 고개가 자연스럽게 끄덕여지고 온몸의 ‘전율’이 느껴질 만큼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는 것이 출장단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일례로 유승규 계장은 “출장 전에는 보험정비요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보험사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묘책을 찾아볼 계획이었지만, 미국에서는 정비업체가 허위.과다청구를 하거나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보험정비요금을 깎는 사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며 “방문한 정비업체, 보험사 관계자들이 한국의 정비시장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많은 이질감을 느꼈고 충격적이었다”고 털어놨다.

◇정비업체 경영 방식
출장단은 워싱턴 DC. 페어팩스(FairFax) 인근에 소재한 한인 운영 정비업체(인근 최대 규모)를 비롯, 렉서스, 벤츠, 포드, 포르쉐 딜러 직영 정비업체, 웨건웍(WagonWork)이라는 업체였다.
미국 정비 업체의 가장 큰 특징은 우선, 정비사의 임금을 나타내는 공임표가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업체 사무실에 비치돼 있다는 것이다.

정비공임표에는 작업 구분별로 다르게 책정된 수가가 표기돼 있다.

한국에서는 단일 공임을 적용해 작업차량의 수리를 구분하지 않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서로 다른 금액이 책정돼 있다는 것이다. 실례로 우리나라의 판금.도장에 해당하는 페인트.바디 공임률과 엔진, 전기장치 작업에 해당하는 미케닉(mechanic).일렉트로닉(electronic) 작업의 공임률이 각각 다르다.

물량이 적은 부분의 공임은 상대적으로 물량이 많은 부분의 그것에 비해 약 2배 가량의 공임차이가 있다.

이같은 공임결정은 특별한 서면 계약 없이 양자 간의 구두합의로 이뤄지며 물가가 상승할 경우 어떠한 클레임 없이 자연스럽게 공임이 상승한다.

정비 업체와 근로자의 임금 지급 방법도 한국과는 상이하다.

우리나라는 작업량과는 상관없이 일정의 급여를 보장받지만, 미국은 커미션 제도를 도입해  직원이 일한 만큼의 임금을 지급받고 있다.
물론 업체마다 커미션의 정도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보험업계나 정비업체 직원들은 교환 작업보다는 판금.도장작업을 선호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왜 보험회사가 판금.도장작업을 선호하는지는 우리의 정서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 이유는 아래에서 언급한다.

특히 한국과는 달리 자동차 정비로 인한 수익(보험정비요금)뿐 아니라 다른 수익 창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즉, 정비업체가 각 메이커의 자동차 부품(국내의 순정품과 동일한 개념)과 일반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부품을 판매, 보험사고 차량수리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현대자동차A/S 센터에서도 중고부품이나 일반부품(비순정품)을 판매할 뿐 아니라 보험사고 차량수리시에도 이런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차령이 2년이 지난 사고차량의 경우, 보험사나 소비자, 정비업체는 사고 전으로의 원상 복구 개념으로 수리를 할 뿐이지, 굳이 순정부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상화 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작사 A/S센터뿐 아니라 일반 정비업체에서 비순정부품을 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보험사고 차량수리의 경우, 부품에 이윤을 인정하고 보험회사로부터 이윤이 포함된 요금을 받는다는 것은 꿈에서조차 생각해 볼 수 없는 일.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런 일이 당연시 되고 있다. 

출장단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미국 업체들은 모두 “자신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언제나 정당하고 당연한 것 아니냐”며 “한국시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미국의 정비업체들은 보험사고 차량 입고 시 간단한 절차를 통해 차량수리에 부수적으로 동반되는 업무를 손쉽게 처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사고차량 견적 프로그램이 있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개발하고 관리하는 AOS라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에도 견적 프로그램이 물론 하지만, 한국에 널리 알려져 있는 미첼을 주로 사용한다.

미첼의 경우, 부품 하나하나 분리되고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필요한 부품의 그림을 클릭하면 자동으로 청구서가 작성되며, 중복작업에 대한 정산도 한 번의 클릭으로 해결된다.

차대번호를 이용해서도 정확한 부품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있고 간단한 견적절차를 통해 사고 차량에 쓰일 부품을 조달할 수 있다.

사고차량에 사용해야 할 부품이 어느 부품창고에 있고, 얼마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손쉽게 검색된다.

한국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작업 시간에 대해서도 미첼은 우선 자동차 제작사로부터  시간을 제공 받고 실제 정비에 소요되는 시간과 상이할 경우, 양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자체적인 검증 시스템을 통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결정을 통해 시간이 조정된다.

이와 함께 신차가 출시되거나 자동차의 설계 변경으로 작업 방법이 변경되면 빠른 시간에 해당 차량에 대한 정보가 프로그램에 반영되어 양 업계가 손쉽게 정보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처럼 신차종의 견적이 불가능하거나 자동차의 설계 변경으로 작업 방법 변경 사유가 발생해도 업데이트가 지연돼 정확한 견적이 이뤄지지 못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웨건웍’이라는 정비업체를 방문하였을 때 출장단이 받은 충격은 그전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웨건웍은 미국내 보험사들의 입고 기피 대상 1위 업체다. 출장단은 보험수리 차량은 별로 없는 튜닝 위주의 정비업체 정도로 상상했지만 이 업체의 정문에 들어서자 현실은 달랐다.  이 업체 정문 옆 주차장에는 정비를 기다리는 차량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출장단이 타고 간 차량의 주차공간이 없을 정도였다.

더욱이 주차장을 메운 차량들은 모두 고급 세단들이라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기피하는 정비업체에 어떻게 많은 차량들이 들어서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정비업체에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수리를 기다리는 차량에 낙서로 오인할 만큼의 수성펜으로 작성된 메모들이다.

차량 입고 시 차량의 상태를 고객과 함께 확인하고, 사고 이전 손상부위를 체크해 분쟁을 예방하는 위해 기록된 것이다.

그리고 수리중인 차량에는 각각 수납 통이 한 두 개정도 들어 있는데, 그 안에는 작은 볼트와 너트들이 담겨져 있다. 작업 차량에서 나온 부품들이다. 규모가 제법 큰 부품(예를 들어 작업이 필요 없는 헤드라이트)은 에어 랩에 감겨 따로 보관돼 있으며, 자동차 부속품의 손상 상태를 메모해 견적서에 표기, 작업의 투명도를 높였다. 완벽 정비를 위한 세심한 부분이다.

특히 이 모든 작업들이 보험회사로 청구된다는 점은 놀랍다. 심지어 정비작업 후 발생되는 쓰레기를 치우는 비용까지 모두 보험정비요금 프로그램에 반영된다.
이렇게 작업을 하게 되면 청구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곧 소비자가 부담해야 되는 비용이 증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비사 교육 및 연계 상황
미국 자동차정비업계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교육 시스템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비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더 이상의 이론 및 실무에 대한 교육은 없다.

미국은 ‘아이카’(I-CAR)라는 교육단체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정비사들을 대상으로 계속적인 정비 교육 및 신기술 도입을 위한 여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이카는 자동차 제작사, 보험업계, 정비업계, 부품생산업계 등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정비사의 단계별 교육을 실시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또한 일정의 포인트 제도를 도입해 적정 이상의 포인트를 취득한 정비사가 근무하는 정비 업체에게는 보험정비공임을 추가로 지급하고 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A라는 정비업체에 일정의 아이카 포인트를 취득한 B라는 정비사와 C라는 견적사가 근무하고 있다면 보험회사는 B의 정비 실력을 인정해 A정비업체에 추가의 시간당 정비요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A정비업체가 우수협력업체 지정을 신청할 경우, 보험회사는 업체에 근무하는 근로자 C의 근무 여부, 아이카 자격 포인트 등을 조사해 우수협력업체나 무사정 업체로 지정한다. 반대로 아이카의 교육을 이수한 근로자가 없으면 우수협력업체로 지정받을 수 없다.

아이카의 교육을 이수한 근로자는 추가의 시간당 정비요금이라는 ‘당근’을 위해 교환 작업보다는 판금.도장 작업을 선호하게 되고, 이로 인해 보험회사는 사업비의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부품교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물론 아무런 기준 없이 판금.도장 작업을 무조건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부품의 가격을 기준으로 정비공임이 75% 정도를 상회한다면 그 작업은 교환 작업으로 대체된다.

아이카의 교육은 정비업체의 근로자만 받는 것이 아니다. 보험회사와 자동차 부품생산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정비업체와 똑같은 교육을 받는다.

이들의 교재와 교육 내용이 같다보니, 우리나라처럼 보험사와 정비업체간의 분쟁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일례로 판금.도장 작업의 견적 교육은 다름 아닌, ‘작업시간의 산출’이다. 아이카 교육에서는  평면 부분의 작업시간 산출은 사람의 ‘손바닥’이 기준이 된다. 즉, 성인의 손바닥 1면적 당 1시간의 작업시간을 부여한다. 엣지(Edge) 부분의 시간은 ‘호두알’ 크기로 산출한다. 호두알 1개 면적당 1시간의 시간을 부여하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비과학적이고 원시적이며 비용 산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방법일 수 있지만 공통 교육을 통해 합의가 이뤄졌으니 분쟁의 소지가 없어질 뿐 아니라 분쟁으로 인한 비용 문제까지 해결된다.

이런 제도의 혜택으로 대부분 정비업체마다 아이카 교육 수료증을 자랑스럽게 비치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편 자동차 제작사로부터 신기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아 실제 정비 작업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정비업체, 보험사, 소비자 모두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제작사에서 신차가 출시되면 아이카와, 견적프로그램 회사(미첼사)에 신차에 대한 여러 정보를 보낸다. 그러면 아이카와 견적 프로그램 회사는 정보를 가공, 즉시 반영 또는 검증을 통해 실무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한다. 현장 근로자들은 신차에 대한 정보를 빠른 시일 내에 접할 수 있어 합리적인 수리방법을 찾을 수 있다.

◇부품인증사업
한국 자동차 정비산업과 미국의 그것에 대한 차이는 상당하다. 우선 한국과 미국의 정비산업의 이질감 중 정비사업자의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두드러지는 요소는 ‘부품 선택권’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부품 선택권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다.

미국의 자동차 정비업자에게는 다양한 부품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존재한다.

미국에도 한국에서처럼 순정부품(현지에서는 OEM부품이라 칭함)이 존재한다.

그리고 A/M(After Market애프터마켓)이라 칭하는 제2의 시장으로서 순정부품이 아닌 부품들이 존재한다.

A/M중에는   ‘자기상표 부착 부품’이 있다. 순정품과 모든 것이 동일하지만 단지 상표가 순정품처럼 제작사가 아닌 생산자의 상표를 부착하여 판매한다.

그리고 중고부품이 있고 위조부품이 있다. 또 순정부품과 필적할 만한 캐파(CAPA;The certified automotive parts association)부품이 있다.

캐파는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아니라, 미국 및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생산되는 모든 자동차 부품들을 검사하고 품질을 인증하는 비영리 단체로서 자동차 부품시장에서는 ‘인증부품’의 성격을 띠고 있다.

얼핏 듣기에는 순정품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부품군이 형성돼 소비자들이 현혹되기 쉽고, 부실정비를 조장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하지만 부품군에 대한 정확한 구분과 관리 하에 정비업체에서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으며 보험회사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보험회사는 오히려 A/M부품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보험회사가 순정부품이 아닌 제품을 인정하고 그 금액을 지급한다는 사실이 다소 어색하다.
 
미국의 보험회사가 가지고 있는 보험정비의 개념은 ‘원상복귀’라고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노후된 자동차에 굳이 새 부품을 장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미국 정비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단지, ‘사고 이전 상태로 복원하면 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히 개방적이고 급진적인 사고 구조다.

■인터뷰

“상대방이 아닌 파트너로 인정해야”
윤익상 서울자동차정비조합 조합발전위원회 위원장

“우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
윤익상 서울조합 조합발전위원회 위원장은 자동차정비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비업계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울조합은 이번 미국 출장을 계기로 우리나라 정비업계도 미국처럼 발전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매우 고무돼 있다.

윤 위원장은 “자동차 선진국 미국의 사례에서도 비쳐졌듯이, 정비업계와 보험업계가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각 업계의 사업 목적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이젠 ‘상대방’이 아닌 ‘파트너’로서 인정하며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반드시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윤 위원장은 “현재 우리나라 정비업계와 보험업계를 비롯, 유관 업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상호 신뢰”라며 “서로가 서로를 믿고 존중하며, 공동으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위원장은 이번 미국 출장을 통해 가장 인상깊게 받아들인 것은 교육시스템이다.

정비공장이 전체적으로 사측, 노측할 것 없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켜 분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까지는 교육의 힘이 컸다고 분석한다. 

위원회는 이달 안에 이번 미국 출장 결과물을 토대로 워크숍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윤 위원장은 “이번 워크숍에는 전국의 모든 정비사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소개될 것”이라며 “정비업계뿐 아니라 보험업계, 부품업계 모두 공유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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