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훈 칼럼] 생활도로 보행자 교통사고는 근절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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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훈 칼럼] 생활도로 보행자 교통사고는 근절돼야 한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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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훈(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우리나라 전체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991년 1만 3429명을 정점으로 해서 그 동안 꾸준히 감소해 2020년에는 3081명까지 줄었다. 우리나라 교통사고의 특징은 차대 보행자 교통사고 비중이 높은데 있다. 1980년대 90년대 50%를 상회했고 최근에는 40% 수준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차대 보행자 교통사고가 많고 특히 9m 이하 생활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의 심각성이 매우 높다. 2016년을 기준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53.6%가 생활도로에서 발생했고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445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57%를 차지한다.
9m 이하 도로는 대부분이 주거지역 생활도로이고, 생활도로에서 교통사고 발생률이 높다는 것은 발생 건수 그 자체도 문제지만 사고발생의 잠재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그만큼 생활권이 위협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주거지역 생활도로에서 보행자 교통사고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최근 들어 주거지역 전체 도로가 시속 30km/h 이하로 교통규제 속도가 낮춰졌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만시지탄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의 경우 템포(Tempo)30 정책이나 주거지역 모든 도로에서의 철저한 보행자 우선 정책은 이미 40~50년 전부터 지속돼 온 정책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90년대에 들어서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일정 범위지역에서만 스쿨존제도가 도입됐고 주거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화된 보행자 우선 정책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입법된 보행자 우선도로의 개념도 너무 늦은 것이다. 주거지역 도로에서는 사람이, 보행자가 철저하게 우선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것이다.
둘째는 교통규제, 교통안전시설, 도로정비 등 모든 면에서 생활도로의 정비 수준이 간선계 도로보다 열악하다는 것이다. 최근 조성되는 주거지역, 아파트단지에서는 어느 정도 매뉴얼에 의거해 정비되고는 있지만 기존 주거지역 생활도로 대부분은 교통규제 자체가 적용되는 곳이 적고 교통안전시설 설치가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의 생활도로가 국도, 시도가 아닌 자치구도로서 경찰의 관리로부터 외면돼 왔고 도로관리 주체인 자치구나 중소도시 역시 생활도로관리에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등록대수가 2500만대에 달하고 이들 대부분이 주거지역에서 주차, 박차, 화물조업을 하고 있지만 생활도로에서의 교통규제, 운영, 주차정책은 아직도 명확하게 정립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생활도로 이용에 대해서 자동차운전자와 보행자는 제 각각의 생각을 하게 되고 이해부족과 오해는 많은 충돌(conflict)로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000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교통사고, 그 중에서도 생활도로 보행자 교통사고는 피해자가 어린이와 노약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교통사고보다도 근절돼야 한다.
생활도로 보행자 교통사고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이번에 국회에서 입법화된 공공도로에서 보행자를 우선으로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 취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 일반 시민 모두가 빠른 시일내에 생활지역 교통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
속도 규제나 안전시설 설치보다도 생활도로에서 만큼은 보행자가 우선이라는 의식이 운전자에게 생겨나야 한다.
둘째로 생활도로 정비사업을 중점시책으로 선정해 추진해야 한다.
지금이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 20여 년 전 서울시가 중심이 돼서 전국 자치구 단위에서 전개됐던 지구단위 교통개선사업을 재추진 할 필요가 있다. 지구단위 교통개선사업은 지구도로 즉 생활도로를 중심으로 하는 교통개선사업이라 생활도로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에 효과가 기대된다. 아울러 현재 많은 곳에서 진행 중인 저층 주거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도시재생사업에서도 생활도로 정비 사업을 특화해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단순히 도로포장, 안전시설 보강 차원이 아니라 생활도로를 주거지역 도로망 체계를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도로정비 사업 수준까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 자치구에 교부됐던 도로정비특별회계를 5년간 한시적으로 부활시켜 특화된 생활도로 정비사업으로 전개해야 한다.
셋째로, 거주자 우선 주차제도를 재검토하고 대폭 축소해야 한다.
거주자 우선 주차제도는 1990년대 말 폭증하는 자동차 증가에 따른 주거지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과도기적, 한시적 제도로 볼 수 있다. 지역과 도시에 따라 상황은 다르겠지만 그 동안 재개발, 재건축이 상당히 진행됐고 앞으로도 지속된다고 볼 때 주거지역 주차여건은 상당히 개선될 것이다. 그 동안 주차용도로 빌려 주었던 생활도로 기능을 다시 본연의 기능으로 재복원시킬 필요가 있다. 생활도로에서의 주차는 차와 보행자 특히 어린이교통사고와 깊이 연결돼 있고 생활도로 무질서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생활도로가 안전한 도로 공간으로 재탄생하기 위해서는 생활도로에서의 주차행위를 엄격히 규제해야 하고 그 방법은 거주자 우선 주차제도를 과감하게 축소하는 것이다.
생활도로에 대한 안전도 인식조사에서 교통사고 위험을 지적(82%)했다. 가장 안전해야 될 생활도로가 위험하고 실제로 많은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보행자 관련 법 개정이 계기가 되어 생활도로 보행자교통사고가 근절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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