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상 칼럼] '철도의 역사와 통계' 책을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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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상 칼럼] '철도의 역사와 통계' 책을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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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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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상(우송대학교 철도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그 동안 연구를 정리해 ‘역사와 통계로 풀어본 한국철도의 여정’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120년이 넘는 우리나라의 철도의 흐름을 통계로 정리하고 이를 해석해 보고 싶었다. 예전에 일본철도 100년사와 영국에서 공부할 때 유럽철도 150년의 방대한 역사를 통계와 그래프를 통해 정리한 것을 읽으면서 적지 않게 놀랐고 이를 꼭 해보고 싶었다. 여기서 통계 내용을 가지고 확인한 결과를 몇 가지를 언급하고 제안해 본다.
 

우리나라 여객수송량의 변화(1907~2017년)*연도별 여객 수송(단위:억명)
우리나라 여객수송량의 변화(1907~2017년) *연도별 여객 수송(단위:억명)

첫째는 경제 규모와 철도성장과의 관계이다. 일제강점기와 같이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철도가 독점일 경우에는 거시적인 변수인 경제성장과 철도성장의 내재 변수인 역의 수나 영업 거리 등이 철도수송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계공황, 전쟁 등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철도수송량에 크게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화물수송량의 경우 여객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1919년 제1차 세계대전 후의 경기침체, 1923년 관동대지진, 1932년 세계공황, 1937년 중일전쟁 등이 그러한 예이다. 한편 매개변수의 성격이 강한 인구 등의 변수는 철도수송량에 다른 요인에 비해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 번째는 해방 이후 1960년대 중반까지는 전쟁 복구가 철도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부터 고속도로와 자동차의 증가로 철도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경제성장이 철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는 1973년, 1980년 석유파동이나 1998년 IMF, 2008년 리먼 쇼크 등이다.
 이 경우 이외에는 거시적인 변수보다는 교통수단간의 속도, 운임 등의 관계가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2004년 이후 고속철도의 등장으로 수송량이 회복되고 증가 추세에 있는데, 높은 시간 가치와 공급의 확대로 철도에서 차지하는 고속철도의 비중이 매우 증가했다. 고속철도는 이제 우리나라 교통의 대동맥이 된 것이다.
 요약하면 우리 철도는 거시적인 경제변화와 함께, 내부요인인 영업 거리, 속도 등도 수송력에 영향을 미쳤으며, 시간가치의 증가로 빠른 철도의 선호, 생활형 철도로의 변화, 그리고 최근의 역 중심의 이동양상을 보였다. 한편 철도화물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장거리, 연계수송체계의 구축이 향후 과제로 파악됐다.
  이 책을 정리하면서 자료 정리와 함께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우리나라 철도사를 좀 더 깊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일제강점기 철도에 대한 해석과 다른 나라와의 비교를 통해 우리 철도는 어떠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해방 후 철도가 가져온 사회적 변화는 무엇이며 유산은 무엇인가 등을 새롭게 검증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통계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철도에 공헌한 인물이다. 물론 인물로 현상이 다 설명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역사적 고비에서 큰 흔적을 남긴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유길준은 철도를 우리나라에 소개하고 ‘호남철도주식회사’를 장박, 최문식 등과 함께 설립해 자력으로 호남선을 건설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해방 이후 철도발전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
 또한 철도사에서 중요한 점의 하나는 구체적인 효과분석과 함께 다양한 연구방법론의 도입이다. 철도부설에 따른 지역의 영향, 정책 결정 과정, 갈등, 일관성과 변화 등의 검토와 투자된 자본과 수익을 통한 사회적 변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학문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치학, 경제학, 사학, 사회학, 경영학, 공학, 통계학 등 다양한 학문적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이제 철도라는 사회변화 매체를 통해 근현대사를 조명해 보고 해석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러한 것을 생각하면서 필자는 1907년부터 현재까지 110년의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객관성과 자료 발굴 그리고 생략되는 것, 없어진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를 해석할 공간을 남겨두는 여유와 너그러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도는 지역성과 국제성, 독특성과 보편성, 연속성과 단절을 함께 가지고 있는 사회간접자본이다. 또한 사물이면서 기술과 사회성을 가진 존재이다.
 철도를 통해 역사가 재해석되고 철도의 창으로 다시 사회를 조명해 볼 필요가 있으며 현재의 문제 등을 역사적 사전을 통해 찾아보면서 그 해답을 찾는 진지함과 차분함이 본격적으로 요청되는 시기이다. 2024년은 고속철도개통 20주년, 도시철도 개통 50주년이 되는 해로 이를 위한 준비가 지금부터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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