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지연 낭비, 누가 책임지나(서울시립대 손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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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지연 낭비, 누가 책임지나(서울시립대 손의영)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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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는 매년 막대한 규모의 예산을 들여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도 건국 이래 최대 사업이라고 말하는 경부고속철도사업을 비롯하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부 구간 등을 건설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전부터 적지 않은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이해관계단체 및 주민들의 반대로 계획된 기간 내에 완공되지 못하고 있다. 경부고속철도는 천성산과 금정산 터널 문제로, 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사패산 터널 문제로 계획보다 완공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
이러한 주민의 반대에 따른 사업의 지연은 민주주의가 표방하는 다양한 의견 수렴과 졸속으로 수립한 계획을 시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도 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이미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사업이 제때에 완공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기회비용 측면에서는 실로 매우 큰 국가적 낭비라고 볼 수 있다.
기회비용이란 A사업에 돈을 사용한 결과로 동일한 규모의 B사업을 대신 추진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을 말한다. 즉 경부고속철도에 이미 13조원을 투자하였는데, 일부 구간 공사가 지연되지 못함으로써 전체 구간이 완공되지 못한다면 기회비용이 연간 7.5%이며 1년 지연되는 경우에는 약 1조원의 낭비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국책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일부 이해관계단체 및 주민 반대로 여론 수렴이다 공론 조사다 하면서 계속 의사 결정을 뒤로만 미루는 것을 보면, 과연 정부는 기회비용을 고려하고 있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민간기업이 개인 돈을 투자하여 그러한 기회비용 측면의 낭비가 발생하는 것을 방치한다면, 그러한 기업은 결코 살아 남지 못할 것이다. 정부 예산은 눈 먼 돈이 아니며, 예산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책사업을 계획할 때에는 당연히 정부가 수립 과정에서 전문가 및 주민 의견을 장기간에 걸쳐 최대한 수렴하여야 한다. 그리고 일단 추진하기로 결정였다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완공하는 것이 기회비용으로 인한 돈의 낭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진국 정부는 계획은 장기간에 걸쳐서 충분하게 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지만, 일단 결정된 경우에는 가능한 빠르게 완공하고자 한다.
물론 우리의 경우 과거에 전문가 및 주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여 지금 사업이 많이 진척된 상황에서 반대하는 의견을 너무 두려워하여 의사 결정을 늦추는 것은 더 큰 비용상의 낭비를 초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는 최대한 이해관계단체와 주민의 의견을 빠른 시일 내에 들은 후에, 어느 한편을 완전히 설득하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내린 후에는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사업을 추진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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