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개통을 뒤돌아보며(손의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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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개통을 뒤돌아보며(손의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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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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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영 교수의 메트로&포럼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 사업인 경부고속철도가 드디어 개통됐다. 아울러 호남선에도 고속철도가 운행되기 시작했다. 답답한 국내 정치 및 경제 상황을 볼 때, 고속철도 개통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긍심을 심어주고, 국가 경제활동도 활성화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도 제공하게 됐다.
그러나 고속철도가 개통되기까지에는 그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실로 너무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장래에도 유사한 대규모 국책사업을 또 다시 추진해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그동안 고속철도사업이 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렸었는지를 냉정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향후에는 잘못된 시행착오를 경험하지 않으면서 보다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대규모사업에 대한 계획 수립과정이 보다 투명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수립돼야 한다. 경부고속철도사업은 80년대 초반부터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평가를 수행했다. 이를 위해서 편익과 비용이 추정되었는데, 초기 단계에서의 추정 과정은 객관적이지 못했고 또한 투명하지 못했다.
건설비는 수차례에 걸쳐서 크게 증가했고, 수요 또한 과다하게 추정되기도 했었다. 그리하여 90년대 초에 공사를 진행하면서, 90년대 말에 다시 경제적 타당성을 재평가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둘째, 사업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 결정에 정치적인 개입이 크게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선 결정, 중간 정류장 위치 및 역사 형식 결정 등이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우선돼 결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됨으로써 주요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의사 결정이 번복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셋째,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계획이 수립된 이후에는 가능한 모든 투자 재원을 조달해 최대한 신속하게 공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개통된 고속철도사업은 90년대 초반에 착공해, 10년 이상이 지난 현재에서야 겨우 대구까지의 1단계사업만이 완공됐다. 아직도 2단계사업이 완공되기 위해서는 5년 이상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 불필요하게 공사기간이 장기화됨으로써 12조원 이상의 엄청난 돈을 투입하고도 이로 인한 편익은 이제야 겨우 발생하게 된다.
넷째, 관련 전문가·언론·국민들에 대한 충분한 사전 설명과 홍보가 필요하다. 계획 수립과정에서 투명하지 못했었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으나, 사전 설명과 홍보가 부족함으로써 과다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극심한 반대에 직면하여 사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었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의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고속철도는 개통됐다. 따라서 당장은 개통된 고속철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우선 과제가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대규모사업이 그동안 왜 그렇게까지 상당 부분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는지도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향후에는 유사한 대규모 국책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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