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정책과 여행 바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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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책과 여행 바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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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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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화관광부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여행을 가지 못하는 저소득근로자들을 위해 정부가 여행경비의 일부를 부담하는 여행 바우처제도의 도입을 발표했다. 흥미로운 것은 관광업계의 어려움에 대한 수많은 호소에도 좀처럼 관심을 보이지 않던 언론이 그 어려운 사설까지 동원해 비난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난의 요지로 보면 ▲첫째, 이 정책이 생산적 복지라는 시대적 분위기에 맞지 않고 ▲둘째, 수혜대상이 지나치게 적고 ▲셋째, 도입기업들에 대한 준조세의 추가부담 ▲넷째, 기업경쟁력 위축에 따라 근로자의 입지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제도자체가 기업체의 참여부진으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기사도 내놓고 있다. 과연 이러한 비난은 정당한 것일까?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이 정책을 오래전부터 지켜봤던 입장에서 보면 참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여행 바우처 제도는 출발점이 나날이 침체되는 국내 여행업계의 진작을 위한 관광산업진흥정책이라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정책하고는 관광이 걸맞지 않고 규모도 보잘 것 없다는 비판의 전제 자체가 다른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전 관광산업 중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국내 여행업체들이다. 자가용을 이용한 가족관광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국제관광에서의 여행사 이용률 30% 수준은 국내여행사의 경우 10% 미만으로 떨어진지 오래다. 이 때문에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에서 분기별로 조사하는 관광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서 국내여행업은 수년 동안 평균을 의미하는 100에 조차 근접해본 적이 없을 정도다.
더 나아가 국제관광부문의 균형도 아웃바운드 1000명과 외래 관광객 500만명대에 머물면서 현저히 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작년 관광진흥 5개년계획에서도 중장기적인 인바운드 비약을 위해선 정책중심을 국내관광진흥에 두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정책은 철저하게 국내 여행업계 진흥책으로서 그 결과의 형태가 복지적 측면까지 파급되는 합목적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우리정책의 고도화까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더구나 본 정책 이전의 조사에서 참여의사를 밝힌 사업주가 47%에 이르렀는데도 잘 안될 것이라고 일반국민들에게 매도하는 언론의 의도는 참으로 헤아리기 어렵다.
본래 복지정책이란 한 사회에서 가진 집단이 못 가진 집단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인간적 연민이나 시혜보다는 소외계층의 불만이 한계치를 넘을 때 그 사회를 전복시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적 체계유지전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룬 서유럽과 북유럽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증대되면서 여러가지 부작용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국가발전에 장애가 될 정도로 부담이 커지면서 나타난 것이 90년대 소위 생산적 복지(아마 이 말의 상대어는 소비적 복지쯤 되지 않을까)라는 개념이 생겨났고, DJ정부초기 이 말의 해석을 두고 상당기간 사회적 이슈가 된 일도 있었다.
어쨌든 관광분야에서도 오래전부터 상징적 수준이기는 하지만 소년소녀가장관광 등 여러가지 정책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동안 본격적인 복지관광정책은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이는 아직 우리사회에서 일단 먹고사는 일도 해결되지 않은 마당에 관광까지 복지타령이냐는 비판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도 사실은 그다지 옳은 것은 아니다. 국민관광(social tourism)이 산업혁명 이후 유럽에서 국가적 정책으로 도입됨으로써 현대관광이 시작됐다는 것이 것은 역사적 사실의 범주에 속한다는 점을 모르고 한 소리다.
더구나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가 여가와 관광을 통해서 극단적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다만 늘 모든 행정부서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 훌륭한 정책을 세련되게 홍보 못한 주무부처의 일처리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김상태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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