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와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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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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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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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4개월간 전 국민의 지대한 관심과 논란 속에 진행된 한국과 미국 간의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최근 막판 줄다리기 끝에 극적으로 타결됐다. 아직 최종 협정문 작성과 양국 대통령의 서명,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가 남아있고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어 최종 확정, 발효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과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나, 이번 FTA가 우리경제에 미칠 효과는 물론이고 향후 여타 국가와의 FTA 협상, 한미동맹관계와 안보 등에 미칠 파급효과를 감안할 때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양국 의회의 비준을 얻어 시행되기를 바란다.
광범위한 경제활동에 걸친 협정이라 산업과 업종에 따라 유불리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분야는 가장 수혜를 볼 품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자동차분야의 주요 합의 내용을 보면, 우선 미국 측은 현행 2.5%인 승용차의 수입관세를 엔진배기량 3000cc 이하에 대해서는 즉시 철폐하고 초과하는 차에 대해서는 3년 내에 단계적으로 철폐하며, 소형화물차(픽업트럭 등)에 대해서는 현행 25%의 관세를 10년 내에 단계적으로 철폐한다. 그리고 2%대의 자동차부품 관세도 즉시 철폐키로 돼 있다.
한국 측은 현행 8%인 자동차 관세를 즉시 철폐하고 (단 하이브리드자동차는 10년 내 철폐), 역시 8%인 자동차 부품도 즉시 철폐한다. 또한 그동안 미국 측의 줄기찬 세제 변경 요구를 일부 수용해 현행 10%인 배기량 2000cc 이상 자동차의 특소세를 3년 안에 5%로 인하하며 자동차세도 2000cc 이상 대형차에 대하여는 현행 cc당 220원을 200원으로 인하한다.
이상의 협상결과가 최종 비준을 받아 시행될 경우 한국에서 수출된 승용차는 미국시장에서 2.5%의 관세 인하 분만큼 가격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으며, 특히 소형화물차는 비록 10년 간에 걸친 단계적 인하이긴 하나 25%나 되는 관세가 없어짐으로 가격경쟁력이 크게 제고될 수 있다.
단 소형화물차 중 미국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픽업트럭은 현재 국내 생산 품목이 아니므로 향후 개발, 수출 시까지 상당기간 경과한 후 그 혜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부품도 2% 정도의 가격인하효과로 수출이 더욱 가속될 것이며, 또한 미국 내 현지 생산될 현대나 기아자동차의 원가를 낮추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한편 미국의 자동차는 한국시장에서 더욱 큰 혜택을 볼 수 있다. 수입관세 8%가 철폐될 경우 그 위에 부과되는 국내의 제반 세금의 산정기준에서도 제외되므로 실제 10% 이상의 가격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2000cc 이상의 중대형차에 불리한 세제도 완화되므로 향후 미국차는 획기적으로 가격경쟁력이 제고되고 현재의 상대적으로 부진한 판매를 대폭 신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미국에서 생산된 일본차나 유럽차의 한국 내 수입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역으로 국내시장에서 한국차의 입지가 그만큼 약해지고 시장이 잠식당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전체적인 양국 자동차업계의 수혜정도를 비교해본다면 시장규모에서 미국(1700만대)이 한국(120만대)보다 14배 정도 큰 시장임을 감안할 때 우리차의 수혜 폭이 훨씬 클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상의 전망은 어디까지나 양국 간 무역자유화를 위한 관세와 세제 등의 제도적 개선에 의한 경쟁력의 변화가 가져올 결과를 예상한 것일 뿐이다. 비록 수출된 한국차가 무관세 덕분에 2.5%의 가격인하 효과를 보더라도 자동차 자체의 경쟁력이 그 이상으로 약화된다면 미국 내 판매는 오히려 줄어들 수 있고 국내시장에서도 수입차의 시장 확대가 예상보다 훨씬 커 질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한미 FTA의 진정한 수혜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체의 경쟁력 향상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시장과 주요 해외시장에서 현대와 기아차의 판매신장율이 떨어지고 시장점유율도 하락했다. 원화 환율의 급격한 상승 하에서도 노조의 과도한 요구와 반복되는 파업, 고율의 임금인상, 향상되지 않는 낮은 생산성, 불투명한 경영으로 인한 관계당국의 조사와 처벌 등으로 2000년대 들어 빠르게 상승한 국제경쟁력이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농업을 비롯해 많은 분야에서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전체 국익을 위해 타결한 한․미 FTA의 기대효과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장 큰 수혜업종으로 지목되고 있는 자동차산업계의 경쟁력제고를 위한 분발과 배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객원논설위원=이동화 전 자공협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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