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불황과 한국 자동차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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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불황과 한국 자동차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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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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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의 침체로 이어지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통상 1600∼1700만대의 시장규모인 미국의 자동차판매는 10월 현재 전년 대비 14.6%가 감소하여 올해의 연간판매는 1400만대 선을 하회할 전망이고, 내년에는 1200만대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수십년내 최악의 예상이 나오고 있으며, 서유럽시장의 금년도 판매는 지난해보다 100만대가 줄어든 1380만대선이 되고, 2009년에는 1300만대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동안 고도성장을 구가해 온 BRICs 등의 신흥국가들도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매년 두 자리 수의 증가율을 보이며 작년 승용차 판매량이 630만대에 달했던 중국은 금년도에 600만대 이하로 감소될 전망이고, 인도와 러시아 시장도 최근 매월 판매가  10∼20%씩 급락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금년 11월까지의 내수누계는 전년 동기 대비 3.4%가 감소하였고, 수출은 4.4%가 줄어들었으며, 최근 들어 감소의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의 자동차업계는 이처럼 급속히 악화되는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경쟁력을 상실해 빈사상태에 빠진 미국의 빅3은 최고경영자의 연봉 과 경영진의 보너스 반납, 대폭적인 인력감축, 공장폐쇄, 일부 브랜드매각 등의 자구책을 내놓고 미국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세계에서 경쟁력이 가장 강하다는 일본차업계도 국내와 해외공장의 생산축소, 가동 일시중지, 인력감축 등의 비상계획을 발표하고 있으며, 우리 자동차업체들도 국내외 수요의 급격한 감퇴와 재고의 급증으로 감산에 들어가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기는 마찬가지다. 완성차업계의 어려움과 감산여파는 그대로 부품업체에 전달되어 자금력이 약한 중소 부품업체들은 조만간 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도 한다.

세계경제의 침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각국 정부의 신속한 조치와 모든 정책수단의 동원에도 불구하고 현 침체는 향후 1∼2년은 족히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전 세계의 자동차업계는 상당기간 동안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될 것이며, 일부 글로벌업체의 도산과 인수합병 등으로 기존 질서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의 자동차업계는 깊어지는 이 불황의 터널을 어떻게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는지 자못 걱정스럽다.

지난 수년간 한국자동차의 경쟁력은 뒷걸음질 쳤다. 국내시장에서는 수입차의 위세에 눌렸고,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는 일본 및 유럽자동차에 밀려 시장점유율이 상대적으로 하락하였다. 경쟁력이 떨어진 주원인은 생산성 하락과 고임금으로 인한 원가경쟁력의 약화에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전 세계적인 수요의 급감으로 글로벌메이커들 간의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는 시장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비용절감과 생산성의 향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고 원가경쟁력을 높여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생산비용의 절감은 인건비 억제와 조립원가의 70%가 되는 부품의 조달비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이미 한계상황에 처해있는 부품업계에 납품단가의 인하를 계속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과거 일본 자동차업계의 예에서 보듯이 설계개선과 기술개발 등에 의한 플랫폼 공통화 및 부품의 공유화 등으로 부품수룰 줄이고 개발기간을 단축하여 비용을 절감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는 현 노사관계와 노조에 과도하게 권한이 부여된 단체협약 내용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노동의 강도를 높이고 생산의 유연성을 갖추어야 한다.

얼마 전 국내 언론에서는 기아 및 현대자동차의 노사가 다른 차종 공장 간의 인력전환배치에 합의하고 공장간 생산량조절과 단일 라인에서의 혼류생산에 적극 협력키로 하였다는 사실이 일제히 보도된 바 있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 글로벌메이커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이러한 사실이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말아야 한다.

유례없는 세계적 불황과 위기를 맞은 지금 한국 자동차업계의 가장 절실한 과제는 노사관계의 획기적 개선이라고 생각되며, 이를 바탕으로 생산성의 향상, 고임금 억제, 기술개발 등에 의한 비용절감을 기하고, 여기에 친환경 중·소형차의 조기 개발과 상용화를 이룬다면, 현 위기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이동화 객원논설위원·전 자공협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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