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의 교수의 교통시론=어느 이륜자동차 사고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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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의 교수의 교통시론=어느 이륜자동차 사고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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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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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륜자동차(오토바이) 사고 피해자의 유가족으로부터 제기된 이의사항을 접한 적이 있다.
자신의 어머니가 피해자이고 무단횡단 할 분이 아니며, 사망한 것도 슬픈데, 억울하게 법을 어긴 것으로 돼있으니 이의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의 기록에 따르면,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섬식 정류장에서 보도 방향으로 가는 횡단보도 상에서 보행자 적색신호인데도 피해자가 무단횡단하다 시속 70km로 달려오는 이륜자동차에 의해 횡단보도 상 2차로 지점에서 충돌하여 횡단보도를 5m 벗어난 지점의 3차로 상에 추락했다는 것이다. 충돌 사고 후, 인근병원으로 옮겨져 약 7시간 동안의 응급처치를 했으나, 내부 장기들이 여러 곳 파열해 과다 출혈이 생기고 눈도 실명하고 왼쪽다리, 척추, 천골 등이 골절되고 두개골외부 출혈 등으로 세상을 떴다는 것이다.
문제는 피해자 유가족이 경찰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초 충격시각을 불신했다. 사실, 사고발생시각은 보행자 신호체계상의 무단횡단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경찰의 기록에 의하면, 오전 11시05분이라고 돼있으나, 당시 실제 현장에 있던 전의경이나 유가족 측이 내세운 목격자에 의하면 11시11분경이고, 119 신고접수도 11시12분경이라는 것이 피해 유가족의 주장이다.
결국 최초 충돌시점이 경찰의 조사내용은 보행자 적색신호이고 유가족은 녹색신호였다고 첨예하게 대립한 사건이었다.
가·피해자의 가족들은 추가로 목격자 확보에 나섰고, 가해자 측이 더 많은 목격자를 확보는 했으나, 피해자 측의 목격자는 사고 당시 버스에 탑승한 채, 사건을 목격한 승객인지라 버스탑승시각과 사고 목격 시간이 교통카드로 증명이 된 반면, 가해자 측의 목격자들은 정확한 시간에 대한 자료가 다소 부족한 형편이었다.
그러던 중, CCTV가 등장했다. 사고현장의 반대편이지만, 초단위의 시간 흐름에 따라 동영상이 잡혀있는 중요한 자료인 셈이다. 동영상에는 갑자기 뭔가에 의해 행인들이 일제히 돌아보는 장면이 있고 차량신호는 적색으로 되어 있다. 교차로가 아닌 단일 가로 상에서 차량신호가 적색이라면, 보행자 신호는 녹색일 가능성이 높다.
요즘의 교통사고 재조사를 보면, 교통카드와 같은 차량 내 부착 단말기와 도로상의 영상검지 체계가 부수적인 목격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것 같다.
이의제기 사건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은 가·피해자를 뒤바꿔야 하는 경우이다. 초동수사 기록을 뒤 엎을만한 반증이 없다면, 이의제기가 수용되기는 힘들다.
그런데 이 사건은 어차피 가해자는 이륜자동차 운전자이므로 추가적으로 어떠한 반증이 나오더라도 사건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 다만, 사고의 책임을 논하는 데 있어서, 무단횡단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비율을 결정해 주고 이것이 피해보상과 상관관계가 높기 때문에 당사자 가족들이 민감해할 뿐, 경찰이 수사를 잘못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바뀐 사건과는 논점이 사뭇 다르다.
이륜자동차대 보행자의 사고는 대부분 첫 충돌 시, 충격음이 가장 크다. 이륜자동차는 일반 자동차와 달리, 최초 충돌 후 곧바로 전도된 채, 상당거리를 미끄러져 나가 최종위치에 정지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속과 신호위반인 경우가 많기에, 초동수사 때, 이점에 착안하여 조사를 철저히 하여야 한다.
이륜자동차가 미끄러진 노면 흔적은 과속 추정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수가 있고 인접 교차로의 신호체계를 살피는 것도 신호위반의 여부를 위해 중요한 부분이다. 이 같은 세 가지 특성만이라도 염두하고 초동수사를 했다면, 이륜자동차 사고조사서는 보다 객관적일 수가 있다.
이제 사고조사 시 경찰이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도 현장 주변의 CCTV와 각종 첨단 장비가 부착된 버스와 택시의 자료를 선점하는 것이다. 필수적인 자료를 경찰이 확보 못한 채, 부실하게 작성된 사고조사보고서가 가해자와 피해자의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초래하고, 만에 하나, 민간인 스스로가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과학기계의 자료가 경찰을 부끄럽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객원논설위원·관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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