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시론=어린이 수송차량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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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시론=어린이 수송차량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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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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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수송차량의 문제점

교통사고 조사자문을 한지도 어언 15년이 가까워 온다.
얼마 전, D시에 소재한 학원이 운영하는 승합차량에서 어린 초등학생이 내리자마자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 핏자국이 흥건하게 도로에 남아 있고 처참한 모습 그대로였다. 사건이야 나중에 명명백백히 밝혀지겠지만, 목격자나 주변 정황으로 보아 다른 차에 치였다기보다는 내려준 승합차에 끼인 채, 출발해 결국 승합차 밑에 깔려 사망한 것으로 추측하는 편이 우세했다.
사실, 어린이 수송차량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차량의 기본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는 데에 있다.
어린이집의 경우, 대부분 소형 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운행 횟수를 줄이기 위해 정원초과로 승차시키고 있고 학원의 경우에도, 15인승 이하의 승합차량에 보통 20명 정도의 어린이를 태우고 다니는 게 현실이다. 승차정원을 초과하는 일은 안전벨트 미착용의 문제를 야기하고 주행 시, 대형사고로도 이어질 위험이 있다.
법에는 어린이를 수송하는 차량은 경찰서에 '어린이보호차량'신고를 하고 운전기사 외에 보조요원이 탑승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어린이 수송차량들이 이를 준수하고 있지 않다. 보조요원을 배치하지 않는다면, 인지능력이 부족한 어린이인지라 승·하차 시에 여러 가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과도한 교육열 탓에, 학원과 어린이집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만 가고, 기관끼리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불법적인 교통편 제공이 일반화되고 있다. 사실 영세한 학원입장에서 보면, 학원차량들이 법에 명시된 내용을 일일이 준수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나름대로의 볼멘소리가 통하고 묵인되는 사회가 된다면, 늘어만 가는 어린이 희생자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나마 수도권에서는 부모들이 승하차시, 임장해 도와주는 모습이 종종 보이지만, 맞벌이 비율이 높은 저소득 계층 지역이나 지방에서는 차량에서 불안하게 아이가 혼자 내리고 길을 건너는 모습이 더 흔하다.
최근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한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OECD 국가 중 1위를 계속 고수하고 있다. 매우 불명예스럽고 어른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불법 지입차량이 판치고 어른들이 아이들을 학원으로 뺑뺑이 돌리는 동안, 어린이들은 안전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외국의 어린이 수송차량 관련 법규는 의무조항일 뿐만 아니라 차량 구조까지 명시하는 등 매우 구체적이고 세밀하다. 미국의 경우 어린이 통학버스의 운행규칙은 물론이고 통학버스를 따르거나 만나게 되는 다른 차량들의 운행규칙까지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어린이 수송 차량 내에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하고 승하차시의 세부시행규칙을 정해 놓을 정도로 철저하다. 선진국의 공통점은 철저한 단속과 처벌에 있다.
우리나라는 일단 법제도가 실효성이 없고 정부가 실태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대책이 시급하다. 우선적으로 모든 어린이 수송 차량에 통학 요금을 의무화해야 한다. 그래야 세제가 가동되고 통학버스 구입 시 세금면제와 안전장비 제공을 위한 보조금 지급, 보험료 할인 등의 지원책이 동원될 수 있다. 그리고 승하차 지역 규제가 절실하다.
사실,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것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교통사고에 관해서는 사회나 언론의 관심이 그리 큰 편이 아니라는 게 의아할 뿐이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에 버금가는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물론 그 출발점은 어린이 수송차량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본다.
미래를 책임질 어린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주는 일이야말로 국력의 기초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했으면 한다.
<객원논설위원·관동대 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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