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의 교수의 교통시론=운전면허에는 정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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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의 교수의 교통시론=운전면허에는 정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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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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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길을 나서면 이상한 차량을 발견하곤 한다. 소통이 원활한 곳에서 이상하게 천천히 달리는 차량이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대개는 연로하신 분이 운전자다. 80대 이상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운전대를 잡고 다니시는 주위 친척 분들을 보면, 대단하시다는 생각도 들지만, 혹시 저 분들이 1차로를 무작정 서행하시느라 다른 운전자들에게 민폐를 주면 어쩌나 걱정도 든다.
행동 능력이 현격히 저하된 고령운전자의 경우, 소통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교통안전에도 위험요소일 수가 있다.
우리나라 운전면허 제도에는 정년이 없다. 2종 면허의 경우, 9년마다 별다른 규제 없이 갱신하면 되고 1종의 경우, 7년마다 적성검사를 받게 되어 있다. 물론 65세 이상은 5년마다 적성검사를 받지만, 매우 형식적인 신체검사를 거치므로 실질적 운전행동 능력을 검사한다고 인정하기 힘들다.
과거, 선진국 대부분도 운전면허에 정년이 없었다. 한번 취득하면 평생 보장받는 것이 운전면허증이다. 유럽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은 형식적인 적성검사조차 없었다.
선진국은 이미 노령사회가 되어, 80세를 넘어 90세 운전자가 운전하는 일이 드문 일이 아니다. 이에 따른 노인교통사고 문제도 사회의 골칫거리 중에 하나로 대두된 지 벌써 오래다.
노인들의 이동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위험 노출률이 적을 텐데도 노인 스스로의 차량운전에 따른 노인교통사고율이 매우 높다.
그렇다 보니, 운전면허 감점제를 엄격히 적용하여 면허증 보유를 까다롭게 하는 프랑스와 같은 나라도 생기고 캐나다처럼 노인 운전자들의 운전능력을 향상시키고 노인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나라도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80세 이후에는 신체검사를 강화하고 운전실습 시험을 통과하고 2년마다 갱신하도록 강화하고 있을 정도이다.
한국 은퇴자 협회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령 운전자들에 의한 교통사고가 1992년에 1000건에 불과하던 것이 2006년에는 7000건이 넘어 7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노령 운전자의 사고는 젊은이들에게 나타나는 과속이나 신호위반 원인이 아닌 전혀 다른 양상의 사고를 야기 시키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미국처럼 시력, 판단력, 순간 반응력 저하를 극복할 수 있는 맞춤형 운전을 가르치는 운전재교육이 필요하고 이에 따른 보험료 연계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 
또한 노령 운전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택시산업이다. 우리나라 개인택시의 경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고령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할 수 있다. 2007년 서울개인택시 조합 통계에 따르면, 평균연령이 55세이고 최고령자는 88세이다.
일본에서는 운전사가 75세 이상일 경우에 교통사고 발생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게다가 승객들로부터 "나이 드신 운전사의 택시에 타면 운전이 위태롭다"는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개인택시 운전사의 정년이 75세까지로 제한됐다. 개정 전에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 택시 운전사가 전체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노인이 되면, 운동능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건강한 노인을 제외하고 심신이 불안정한 노인 분들은 운전면허를 제한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추진하는 게 합리적이다.
우리나라도 노령화 사회를 거쳐 곧 노령사회로 접어들 것이다. 지금까지의 노인교통사고 문제는 노인 보행자에게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제는 노인 운전자에게도 눈을 돌릴 때라고 본다. 도로에 쏟아지는 자가용 승용차 운전자의 20%가 65세 이상인 노인들로 채워질 날이 올 것이다.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평생 운전면허제도는 노령사회와는 부합되지 않는다. 노령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면허제도가 절실하다.
<객원논설위원·관동대 교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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