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화물운송사업 발전방안에 대한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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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화물운송사업 발전방안에 대한 의견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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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승 전국용달연합회장

최근 화물운송사업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모든 산업은 경기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고, 화물운송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 불황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사업자와 종사자는 적정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 등록제 당시 늘어난 사업용 차량으로 인한 여파가 아직 해소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허가제 시행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정부에서 추진한 화물운송사업 등록제가 IMF 구제금융조치 등 경제위기로 온 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 하에 실시됐고, 그 결과 우리나라 화물운송사업은 산업으로서의 기본조차도 지켜내지 못할 정도로 피폐한 분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정부는 등록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4년 허가제로 전환했으며, 2006년 말 당시 건설교통부에서 업종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 이후 화물운송시장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선진화 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이 발의돼 순차적으로 운송사의 건전성 확보와 차주의 권익 보호를 위한 각종 장치들이 마련돼 현재에 이른 것이다.

정부는 6월에 화물운송시장에 대한 거시적 발전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그 방안 중에 운송사업의 허가제 개선과 화물업종 개편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물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3월 대통령과 국토교통부장관의 발언으로 정점에 올랐고, 시장은 벌집을 쑤신 듯 온통 혼란으로 휩싸였다.

허가제 개선 논란은 화물운송시장 중 일부인 택배사들의 불만 해소를 위해 전체 사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과거 10여 년간 택배 분야에 필요한 차량 공급을 주장하는 택배사와 과잉공급을 우려하는 업계 간의 치열한 대립과 갈등이 있었으며, 그 해소책으로 두 차례 ‘배’번호 신규허가(증차)를 단행한 바 있음에도 택배사들은 차량 부족을 주장하고 있다. 공급 후에도 차량의 규모와 운영 형태는 변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차량의 공급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2015년도 국토교통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물동량은 6억5500만 톤이며, 이 중 택배가 차지하는 운송비율은 고작 2% 미만으로 추정된다.

전체 시장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겨우 2% 미만인 택배로 인해 전체의

98% 이상을 차지하는 시장까지도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등록제를 거론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 아닐 수 없다. 꼬리가 몸통을 너무 격하게 흔들다 보니, 제3자의 눈에는 흔들리는 꼬리만 보이는 것이다. 없어도 그만인 꼬리로 인해 몸통까지 휘둘리다가 넘어지거나 제갈 길을 가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5월 10일 전경련은 갈라파고스 규제개혁안을 발표했고, 그 중 택배 증차 규제 개선 시 1만4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전경련이 주장한 1만4천개의 일자리는 현재 자가용 화물자동차를 이용해 택배물량을 운송하고 있는 불법 행위 차량 숫자로, 한국통합물류협회의 증차 요구 대수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신규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불법 자가용 종사자에게 면죄부를 달라는 것이다.

문제는 자가용 종사자에게 사업용으로의 전환 기회를 주고, 합법 종사를 유도한 후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또다시 자가용 종사자수가 현재와 같다는 데 있다.

정부는 면밀한 분석과 검토를 토대로 필요 차량대수를 산정하고, 이해 당사자간 협의를 통해 적정하게 공급해 수요에 대응해야 할 것이며, 공급 이후 정밀 분석으로 수급의 효율성 및 적정성 여부를 판단, 지속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의 화물시장은 지역별, 산업별, 톤급별 특성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 특성에 따라 고유의 시장이 존재하고, 수십 년간 시장 특성에 맞게 발달하고 적응해 온 운송사업을 무시하면서까지 단순화 또는 통·폐합하는 것은 소수만를 위한 정책이 될 것이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며, 승자도 얻는 것도 없는 무의미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다수의 영세사업자는 또다시 노력해야 한다.

운송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과거형에서 탈피해 미래형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물류 형태도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온라인 거래의 활기에 힘입어 국내외 소화물 운송이 증가하면서 유행처럼 번지는 ‘물류서비스’라는 말과 함께 ‘물류스타트업 육성’, ‘유통과 IT의 융·복합’ 등등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으나, 결국 최일선에서 이뤄지는 운송은 현재의 종사자와 차량이 현재의 방법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운송시장의 현실이다.

화려한 용어에 걸맞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운송사의 직접 책임 하에 수주부터 배송까지 담당하는 토털 서비스로 처리해야 하므로 결국 운송사의 구조와 운영 건전성을 거론할 수밖에 없으나, 우리나라 운송사의 형편상 가능한 곳은 제한적일 것이다.

앞으로 화물선진화 방안의 엄정한 집행과 철저한 관리를 통해 운송사의 건전성을 확보해야 하며, 이를 통해 확보한 운송사의 물류서비스로 화주와 시장, 그리고 종사자까지도 웃을 수 있는 탄탄한 물류산업 영역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등록제 전환이나 업종 개편 등의 조치는 과거 십수년 전부터 이미 논의되거나 시행된 바 있었으며,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만큼 전철을 다시 밟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운송사업 종사는 우리나라 직업군 중 마지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섣부른 판단으로 수십만 종사자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계란을 쌓아 놓은 듯 불안해하는 영세 운송사업자들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정부 조사대로 용달사업자는 월 평균 수입이 100만원을 넘지 못하는 우리사회의 대표적인 경제적 약자이다. 정부의 제도개선이 이들을 더깊은 수렁으로 밀어넣는 반면 가진 자를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이미 정의가 아니다. 가진 자에게는 일개 계란에 불과하지만, 영세한 자에게는 그것이 가진 것의 전부라는 단순한 사실 또한 다시 한 번 생각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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