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대응력의 집중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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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대응력의 집중이 필요한 때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17.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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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일 년여 만에 찾아온 강진은 이번에 포항시를 흔들고 말았다. 경주지진이 발생하고, 나름의 지진에 대한 경험이 있었지만, 경주지진에 비해 규모가 작았던 지진강도에 비해 더욱 큰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장기화 되고 있는 이재민의 생활과 여진에 따른 시민의 정신적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많은 언론에서는 지진의 규모가 5.4에 지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발표하고 있으며, 무너진 건물외벽과 필로티 구조의 문제점 등 안전 불감증과 여전히 남은 지진재해에 취약한 우리나라 사회 전반을 되짚고 있지만 여전히 재난의 피해와 발생을 운에 맡겨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

운이 좋으면 지진 강도가 약해서 살고, 운이 나쁘면 지진 강도가 커서 큰 피해가 발생하고 인명이 손실되는 러시안 룰렛같은 재난대응의 인식은 물론이거니와, 상정한 이상의 지진재난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내진 강화와 안전진단·보수보강 등에 집중돼 있는 수습책은, 심각성은 인식하나 당장 현실에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만큼 인식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지진 규모에 따라 국가의 재난대응 역량이 좌우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당연히 지진만을 위한 대응이라는 것 자체는 너무나 소비가 많은 대응이 될 수밖에 없다.

 

30여 가지가 넘는 법정 재난별 대응을 국가가 한 번에 진행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의 재난대응체계는 분산과 집중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자체별로 소방운영을 하며, 각 지역별로 최소한의 대응자원을 확보토록 했으나, 최근 소방청의 출범과 소방의 국가직 논의가 되어가며, 역량이상의 재난에 전국적인 소방력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 됐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119특수소방대는 방사능 유출, 불산가스 유출과 같이 일반 소방장비로 대응이 불가한 상황에 대응하는 특공대 조직으로 전국에 주요 위험지역에 흩어져 있다.

하지만 각 센터에 20여명 남짓의 인원으로 최소배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방사능 유출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특수장비와 특수인력을 발생지로 집중해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효율성 중심의 전략으로 세계적인 추세임은 틀림이 없다.

허나 개별재난을 분석해 최적 입지를 정하는 분산전략이 있듯, 집중을 위한 긴급수송대책이 전재돼야만 가능한 이야기다.

재난의 강도와 종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무리 강한 재난이 발생하거나, 예상치 못한 재난에서도 피해지역 밖에 분산된 국가전체의 방재자원을 집중·투입해 어떠한 재난에도 제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국가 차원에서의 대응노력이 중요하다.

지진재난이 빈번한 일본에서는 긴급교통로와 긴급수송루트를 지정해 자국민의 피난유도 및 긴급물자와 자위대 병력의 이동확보에 이용한다.

또 911테러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DISASTER ROUTES를 지정하여 유사시 소방·경찰·군(軍)의 접근로를 확보하고, 주민들의 피난을 돕고 있다.

국가는 어떤 재난에서도 국가기능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행정안전부(구)국민안전처(방재도로 구축 및 유지 사업, 2016)에서는 법정 재난을 모두 분석하여 재난상황에서의 긴급차량의 이동과 광역교통체계를 분석하여 국가재난 시 활용이 가능한 긴급수송로를 제공하고자 했다.

이는 광역지자체 소재지가 서로 연결돼 지원 가능한 최소한의 연결도로를 시간·거리·우회율·내재해성(지진·홍수 등) 등을 평가해 확보 가능한 도로를 사전에 지정함으로써 어느 지자체라도 재난발생시 고립되지 않고, 국가의 모든 자원을 지체 없이 투입하기 위한 최적의 경로를 산출한 것이다.

이 분석에서는 심각한 기후성 재난(해발고도 50m침수 시)가 발생하면, 울산·부산광역시, 경남도청에 접근할 수 있는 도로가 확보되지 않아 고립될 수 있는 위험성이 다분하다.

6.0이상의 지진으로 경부고속도로와 4번국도가 피해를 입게 되면, 경주시가 고립될 가능성 있고, 울산지역 원자력발전소 사고발생 시에는 75분 이내에 40%의 119특수구조대만이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돼 있다.

국가가 지정한 긴급수송로를 활용하고, 긴급차량에 우선권이 보장된다는 전제 하 가능한 시나리오다.

만약 재난 직후 교통관리를 못하는 경우라면, 접근시간은 무한대로 증가하게 된다.

재난에 대비하고 노력하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언제든 역량을 넘어서는 재난발생은 일어날 수 있으며, 예측하지 못한 신종재난 또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국가가 모두 막아달라는 기대를 할 수는 없으나, 재난이 발생할 때 즉흥적인 대책을 강구하며 시간을 보내지 않고, 침착하게 지금껏 준비해 온 모든 방법을 즉시 동원하여 해결하는 업무의 연속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최소한 국가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긴급 물자와 자원을 지체 없이 동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는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포항지진에서도 단순건물의 피해를 넘어 도로·철도 등 인프라 시설이 피해를 입게 되었다면, 긴급수송로 확보 없이는 접근자체에 수일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또 그로 인한 추가 피해 역시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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