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볼 대상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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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볼 대상은 따로 있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9.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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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민감한 사안이라 (말하기가)조심스럽다.” 최근 서울 시내버스 업계를 돌며 중국산 전기버스에 보조금 주는 문제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마치 사전에 의논이라도 한 것처럼, 이구동성 업계 속내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중국산 전기버스에 보조금을 주는 문제는 새로울 것 없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중국산 버스가 국내 시장에 밀려든 지난해에도 업계 일각에서 꾸준히 나온 이야기라, 이제는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정도다.

뻔한 이야기라 쉽게 업계 생각을 들을 거라 여겼는데, 현장 분위기는 기대와 달랐다. 업체 한 관계자는 “(중국산 전기버스 보조금)문제가 이슈화되자 시는 물론 업계 일각에서 ‘누가 자꾸 여론을 형성시키냐’는 식으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며 “시에선 자꾸 문제제기하면 무역 분쟁으로 비화돼 중국으로부터 압력이 들어올 거라며 쉬쉬하고, 시장에선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이유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산 전기버스에 보조금을 주는 논란은 결론을 내기가 쉽지는 않다. 중국산 차량에 보조금을 줘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나름 타당한 근거로 접근하지만, 못지않게 합리적인 비판도 얼마든지 가능해서다. ‘(보조금은)구입하는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지만, 사실상 이를 통해 관련 산업을 키우려는 의도도 큰 만큼 외산차에 지원하는 것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거나 ‘중국은 한국산 배터리 장착 차량에 보조금을 주지 않는데, 무작정 중국산에 국민에게 걷은 나랏돈을 투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비판 논지다.

전기버스 보조금 문제를 면밀히 따져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적지 않은 이가 동의한다. “어떤 말이 맞든지 간에 그런 합리적 의구심은 건전한 시장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한 이도 있다. 그런데도 일부 이해 당사자가 보이는 입장과 태도가 이런 여론과 동떨어져 보이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당장 지금이 아닌 앞으로 미래에 시장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주장하는 이도 있는데, 대부분 “내일 아니니 상관없다”는 투로 외면하려 드는 것 같다. 오히려 눈치 보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 속을 알길 없는 제삼자 입장에선 의혹만 짙어지게 만든다. “시나 업체가 중국산을 구입하면 무언가 큰 혜택을 받는 것 아니냐”는 확인 어려운 루머가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전기버스 보조금은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이다. 달리 말해 사업 추진과 진행 과정 모두 국민이 합당하게 수긍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에서 비판이 제기된다면 당연히 그에 맞게 진지한 고민이 병행돼야한다. 시나 업계 모두 정말로 중국 눈치를 보는 것이라면, 대상이 잘못됐다는 점을 한번 쯤 고민해 봐야한다. 눈치 볼 대상은 중국이 아닌 국민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산업은 이제 막 태동했다. 관련 시장도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다. 시행착오는 물론 온갖 허점과 오류가 발견될 수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누구든지 열린 마음으로 제기된 문제를 검토하고 고치려는 자세를 보여야 시장질서가 왜곡되지 않고 올바로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쉬쉬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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