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창간인터뷰] “아이들 웃음보면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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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창간인터뷰] “아이들 웃음보면 내 입가에도 미소가 번져요”
  • 안승국 기자 sgahn@gyotongn.com
  • 승인 2019.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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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세버스 기사 ‘긍정왕’ 박정순씨 인터뷰

 

[교통신문 안승국 기자] 정해진 시간에 따라 도심 곳곳을 누비는 통학용 전세버스는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아 항상 위험운전에 노출돼있다.

시내에 보이지 않는 정류장 노선을 17년째 운행 중인 전세버스 기사 박정순(55)씨는 “탑승 시간이 밀리면 그만큼 기다리거나 못타는 아이가 발생해 급한 마음으로 일하지만 아이들이 웃으며 인사할 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고 말했다.

처음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땐 여성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일을 맡기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박씨는 “다른 남성 기사들과 똑같이 일 할 자신있으니 동등하게 대해달라. 그 기준에 미달된다면 누구도 탓하지않고 나 스스로 그만두겠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사에 성공한 박 씨는 웬만한 남성 기사들보다 더 많이, 안전히 일하면서 여성 기사에 대한 우려를 믿음으로 바꿔놨다.

박 씨는 “회사에서 직접 여성 기사를 써보니 나름대로 운전도 안정적으로 잘하고, 꼼꼼하면서 친절하게 아이들한테 잘 대하니 그런 부분에서 인정받은 것 같다”며 “요즘엔 여성 기사를 원하는 사업자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박 씨는 아이와 학생이 다니는 유치원·입시학원, 일반 여행객 대상인 관광까지 총 세 곳에서 운행 중이다. 일이 힘든 와중에도 요즘 그녀를 힘나게 하는 건 관광일이다.

박 씨는 “다른 기사들 같은 경우 관광일을 나가서 운행 중이 아닐 땐 대부분 차에서 쉬기 마련인데, 나는 승객들과 함께 여행 일정을 돌며 같이 어우러진다”며 “마치 내가 가이드가 된 것처럼 안내도 해주고, 승객들과 함께 어울리면 그 주 받았던 스트레스가 다 해소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남들은 비용을 지출하면서 놀러 다니는데 자신은 돈을 벌면서 놀러 다닌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긍정적인 박 씨도 힘들 때가 없진 않다. 근로자의 필수 조건인 휴게 시간이나 공간이 버스 업계 중에서도 가장 부족한 편이기 때문이다.

박 씨는 “마을버스 같은 경우 보통 회사 내에 조그만 휴게실이라도 마련돼있는 반면 여기는 휴게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안된다”고 말했다.

회사에 휴게실이 있다 해도 기사들이 일하는 곳과 회사의 거리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쉬기 위해서 이동하는 것은 시간·비용적으로 낭비이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기사를 위한 휴게 공간을 마련해 놓는 곳이 있긴 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박 씨는 “학교건 학원이건 그 안에서 쉬는 공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짬짬이 10~20분이라도 쉴 수 있다는 것이다. 힘들어도 매사 긍정적으로 대하려는 박 씨는 ‘긍정왕’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말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여성이 없는 만큼 이쪽 업계는 힘든 일이라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 무엇이든 마음먹기에 달린 것처럼 즐겁게 일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생각해요. 이런 마음 가짐으로 다른 여성들도 용기내서 도전해 봤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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