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비중 축소됐는데, 일부 수입차는 오히려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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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차’ 비중 축소됐는데, 일부 수입차는 오히려 ‘집중’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20.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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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판매량 17.4% 하락
일부 브랜드 할인정책 유지
주력 경유차 모델 판매 올인
“친환경차 정책 역행” 지적
최근 출시된 폭스바겐 신형 투아렉 [참고사진]
최근 출시된 폭스바겐 신형 투아렉 [참고사진]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국내에서 디젤자동차(경유차)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데도, 일부 수입차 브랜드 업체는 여전히 경유차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업체가 신형 경유차를 내놓으면서 가격을 할인해 소비자를 끌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경유차 판매량(승용차 기준)은 국산(36만2856대)과 수입(7만4235대)을 합해 43만7091대다. 전년도인 2018년(52만9133대) 보다 17.4% 줄어든 수치다. 특히 수입차 감소세가 컸다. 수입차는 2018년(10만6881대) 대비 30.5% 판매가 감소했다.

판매가 줄면서 전체 국내 차량 등록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경유차 등록대수는 995만7543대로 전년 동기(992만9537대) 대비 0.3% 증가했다. 총 차량 등록대수가 같은 기간 2320만2555대에서 2367만7366대로 2.0% 증가한 것은 물론, 최근 몇 년 동안 경유차가 대부분인 스포츠다목적차량(SUV)과 레저차량(RV)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을 감안할 땐 성장세가 주춤했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반면 주요 친환경차 등록대수는 크게 늘었다. 전기차는 지난해 말 기준 8만9918대가 전국적으로 등록돼 전년 동기(5만5756대) 대비 61.3% 늘었다. 수소차는 5083대로 전년 동기(893대) 대비 5~6배 증가했다.

친환경차가 늘어난 것은 정부가 보급정책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업체별로 정부 정책과 글로벌 시장 환경 등에 따라 경유차 비중을 낮추려는 움직임도 확산 중이다. 친환경차가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장 환경이라 경유차 판매는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업계는 특히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것이 수입차라고 보고 있다. 경유차 비중이 높은 독일을 포함한 유럽계 브랜드가 시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왔다.

이를 의식하고 있는 일부 수입차 브랜드 업체가 택한 전략은 가격 할인이다. 디젤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한국에서 철수되다시피 했던 폭스바겐을 비롯해 경유차 판매 비중이 높은 적지 않은 업체가 차량 가격을 할인해주고 있다. 앞서 언급된 폭스바겐의 경우 국내에서 현재 ‘아테온’, ‘티구안’, ‘투아렉’ 등 경유차 3종만 판매하고 있다. 투아렉은 출시하자마자 일부 조건을 내걸고 10% 넘게 차량 가격을 할인해 주고 있다. 다른 두 차종도 재고 소진을 위해 가격을 할인해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덕분에 폭스바겐 두 차종이 1월 판매량 기준 수입차 베스트셀링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도 수입차 업체가 경유차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태생적 한계’ 때문이란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국내에서 수입차 성장을 주도했던 것이 경유차다. 이를 단번에 축소하고 다른 유종 차량을 확대하는 것은 수입차 업체 입장에선 모험에 가까울 수 있다. 업체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경유차를 어떤 식으로든 판매해 생존함으로써 시간을 벌고, 이후 시장 트렌드에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수입 경유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시장에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자유 시장에서 소비자 구입 의지를 막지는 못하고, 업체가 가격을 낮춰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도 마냥 잘못이라고 할 순 없다”는 시장 일각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 같은 업체 태도에 대해선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는 이도 적지 않다. 당장 차를 팔면 그뿐이라는 태도는 곱씹어볼 문제라는 것이다.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경유차에 집중하는 일부 수입차 브랜드 업체 태도는 최근 친환경차 전략을 속속 내놓고 있는 글로벌 본사 정책과 역행하는 것처럼 보여 아이러니하다. 특히 가솔린(휘발유) 모델이 있는데도 경유차만 들여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를 방관하는 것 같은 정부 또한 대응책을 강구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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