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굿바이,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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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굿바이, 타다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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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타다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지난 4일 ‘타다 금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자 타다는 기다렸다는 듯이 입장문을 내놨다. 입장문을 읽고 잠시 머뭇거렸다. 예상치 못한 사업 중단 발표였기 때문이다. 타다는 이용자와 드라이버들에게 죄송하다며 입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것은 타다가 미리 써놓은 유언장처럼 보였다.

지난 2018년 10월 출시 이후 1년 5개월간 ‘타다 이슈’는 우리 사회 최대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지난겨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거취 문제를 놓고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여론이 첨예하게 갈렸던 것처럼 누군가는 ‘혁신을 빙자한 사기꾼 집단’이라고 불렀고, 누군가는 ‘대한민국 모빌리티 산업을 이끌 혁신 기업’이라고 칭했다.

많은 논점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혁신’과 ‘공정’ 두 가지 키워드로 간략히 정리해 볼 수 있다. 

먼저 타다의 ‘혁신’은 다른 무엇보다 ‘불친절하고 승차거부를 일삼는’ 택시의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그동안 이렇다 할 개선과 혁신의 유인이 없었던 택시업계에 일종의 ‘메기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타다의 혁신은 ‘공정’하지 않았다. 타다는 ‘합법’ 서비스임을 강조했지만, 세상에 모든 일이 합법과 불법 두 가지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에는 편법, 탈법 등이 있다.

굳이 따지자면 타다의 경우 법을 정면으로 위배하지 않으면서 법의 취지나 통제를 교묘히 빠져나갔다는 점에서 ‘탈법’에 가깝다. 타다가 사업 근거로 삼은 시행령의 입법 취지는 분명 지금과 같은 타다의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또 타다는 자신들의 서비스가 택시 시장과는 무관하며 새로운 영역을 창출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타다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이 기존 택시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었다.

타다의 시동을 끈 건 다름 아닌 타다 자신이다. 누구도 타다에게 멈추라고 말하지 않았다. 타다는 '타다 금지법' 통과로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이는 절반의 진실이다.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플랫폼 운송사업의 자동차 확보 방법으로 ‘임차(렌터카)’를 추가해 타다와 같은 사업자의 경우에도 플랫폼 운송사업 허가를 받으면 현행 방식 그대로 운송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도 할 만큼 했다. 국토부는 타다에 합법의 가장자리에서 불안하게 사업을 영위하지 말고 울타리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설득했지만, 타다는 제도화된 혁신은 혁신이 아니라며 끝내 사업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제 타다가 피 흘려 얻은 과실은 유사 업체인 ‘파파’와 ‘차차’에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반면 타다는 일방적으로 사업을 중단한 책임을 추궁받는 상황에 처했다. 최근 타다 드라이버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타다의 일방적인 사업 중단 결정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겉으로는 1만 2천 드라이버의 생계를 운운하면서, 결국 드라이버들을 일회용품처럼 버렸다”며 타다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2일 이재웅 대표는 법사위 심의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앞으로 타다가 잘 성장해서 유니콘이 되거나 기업공개가 돼 이익을 얻게 된다면 그 이익은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했다. 만일 이 같은 진정성을 가지고 대처해 나갔더라면 타다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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