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돌아가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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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돌아가는 시장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20.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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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지난 18일 미국 로스엔젤리스에서 현대차가 7세대 신형 ‘아반떼’를 공개하고 국내에서 사전계약을 받았다. 다음 달 출시되는 차량은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대가 팔렸다.

앞서 3월 기아차가 출시한 4세대 ‘쏘렌토’는 2월 사전계약 첫날에만 1만8800대가 팔리며 브랜드 사전계약 신기록을 세웠다. 쏘렌토는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사전계약을 받은 18일 동안 2만6000대가 팔렸다. 지난해 판매량 반년 치를 넘어섰다.

르노삼성차가 내놓은 ‘XM3’ 역시 출시 15일 만에 사전계약 1만6000대를 달성했다. 아울러 한국GM이 1월에 출시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는 6000대가 사전 계약됐다. 트레일블레이저는 2월에만 1만531대가 수출돼 현대차 ‘투싼’과 ‘코나’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해외로 나간 모델로 꼽혔다.

딱 신차 출시만 놓고 보면, 자동차 시장은 지금 엄청난 활황세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례적이란 반응까지 나올 법하다. 바이러스 출몰로 글로벌 경제·사회는 완전히 멈췄다. 자동차 시장의 경우 2월 국산 브랜드 내수 판매량은 총 8만2145대로 전월 대비 17.8% 줄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1.5%로 감소폭이 더욱 커진다. 정부가 개별소비세를 다시 인하하고, 각 업체가 차량가격을 내렸는데도 소비자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상황이 국내든 세계든 앞으로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풀릴 것’이란 기대가 있는 반면, ‘내년까지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산업계 모두 언젠가는 ‘코로나19’로 비롯된 침체기가 풀릴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그래서 ‘기대수요’란 단어가 요새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꽁꽁 얼어붙은 시장이 머지않아 풀리면 그간 움츠려들었던 수요가 폭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대개 산업계 전반이 같은 인식을 하는 것 같다. 최근 자동차산업연합회가 개최한 포럼에서도 갑작스런 ‘수요폭증’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었다.

이렇다보니, 국산차 업체 또한 현재의 힘든 상황을 신차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선은 안방인 내수 시장을 집중 공략해 반등을 노린다는 것이 이들 업체 전략이다. 물론 ‘한정된 시장에서 차를 많이 팔아봐야 무슨 소용이냐’는 부정적 평가도 있을 수 있다. 국내 업체조차 글로벌 시장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상황에서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유럽이 개점휴업 상태라니, 이런 시선도 나름 수긍할 만하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지난해 기준 내수 시장이 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7%와 18%에 불과했다. 게다가 지난달 말 기준으로 해외생산시설 상당수가 휴업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생산 능력이 크게 감소했다. 현대차는 550만대에서 357만대로, 기아차는 382만대에서 285만대로 쪼그라들었다.

그럼에도 국내 업체가 내수 시장에서 전략적으로 신차를 출시하며 시장 흥행을 이끌려는 것은 ‘유동성’ 확보 때문이란 분석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현금을 많이 쌓아둔 기업이 최종 승자일 것”이란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들 업체 강성노조 일부가 모처럼 협력 분위기를 보이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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