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플랫폼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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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플랫폼의 시대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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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호 교수의 자동차 단막극장

현대차에서 전기차 플랫폼인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을 발표했다. 이미 여러 자동차 회사에서 이러한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파악하기 어렵지는 않겠지만 이번 현대차의 발표에는 눈여겨보아야 할 지점이 있다.

모듈화와 표준화를 통해 부품수를 줄이고, 다양한 용량의 배터리 및 모터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폭스바겐 등 타사의 플랫폼과 거의 동일하다. 테슬라의 경우 전용 동력장치 및 중앙집중식 컨트롤러에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까지 적용하여 제조단가, 부품원가, 주행성능 및 효율 등을 극단까지 끌어올려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현대차의 E-GMP와 비교해본다면 좋은 분석이 될 것이다.

현대차의 E-GMP에서는 우선 모터, 감속기 및 인버터를 일체화했다. 하나의 모듈에 유기적으로 모터, 감속기 및 인버터가 통합되면서, 예를 들면 감속기 오일을 이용한 모터 냉각이 가능해졌고, 이 모듈의 제조 원가 및 중량 등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인버터는 모터에 공급되는 전력을 제어해 모터의 회전 속도 및 토크를 제어하는 핵심 부품으로 모터와 함께 작동 시 고열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제어장치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E-GMP의 경우 실리콘 카바이드라는 내열성 재질을 이용하는 전력반도체를 적용했다. 실리콘 카바이드 전력 반도체는 두께가 얇고 강도가 높아 고전력 모터 시스템에 특히 최적화돼 있어 이를 적용한 E-GMP의 경쟁력을 한결 높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자동차 회사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기술상의 난점을 돌파한 것이다.

또한 모터를 구동하기 위한 고정자의 코일 권선이 넓은 단면적을 갖는 헤어핀(hairpin) 권선 방식으로 모터 성능을 5% 이상 끌어올린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모터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코일 권선 형식을 적용해 전기차 모터의 핵심기술까지 확보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내연기관 차량 제조사의 한계를 벗어나 전기차 제조사로의 도약을 모색하는 대담한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모터에서 감속기로 전달된 회전력을 구동 휠로 전달하는 구동축에 휠 허브 베어링이 일체형으로 적용되어 중량 및 제조원가 등을 절감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배터리팩에서 큰 변화가 나타났는데, 우선 파우치 타입의 배터리와 냉각시스템을 분리시킨 것이 돋보인다. 냉각 라인을 배터리 하부에 장착해 누수에 의한 배터리 손상을 예방했고, 배터리 용량 조절을 좀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800V 충전시스템을 적용해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점도 돋보인다. E-GMP의 모터와 인버터를 이용한 승압 방식을 이용하면 기존의 400V 고전압 충전시스템에 서도 고속 충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여기에 V2L(Vehicle to Load)과 같은 전력 공급 방식도 적용해 TV나 에어컨과 같은 외부 전기장치에 대해서도 3.5kW 수준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V2G(Vehicle to Grid)까지 적용돼,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일반화돼 있지 않지만 앞으로 전력 매매 시장이 활성화되면, 가격이 쌀 때 전력망을 통해 충전하고 비쌀 때 전기를 되팔 수도 있기 때문에 한층 E-GMP의 매력도를 높인다고 할 수 있다.

테슬라가 이끌고 있는 전기차 시장은 2020년에 폭발적인 성장을 시작했다.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 진입하겠다고 이야기해온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사에서도 이제 시작할 시점이다. 즉,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한 원년이 바로 2020년이라는 것이다.

거의 같은 출발점에 선 자동차 제조사들 중에서 과연 어느 회사가 유리할까? 오래된 레거시(legacy, 유산)를 자랑하는 BMW나 폭스바겐 같은 유럽의 회사일까 아니면 이제 50년 정도 된 현대차일까. 테슬라를 보면 그 답을 예상할 수 있지 않을까. 지켜야 할 유산이 적은 자동차 회사에서 오히려 치고 나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 아닐까. 이번 현대차의 E-GMP 발표를 보면서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에서 좋은 기회를 선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기존의 자동차 회사와 우호적인 제휴 관계를 고려하고 있다는 엘론 머스크의 인터뷰 소식까지 들려 더욱 현대차의 E-GMP에 눈길이 가기도 한다.

물론 고도로 중앙집적된 통합 OS(Operating System)과 저전력 컨트롤 컴퓨터까지 자체 설계하고 저렴한 카메라 기반의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고도의 인공지능시스템 도조(Dojo)를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까지 확보한 테슬라를 따라잡기에는 다소 역부족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제대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현대차가 100년 이상 된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을 물리치고 전기차 시장의 강자가 되기를 기원한다. 전기차 시장에서 E-GMP를 시작으로 현대차의 성공이 지속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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