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훈 박사의 도시교통] 교통표지에도 생동감을 불어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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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훈 박사의 도시교통] 교통표지에도 생동감을 불어 넣자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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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호등과 함께 교통표지도 자동차교통이 시작된 이래 오랜 역사를 함께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규격은 없으나 크기와 모양 등 설치 운영 방법은 나라마다 다소 차이는 있어도 대동소이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로교통법 2조에서 교통안전표지의 정의로 교통안전에 필요한 주의, 규제, 지시 등을 표시하는 표지판이나 도로의 바닥에 표시하는 기호, 문자 또는 선 등을 말한다고 돼 있다. 과거에는 경찰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을 이관받아 설치 운영했으나 지금은 시장, 군수가 설치 관리의 주체로 돼 있다.

교통안전표지의 종류와 설치방법과 시공방법은 경찰청에서 발간하는 업무편람에서 상세하게 제시돼 있고 수시로 갱신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교통표지는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국도와 지방도에서도 충분하다 못해 포화상태라는 느낌마저 받는다. 예산이 매년 배정되고 집행은 해야 하니 최근에는 도로교통법에서 제시하고 있지 않은 다양한 패턴의 교통표지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도로 주행 시 운전자가 도로로부터 받아들이는 교통안전 정보는 너무 많고 다양하다. 최근에는 차량 내비게이션으로도 교통안전 정보를 음성으로 들어가면서 운전하기 때문에 정보의 홍수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도로교통 초기부터 도입된 교통표지 시스템 전반을 한번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도입 초기에는 설치돼야 할 곳에 설치가 안 돼서 문제가 됐으나 양적으로 충분한 지금의 시점에서는 설치하는 방법과 실제로 운전자에게 어떻게 전달되고 또 운전에 도움이 되는지를 보다 실질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꽤 오래전에 호주 시드니 출장을 갔을 때 조수석에 앉아서 앞을 보니 다양한 교통표지가 눈에 들어오는데 마치 운전자와 교통표지가 대화를 하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운전을 교통표지에 따라서 하면 자연스럽게 안전하고 편안한 주행이 되고 있었다.

결국 교통표지는 어떤 정해진 틀에 맞춰 하는 형식적인 설치보다는 운전자가 도로상황을 쉽게 또 주행구간에 걸쳐서 알 수 있게 하면 되는 것이었다. 의미도 어려운 기호형식의 교통안전표지를 운전면허시험에 출제할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사용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교통표지의 종류도 도로교통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설치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통표지 중에서 단연코 제일 많은 것이 교통규제 속도표지와 단속안내표지일 것이다. 급커브와 같은 위험지점에 설치하는 것은 이해되나 과속을 못하게 하기 이전에 위험구간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일례로 스페인 국도의 경우 속도규제가 지점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일정 구간에 걸쳐 가변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령 합류지점이 전방에 있으면 사전에 두세 단계에 걸쳐 속도를 낮추고 합류지점을 통과하면 규제속도를 단계별로 높이는 연속적인 속도규제 표지판을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교통표지에 순응해 운전하면 부드럽고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다. 속도규제 지점에서만 급감속하고 바로 급가속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면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교통표지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우수 사례도 많은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제는 고속도로 뿐만 아니라 전국 도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노면에 색깔로 표시된 차로유도 안내선이 그것이다. 과거 광활한 교차로나 요금소에서 볼 수 있었던 교통표지에 의한 안내는 한계도 있고 특히 야간에는 더욱 문제가 있었다. 통계는 없으나 노면에 색깔로 표시한 차로유도안내선은 교통안전에 큰 효과가 있음에 틀림없다.

또 민식이법에도 불구하고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스쿨존 교통사고가 사회적 문제가 되자 교통안전 당국에서는 스쿨존의 횡단보도 색상을 흰색이 아닌 노란색으로 한다는 소식도 들려 온다.

이렇듯이 도로교통안전에 매우 중요한 교통표지는 규칙에 입각한 엄격하고 보수적인 운영보다는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 생동감 있게 설치하고 운영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현행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8조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통안전표지와 노면표시를 기본으로 하면서 시행규칙에서 제시하고 있는 설치방법 이외의 방법에도 개방적이어야 한다.

야간주행에 도움이 되는 전광판 형식의 교통표지도 더욱 확대돼야 하고 기존의 교통표지와 보조표지만으로는 충분히 전달이 안 될 때는 연속적인 교통안전표지도 필요하다. 지점이 아닌 구간을 위한 교통표지와 설치방법도 다양하게 강구돼야 한다.

차량마다 내비게이션을 통해 안내가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비게이션 안내 내용과 매칭이 되는 교통표지가 설치됐는지도 점검이 필요하다.

아울러 가까운 미래에 구현될 자율주행시대를 준비하는 자세로 기 설치돼 있는 교통표지를 어떻게 정비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모든 교통표지의 설치목적은 운전자의 안전운행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너무 경직되고 통일적일 필요는 없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다양한 교통표지를 적극 적용해 교통표지에 생동감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사고방식을 일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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