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캠페인] 보복운전
상태바
[택시캠페인] 보복운전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4.0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한 여성 정당인이 보복운전을 했다 하여 사회적 논란이 인 적이 있다. 보복운전 자체가 도로교통법규 위반이지만, 그 보다는 운전자의 신분이 주요 정당인이라는 점에서 뉴스거리가 됐는데, 경찰조사에서 보복운전으로 판명이 된 이후 이 여성 정당인은 사건 당시 자신이 운전을 하지 않았고, 대리운전자가 운전을 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전국의 대리운전업소를 뒤져서라도 사건 당일 자신의 자동차를 운전한 대리운전자를 찾겠다고 했다. 그러고 다시 시간이 수일 경과한 뒤, 이번에는 어느 대리운전자가 찾아와 ’자신이 대리운전자‘라고 실토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의 결과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알 수 없지만, 문제의 원인이 보복운전이었다는 점은 명확히 밝혀진 셈이다.

 

운전 능력 믿고 감정적으로 운전하면 처벌 대상

 

‘보복운전’은 교통범죄…처분강화 추세

블랙박스 등 기기 통해 사실확인 용이

위협운전 포함한 과잉대응 행동 삼가야

 

사건은 어느 운전자가 운행을 하는 중 갑자기 자동차 한 대가 자신의 자동차 앞으로 끼어들기를 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그는 깜짝 놀라 경음기를 울렸는데, 그러자 끼어들기를 한 자동차는 뒷차의 경음기 소리에 화가 난 듯 뒷차의 진행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이에 뒷차는 시비를 피하고자 차선을 옮겼는데, 앞차 역시 차선을 변경해 재차 뒷차의 진로를 방해하면서 급브레이크를 밟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운행이 몇차례 계속되자 뒷차 운전자가 앞차의 행위를 보복운전이라 판단하고 경찰에 신고해 사건이 된 것이다.

그와 같은 운전행태는 과거 특별한 처벌 근거가 없어 사고로 이어진 경우가 아니면 처벌되지 않았지만, 대략 10년 전부터 보복운전의 피해를 호소하는 운전자가 늘어나면서 중요한 교통범죄의 하나로 인식됐고, 마침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교통방해치상죄로 다스리게 됐다.

보복운전 피해 신고가 매년 4천여 건씩 접수되고 있다.

경찰청의 '연도별 보복운전 신고현황'에 따르면, 보복운전 신고는 2018년 4428건, 2019년 5548건, 2020년 5296건, 2021년 4549건, 지난해 3806건 등 총 2만3627건 접수됐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고의 급제동이 5044건(21%)으로 가장 많았고, 서행 등으로 인한 진로방해 2763건(12%), 협박 1280건(5%), 교통사고 야기 486건(2%), 재물손괴 288건(1%), 폭행 149건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보복운전 신고 사건 3806건 중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1563건(41%)이었고, 나머지는 불기소 894건(23%), 불입건 593건(16%), 범칙금에 해당하는 통고처분 756건(20%) 등이었다.

명백한 것은 보복운전으로 접수되는 사건이 여전히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 그래서 기소되거나 처벌되는 운전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보복운전을 경험한 운전자들에 따르면, 보복운전 유발 원인으로는 방향지시등 미사용, 서행운전 시비, 운전자를 자극하는 끼어들기, 난폭운전, 경적·상향등 사용 시비 등이 꼽혔다. 앞지르기 후 급감속·제동, 급제동을 반복하며 위협, 뒤쫓아가 고의로 충돌하는 경우 등도 대표 사례로 소개됐다.

그런 행동이 자신의 운행을 방해한다고 여기는 운전자는 평상심을 잃고 앙갚음을 하는 것이 보복운전이다. 이는 곧 범죄다.

도로 위에서 운전을 잘하는 사람으로 택시운전자가 꼽힌다. 직업운전자이기에 당연하지만, 승객을 태울 때가 많아 서툰 운전은 당장 ‘운전부적격자’로 치부될 수 있다. 실제 대부분의 택시운전자들의 운전능력은 일반인에 비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는 ‘운전을 잘한다’는 의미를 ‘잘 달린다’, ‘빨리 달린다’는 것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다른 이들에 비해 운전능력이 우수한 사람 가운데 일부는 남들 보다 빨리 달리고, 남들을 압도하는 운전을 잘하는 운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스스로 운전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하는 운전자는 운전 중 다른 자동차들에 의해 추월당하거나 진로를 방해하는 다른 자동차를 용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 운전상황에서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감정이 상해 분노하게 되고, 그와 같은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보복운전은 그런 식으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일어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지난 2020년 12월 서울남부지법은 올림픽대로를 달리던 자동차 운전자가 옆차로를 달리던 차량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자신의 차량 앞으로 끼어들었다는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갑자기 진로를 변경해 상대방 차의 진로를 막고 급정거한 김 모 씨에게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이처럼 일시적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상대방 차에게 가해를 입힐 목적으로 급정거하는 행위를 중대한 범죄행위로 인정한 바 있다.

이처럼 보복운전은 명백한 교통폭력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 할 것이나, 교통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보복운전이 끊이지 않고 있어 문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경험이 많은 택시운전자는 보복운전이라 할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주 유사한 운전행위를 한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을 추월한 자동차의 옆차선으로 달려나가 슬그머니 추월한 자동차의 차선으로 차 앞머리를 내밀며 차선을 드나들거나 ▲끼어들기를 한 자동차의 앞쪽으로 차를 운행하고는 의도적으로 서행하며 뒷차의 운행을 방해하고 ▲자신을 추월한 자동차 바로 뒤에 붙어 계속해서 차간거리를 유지하며 뒤따라 붙는 행위 등이 그것이며, 이외에도 일반 운전자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운전으로 다른 자동차에게 위협을 가하는 일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다분히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 내차의 운행에 지장을 줬다는 이유로 교묘한 방법을 동원해 다른 차의 운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비록 보복운전 등 교통폭력으로 규정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그러나 만약 택시의 그와 같은 운전으로 다른 자동차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되면 사고자동차에 부착된 블랙박스를 통한 사고현장의 상황이 생생하게 재현돼 사고의 원인제공 요인들이 그대로 드러나 책임을 묻게 된다.

이 경우 최근 경찰의 판단이나 법원의 태도는 위협운전, 보복운전에 대해 매우 엄격히 처분하는 경향이 강해 교통폭력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울의 한 택시운전자는 “일반적으로는 택시에 의한 보복운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서울처럼 자동차가 많은 지역에서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일부 가능한 상황이 있다 해도 도처에 감시카메라가 있고, 자동차마다 블랙박스가 있는데 무슨 재주로 보복운전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택시운전자의 경우 운전능력이 비교우위에 있다는 점, 운전경력이 길어 스스로의 운전에 자부심이 강하다는 점, 교통법규를 잘 알고 대처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다는 점 등은 택시에 보복운전의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 첨단 기기들이 일반화된 현재 상황은 보복운전을 하면 어느 경우든 반드시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는 행위임에 틀림없고, 그것이 확인될 경우 더욱 강력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교통안전 관련 기관에 따르면, 보복운전 피해를 예방하려면 시비가 붙었을 경우 맞대응하지 말고 증거 영상을 확보해 경찰서나 국민신문고, 경찰민원포털, 스마트국민제보에 신고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