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온천수 '콸콸'…백암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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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온천수 '콸콸'…백암은 살아있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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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한화리조트’ 문 닫은 후에도 다른 온천 성업
노천 온천·한옥이 어우러진 온천 단지 등 개발 시급
일본은 국가 차원 지원·주민 노력 합쳐져 더 성업중
백암에서 현재도 영업 중인 온천장 내부. 

경북 울진군의 한화 리조트 백암온천이 올해 초 문을 닫았다.
예로부터 백암온천은 뛰어난 수질과 효능 덕분에 이를 격찬하는 시문을 남긴 선비도 많았다.
한화 리조트 백암온천은 문을 닫았지만, 다른 온천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백암온천의 매력과 명암, 그리고 온천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여다 보자.

 

◇여전히 영업 중인 백암온천 : 한화 리조트의 영업 중단 소식에 온천 전체가 문을 닫은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한화 리조트를 제외한 다른 온천은 여전히 성업 중이다. 
한 온천욕장에는 여전히 탕 바로 앞에는 '백암온천은 온천수를 데우지 않는다'는 글귀가 크게 써놓고 있다. 행안부가 펴낸 '2023 전국 온천 현황' 자료를 살펴봤더니 백암 온천수 최고 온도는 45.9도로 나타났다. 더 데울 필요가 없는 온도다. 높은 온도는 좋은 온천임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온천수를 데우지 않는 것이 왜 중요한가. 온도가 낮은 곳은 수돗물을 데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온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온천 가운데 섭씨 25∼30도가량의 저온형 온천이 48.9%인 274개소나 됐다. 45도 이상의 고온형 온천은 126개(22.5%)로, 저온형 온천이 2배 이상 많음을 보여줬다. 백암온천은 충분한 온도와 수량을 가진 곳이라 안타까움이 더했다.


◇코로나19 딛고 일어서 : 그러면 왜 이렇게 온천이 쇠락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때문이다.   
한화 리조트 백암온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와중에 울진 대형산불도 터져 힘든 상황이었는데도 운영에 큰 노력을 기울였다"며 "객실 리모델링 등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익 적자가 막대해져 불가피하게 중단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2023년 통계로 전국의 온천이용업소는 575개에 달한다. 598개였던 2018년과 비교하면 다소 줄었다.
이용자 수는 2019년 6382만여명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팬데믹 이후 급격히 감소해 2021년에는 3436만명으로 대폭 줄었다가 2022년에는 4100만명 대로 다소 회복됐다.

 

서울 한 호텔의 스파.

팬데믹 이후 한국인 관광객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는 모습과 비교하면 대조적인 모습이다.
학계에서는 또 다른 이유로 국내 온천이 여행 트렌드를 빨리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기대 관광개발학과 고동완 교수는 "우리나라는 온천욕과 관련된 관광 요소를 개발하지 않은 데다 스파 등 이를 대체할 요소들이 급격하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온천을 대체한 대표적인 요소가 고급화한 스파다.
야외 스파를 운영하는 강원도 정선의 파크로쉬 리조트앤웰니스는 지난 2021년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 추천 웰니스 명소로 선정됐다. 이곳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에도 총투숙객이 전년에 비해 2.3 배나 늘었다.
서울 도심의 반얀트리 스파는 코로나19 가 확산하던 2020에도 연간 방문객이 전년 대비 약 1.5배 증가했으며, 엔데믹 이후에도 비슷한 방문객 추이를 보인다.


◇일본은 달랐다 : 일본에서는 온천의 존재와 효능은 오래전부터 인정받고 있으며 치료 목적으로 자주 이용되고 있다.
온천 이용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8세기 전반에 편찬된 '풍토기'(風土記)에 나온다.
특히 위생 지식이나 의료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의 일본에서는 온천에 간다는 것은 특정 질병이나 부상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 '탕치'(湯治)를 의미했다.
일본에는 온천지의 개념이 존재한다. 온천지란 숙박 시설이 있는 장소를 가리키며, 숙소가 한 채만 있어도 하나의 온천지로 계산한다.
일본 전역의 온천지 수는 1972년 1845개소에서 2010년까지 3185개소로 38년 동안 2배 가까이 많이 늘어났으나 2010년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현재 일본에는 모두 2983개의 온천지가 있다.
일본은 팬데믹 이후에도 부지런히 새로운 온천을 개발하며 관광객 받아들이기에 힘쓰고 있다.
일본 도쿄의 인공 섬 도요스(豊洲)에는 도요스 만요 클럽이 올해 2월 문을 열었다.
한국의 온천 관광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고 교수는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도 특이하게 온천 문화가 오래되고, 발달해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왕의 행궁 시 온천에서 피부병을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일본만큼 대중적으로 온천 문화가 뿌리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 온천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용자 위주의 개선과 새로운 시도 덕분이다.
일본 규슈 아소산 북쪽의 구로카와(黑川溫泉) 마을은 잘 알려진 온천 관광지다. 이곳에는 일본식 료칸 28개소가 늘어서 있다. 풍부한 신록으로 둘러싸인 산간 노천탕과 유카타 차림으로 이곳저곳을 걷는 관광객의 모습은 어디를 봐도 '그림 같은' 온천단지다. 국가와 지역 주민이 만들어낸 온천 신화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국가적 차원의 지원과 주민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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