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담다·시간을 담다…주남과 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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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담다·시간을 담다…주남과 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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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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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의 낙원·‘인간과 자연의 공존 터’
260여 종 수백만 마리 날아와 쉬고 가
태고적 빙하가 녹아 조성됐다는 우포늪
우포늪의 나룻배

고단한 날갯짓으로 수천 ㎞를 여행하는 철새들에게 창원 주남저수지와 창녕 우포늪은 낙원이다.
새들의 합창이 호수 가득 울려 퍼지는 주남은 생명력으로 충만했다. 1억4천만 년의 시간을 담은 우포는 새들의 행복한 삶터, 쉼터다.

 

◇철새와 함께 춤을 : 경상남도 창원시 주남저수지와 창녕군 우포늪은 영남의 대표 철새 도래지이다.
재두루미, 큰고니, 기러기, 가창오리, 청둥오리 등 겨울 진객들은 대개 시베리아와 북만주에서 번식한 뒤 한반도에는 11월 초부터 이듬해 1월 사이에 찾아와 월동하고, 2월 말부터 3월 중순에 번식지로 되돌아간다.
겨울 철새들은 약 40㎞ 떨어져 있는 주남과 우포를 오가거나, 멀리는 부산 다대포 옆 을숙도까지 낙동강 줄기를 따라 날아다니기도 한다.
철새의 이동 경로는 전 지구적으로 크게 8개로 구분된다. 동아시아-호주 경로에 속한 한반도를 방문하는 철새는 겨울 새 110여 종, 여름 새 60여 종, 나그네새 90여 종 등 모두 260여 종, 수백만 마리로 알려져 있다.
조류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도 다양한 철새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주남저수지에는 전 세계에 6천여 마리밖에 남지 않아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된 재두루미 1천여 마리가 찾아와 있었다.
해질 녘이면 수십만 마리가 회오리바람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종횡무진 군무를 펼치는 것으로 유명한 가창오리들은 지난해 말에 주남에 왔다가 올해 1월 초 천수만, 금강 하구 쪽으로 이동했다.
멸종 위기종인 가창오리의 90% 이상이 한반도에서 월동한다. 


◇주남, 생명을 담다 : 주남저수지가 널리 알려진 것은 1980년대 가창오리 5만여 마리가 도래하면서부터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 지역 낙동강 가운데 떠 있는 삼각주인 을숙도는 새들이 안전하게 쉴 수 있는 데다 먹이가 풍부해 과거 동양 최대의 철새 도래지였다.
을숙도 가까이 하굿둑이 건설되고 주변이 아파트, 공장 등으로 개발되면서 철새들은 월동지를 점차 주남, 우포 쪽으로 바꾸었다.
주남에서는 세계적인 희귀조인 가창오리와 재두루미,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와 흰꼬리수리, 큰기러기, 쇠기러기, 청둥오리, 물닭, 독수리, 개리 등 다양한 철새 수만 마리가 겨울을 보낸다.
철새 도래지는 여러 곳 있지만 철새를 가까이서 잘 볼 수 있는 곳은 주남만 한 곳이 없다. 근래 주남이 최고 철새 도래지로 꼽히게 된 이유다.
주남저수지는 큰 습지이다. 주남, 산남, 동판의 3개 저수지를 합해 주남저수지라고 통칭하는데 총면적이 898만㎡에 이른다.
우포늪이 국내 최대 자연 내륙습지이지만 습지의 수면 면적은 인공 저수지인 주남이 더 크다. 저수지 주변의 광활한 농토는 새들의 놀이터이자 먹이터가 되고 있었다.
창원시가 만들어준 무논에는 겨울인데도 물이 그득해 찰랑거렸고 고니, 오리, 노랑부리저어새 등이 물속을 헤집으며 먹이를 잡거나 혹은 놀고, 혹은 쉬고 있다.
주남의 세 저수지를 하루에 돌아보기는 어렵다. 다양한 생태와 환경을 감상할 수 있는 생태탐방로는 3개 구간이 조성돼 있었는데 짧은 것은 1.8㎞, 긴 것은 12㎞였다.

 

 

주남저수지 낙조대

탐방로에는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할 수 있는 낙조대, 철새 탐조대 등이 설치돼 있다. 주남저수지는 멀리 금병산(271m), 정병산(556m), 구룡산(433m), 백월산(428m)으로 둘러싸여 있다.


◇우포, 원시의 시간을 담다 : 우포는 자연습지라는 점에서 주남과 구별된다. 우포는 한반도가 생성된 약 1억4천만 년 전에 형성됐다는 학설이 유력하다.
기원전 4천년쯤 지구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빙하가 녹은 물로 우포늪과 낙동강이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서리가 내려앉은 갈대숲이 파스텔을 칠한 것처럼 뿌연 빛을 발하는 새벽에 나가면 우포를 감싸고 있는 태고의 신비가 느껴지는 듯하다고. 우포는 크게 3포(우포, 목포, 사지포) 2벌(쪽지벌, 산밖벌)로 나뉜다. 이중 우포가 가장 큰 호수이다.
우포에는 1200여 종의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가시연꽃, 수염마름 등 800여 종의 식물과 큰고니,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 등 200여 종의 조류와 수달, 담비, 삵 등이 서식한다.
우포를 상징하는 이미지 중 하나인, 장대 나룻배가 수면을 가르는 평화로운 경치는 사진에 담지 못했다. 철새들이 날아드는 겨울은 금어기여서 어민들이 배를 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포를 몇 번 거닐다 보니 새들은 노랫소리도 다르지만, 나는 모습도 제각각인 것을 알 수 있다.
몸이 가벼운 백로나 왜가리들은 날개를 우아하게 너풀너풀 저으며 날고, 몸집이 큰 기러기나 고니는 힘찬 날갯짓을 하며 이곳이 그들의 천국임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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