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갈 때까지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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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조, 갈 때까지 가겠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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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에 농락당했다'...물러설 곳 없다

완성차와 부품을 실은 대형 화물차들이 정신없이 들락거렸던 쌍용차 정문은 지난 4일 현재, 겹겹이 쌓인 대형 컨테이너 박스로 철저하게 가로막혀 있었다.

공장을 점거한 노조의 옥쇄파업에 회사가 직장폐쇄로 맛 서고 공권력 투입을 예고한 탓인지 쌍용차 평택공장은 사람 만나는 것조차 꽤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했다.

정문 안쪽에 길게 늘어선 천막에는 ‘울 남편 힘내라’는 구호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어린 아이에게 분유를 먹이고 있는 부녀자와 천진난만하게 장난을 치고 있는 어린이들이 간혹 보일뿐 직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노조사무실이 있는 본관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지게차들이 대형 플랫폼을 싣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나머지 노조원들은 모두 강당에 모여 있었다.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노조사무실 인근에 장막을 치고 의지를 다지고 있는 살풍경 그것이다.

노조사무실로 가는 길목에는 이 날로 2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높은 굴뚝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러 차례 신원 확인을 거쳐 지난 3일 자신도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는 이창근(36세) 쌍용차 노조 기획부장을 노조사무실에서 만났다.

입사 8년차인 이 부장은 이유일, 박영태 공동관리인을 ‘두 마리’로 부르며 그들에게 “철저하게 농락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저께(2일) 있었던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회사의 목적이 대량 해고를 회피하기 보다는 정리해고라는 목표를 정하고 이를 위한 명분을 쌓기에 더 매달려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아무런 결론도 내릴 수 없는 사람들이 형식적인 대화 제의를 하고 노조가 제안하는 상생 방안에는 관심도 없이 회수만 채우는 무성의한 협상에 반발해 마지막 수단으로 파업을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회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직장폐쇄를 했고 이날 기자회견에서 느닷없이 ‘좌파세력’을 들고 나왔다”며 “생존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근로자들이 살겠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데 이를 좌파세력 운운하면서 사태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어내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노조가 구조조정을 거부할 경우 회사는 결국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근로자들의 근로형태 변경, 임금 조정, 잡 세어링 등 해고를 제외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양보를 했지만 회사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고 구조조정만을 주장해 왔다”면서 “함께 살아보자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고 이 때문에 회사의 기만적 행태에 더 분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근 부장은 “직장 폐쇄, 공권력 투입 이런 것 두렵지 않다. 갈 때까지 가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조원은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근로자들이 왜 어려운 순간이 되면 구조조정의 1순위가 돼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설명 할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후가 되자 자녀들의 손을 잡고 회사로 들어오는 가족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회사정문 농성장은 다시 사람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다들 비장한 표정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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