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캠페인] 차선 밟고 운전하는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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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캠페인] 차선 밟고 운전하는 습관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3.0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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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 방향 3개 차로 중 가운데 차로를 따라 주행을 하는데, 속도를 줄인 택시가 앞서 달리고 있다. 그런데 가까이 접근하면서 보니 택시는 가운데 차로의 좌측 끝 차선을 살짝 넘을 듯 말듯하면서 달리고 있다. 이 상황에서 직진해야 하는 자동차가 택시를 피해, 또는 천천히 움직이는 택시를 추월하기 위해 좌측 차로를 이용하고자 하나 불가능하다. 택시가 차선을 밟고 있어 좌측 차로로 진행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우측 차로로 이동하나 이내 달리던 차로로 돌아온다. 우측 차로는 우회전 하는 차들이 저 앞쪽에 밀려 있는 것이다.

이같은 경우, 가운데 차로를 달리는 운전자는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다. 아예 택시와 같은 속도로 나아가다 택시가 차선 안쪽으로 비켜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상향등을 번쩍이거나 경음기를 울려 택시에게 비켜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상황에도 택시는 비켜주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옆 차로의 다른 차들이 속도를 현저히 줄이건 말건 택시는 차선을 밟은 채 그대로 나아간다. 심지어 살짝 차선에 걸쳐 달리던 택시가 조금 더 차로 쪽으로 들어오면서 아예 뒤에서 오는 차의 추월을 막는다. 대략 이같은 상황에서는 뒤에서 오는 차들이 경음기를 크게 반복해서 울림으로써 갑자기 도로가 시끄러워진다.

 

다른 자동차의 진로를 방해하는 이기적 운전

 

교통법규 위반 소지...자칫 사고 유발할 수도
빈차 운행 택시가 방향 못 정해 주춤할 때도
깜빡이 점등하고 차로 따라 운행 습관화해야

 

그런 상황이 되면 택시는 슬그머니 차선 안쪽으로 옮겨가 오른쪽 차로로의 진입을 시도한다. 택시 운전자는 좌측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는다. 택시 옆을 지나치는 자동차 운전자 상당수는 욕을 내뱉게 된다.

이상은 실제 도로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택시가 일반 운전자의 뇌리에 부정적 이미지로 남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에서 17년째 택시 운전에 종사하는 김판술씨(가명·59)는 “택시 운전자 정도면 그런 상황을 다 알아요. 알면서 안 비켜 주는 거지. 거기 대놓고 경음기를 울려봐야 소용이 없지요. 빈 차일 때 그렇게들 하는데, 그때는 택시 운전자가 ‘어느 쪽으로 가야 승객이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봐야 해요. 대개 그러다 방향을 잡게 되지요.”

택시 입장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말이다. 또 대략 몇 분만 기다리면 택시가 방향을 잡고 어느 쪽으로든 달려 나가게 되는데 그 사이를 못 참고 경음기를 울린다는 것이다.

일견 이유있는 행동으로도 이해할 수 있지만, 도로교통 측면에서는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온다.

서울 경찰청 소속 한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잠깐씩 차선을 밟은 채 운행 할 수는 있어도 계속 차선 이쪽저쪽을 살짝살짝 넘나드는 것은 주변 차선을 달리는 다른 자동차에 불안감을 줄 뿐 아니라 자칫 접촉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어 위험합니다. 특히 의도적으로 그렇게 운전을 한다면, 단속은 몰라도 주의를 줘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운전자들의 느낌은 더 불안하다. 그래서 앞서 달리는 택시가 그렇게 운전을 하고 있다면 아예 속도를 낮춰 택시가 방향을 잡고 나아갈 때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차로를 바꿔 타는 선택을 한다. 아슬아슬하게 스칠 듯 택시를 지나치기도 싫고, 만에 하나 접촉사고라도 난다면 더욱 피곤하고 곤란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기 때문에 피해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좀더 보수적으로 판단하면 도로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으면 교통사고 발생은 필연적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자칫 예기치 못한 재산 상의 피해 또는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는 최초 면허 취득 단계에서부터 차선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교육받았고, 실제 운전에서도 차선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차선을 지키지 않고 자동차를 두 개의 차로에 걸친 채 운전을 하고 있다면 얼마 나아가지 않은 상황에서 뒤에서 오는 다른 자동차로부터 경음기 소리를 듣게 돼 있다. '차선을 지켜라'라는 메시지다.

차선을 지키지 않으면 우선 다른 자동차들의 통행을 방해하게 되므로 운행 중 트러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주행 중인 자동차의 속도가 느릴 때는 다른 차의 통행을 저해해 불편을 초래하는 정도이나, 달리는 속도가 빨라지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누구나 자신이 달리는 차로를 유지하며 차선을 침범하지 않도록 운전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래서 옆 차로를 달리고 있는 다른 자동차의 옆을 큰 문제없이 지나칠 수 있다. 물론 차로를 바꾸고자 할 때는 다른 자동차들에게 내 차의 진행방향을 미리 알릴 목적으로 좌우측의 신호등(깜빡이)을 점등시킨다. 다른 운전자는 이 신호를 보고 속도를 조절하거나 차로를 바꿔 트러블을 피하게 된다.

그런데 방향지시등 점등을 생략한 채 차선을 넘나드는 자동차는 진행 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와 같은 식으로 운전하는 운전자는 자신의 운전기술이 뛰어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

택시를 흔히 지그재그운전의 대명사라고도 한다. 이 표현은 택시가 차선을 오고가며 차로를 빈번히, 그것도 깜빡이 신호조차 없이 감행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차로 변경 시그널 없이 차선을 밟고 달리거나 차로를 조금씩 침범한 채 달리는 택시 상당수는 진행 방향을 정하지 못한 경우 못지않게 옆차로로의 끼어들기를 시도하고 있는 중으로 추정된다.

이런 행위가 위험한 것은 택시가 갑자기 속도를 높일 때다. 천천히 운행하는 택시라면 택시 주변의 도로사정이 차들로 정체돼 있거나, 택시에 승객이 탑승하지 않은 채 승객을 찾아 배회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화급히 차로를 옮길 이유가 없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달리는 택시가 차선를 밟고 달리거나 차로를 조금씩 옮겨 다니며 운행한다면 이것은 문제다. 사고 가능성이 높아지고 실제 택시 사고에서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방향지시등 점등 없이 차로 변경을 하는 일도 매우 위험한 행위로 꼽힌다. 방향지시등 점등은 자동차가 나아가 방향을 다른 자동차 등에 알리는 일이다. 방향지시등 점등을 하지 않는 자동차 옆을 아무 일 없이 지나치는 일은 자연스럽지만, 방향지시등을 점등한 자동차라면 그 방향의 옆차로로 달리는 자동차들이 그 옆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지 않는다. 옆 차로에서 앞서 달리는 차가 차로를 바꾸기 위해 옆으로 옮겨온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으므로 그대로 직진하면 사고가 날 것이 뻔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택시가 그런 식으로 운행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두 가지 요인으로 요약된다.

첫째는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다소 무리해서라도 빨리 움직여 한사람이라도 더많이 태워 수입금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교통체증이 심한 지역일수록 지체로 인한 영업운행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무리운전을 감행하고 있고, 이것이 잦아지면서 습관화됐다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운행 행태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택시 현실과 우리의 도로교통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택시의 위험한 운전 행태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러나 택시 사고가 나면 보상은 기본적인 것이며, 이 때문에 보험료(공제 분담금) 부담이 증가해 택시회사의 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택시운전자 역시 민·형사상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이 때문에 승무가 제한되거나 취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불이익이 크게 뒤따른다.

이 때문에, 무리한 운전을 감행해 얻게 될 이득과 이로 인해 발생할지도 모를 교통사고로 인한 불이익을 생각하면 결국 교통법규를 지키는 안전운전만이 올바른 선택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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