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들, 화물중개 사업 속속 나서…'슈퍼갑'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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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들, 화물중개 사업 속속 나서…'슈퍼갑' 우려도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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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티맵 이어 LGU+·카카오 나서
시장 장악 후 이용료 인상 관측도

ICT 기업들이 택시 호출 등 승객 운송을 넘어 화물운송 서비스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화물 운송 플랫폼 활성화로 시장이 투명해지면 차주들의 수익이 개선되고 장기적으로 화물운송업계 내 악습인 다단계 하청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화주, 운송·주선사, 정보망사업자, 차주 단계인 운송 흐름에서 운송·주선사 영역의 하청 단계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 이상 플랫폼을 운영 중인 중소 플랫폼들이 폐업하거나 대형사에 인수합병돼 생태계가 교란되면서 플랫폼 이용료가 대폭 오르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ICT 대기업 앞다퉈 출시 : ICT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달 중 '택배 수준의 편의성'을 기치로 내건 화물운송 중개 플랫폼 '화물잇고'를 출시할 계획이다.

판매자에서 물류센터까지 기업간거래(B2B) 운송인 '미들마일' 시장에 집중할 화물잇고는 배차 시스템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스마트 배차 관리 및 실시간 운송 관제 서비스, 정산 및 실적 관리 시스템을 운영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달 중순 '카카오T 트럭커' 서비스 정식 출시를 앞두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전 등록자를 모집 중이다. 카카오T 트럭 운전사는 운송·주선사 승인 후 1시간 안에 화물차주에게 운임을 지급하는 '빠른 지급', 각 기사 개인의 조건에 맞춤화한 '오더(주문) 카드' 등 기능을 제공한다.

앞서 KT는 작년 5월 디지털 물류 플랫폼 전문기업 롤랩을 통해 인공지능(AI)에 기반한 화주·차주 실시간 매칭 플랫폼 '브로캐리'를 출시했다. 지난 4월에는 AI 기반 운송 관제·화물 추천 기능을 강화한 '브로캐리 2.0'을 선보였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2월 화물 운송에 필요한 견적·접수·배차·정산 서비스를 플랫폼 하나로 통합한 '티맵 화물'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솔루션은 운송 빅데이터와 기상 상황, 전국 화물차 수요·공급을 분석한 '최적 운임 조회' 서비스를 제공한다.

 

◇“거래 투명성·신뢰성 높아질 것” : '마지막 아날로그의 땅'으로 불리는 미들마일 시장은 37조원에 육박하는 시장 규모에도 영세사업자들을 중심으로 비효율적으로 운영돼 배차 오류, 화주-차주간 분쟁, 정산 지연 등 문제가 많았다.

ICT 업체들은 화물 운송 중개에 필요한 여러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통해 배차 관리 등 편의성이 높아지고 거래 투명성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종전 화주가 지불한 운임이 운송·주선사를 거쳐 차주에게 정산되는데 통상 30~60일이 걸렸지만, 플랫폼을 이용하면 몇시간 내 정산이 이뤄질 수도 있다.

강종오 LG유플러스 스마트모빌리티사업담당 상무는 "투명화된 거래는 신뢰성을 높이고, 신뢰성과 효율이 높아지면 화물업계 종사자들에게 수익이 돌아간다"면서 "투명한 거래, 신뢰성 있는 정보 제공을 위해 플랫폼을 만들고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화물 수송의 다단계 구조 등 낡은 관행을 개선해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에 따른 반복적인 물류대란 사태를 해소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화물연대 파업은 다단계 알선 외에 차주에게 지입료만 받는 지입 전문회사와 소속 기사 간 운송료 갈등, 대기료, 정산 시점 등 다양한 이슈가 얽혀 있어 일부 플랫폼이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확산하고 운송 정보와 운임 과정이 투명화되면 개선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화물운송 중계 플랫폼이 활성화되면 거래 간소화가 가능해져 플랫폼을 통한 차주 직접 배차 비중이 높아지고 다단계 이슈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티맵 화물'의 경우 시장의 다단계와 같은 구조적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풀어나가는 데 앞장서려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용료 인상·생태계 교란 우려 : 그러나 화물업계에서는 대형 ICT 기업이 화물 운송 플랫폼에 진출하면서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게 현실이다.

중소 플랫폼 운영사들이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한 대형 ICT 기업에 밀려 자생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화물운송 중개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2013년부터 화물 운송 중개 플랫폼을 운영 중인 '화물맨'은 최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사의 기술을 빼앗아 화물 중개 서비스 '카카오T트럭커'를 출시하려고 한다며 문제 제기한 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에 탄원서도 제출했다.

대형 ICT 기업들이 화물운송 시장을 장악하고 8천여 개에 달하는 운송·주선사들 중 상당수가 폐업한 뒤에는 플랫폼 이용료 인상을 통해 투자 비용을 회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영묵 화물맨 대표는 "현재 반드시 사람이 하는 것 외에는 이미 대부분 플랫폼으로 대체된 상황"이라며 "대형 플랫폼이 연 매출 400억원 수준인 화물운송 플랫폼 사업을 하기 위해 1천억원대 중소 플랫폼 인수대금을 지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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