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훈 박사의 도시교통] 탈(脫) 자동차 도시는 계속 추구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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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훈 박사의 도시교통] 탈(脫) 자동차 도시는 계속 추구돼야 한다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3.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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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수요관리 정책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이 1993년 경이다. 당시 미국의 TDM(Transpotation Demand Management) 개념을 국내에 적용하는 연구가 시작이었다.

교통수요관리 정책은 말 그대로 무절제한 자동차 이용수요를 다양한 정책을 통해 억제시켜 교통정체나 대기오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1990년대 초 전국의 자동차 대수는 500만대 정도였고 서울시도 150만대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교통수요관리 정책은 비교적 조기에 구현된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기업체별 교통수요관리 프로그램이 실시됐고 차량 부제 운영과 함께 상징적인 정책으로 남산 1, 3호 터널에 혼잡통행료 징수가 실행됐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차량등록 대수는 2500만대를 넘어섰고 대도시권에서의 교통혼잡은 이제 러시아워가 따로 없는 지경이 됐다.

그럼에도 교통수요관리 정책은 과거보다 존재감이 없어진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오히려 퇴행하는 분위기까지 엿 볼 수 있다. 서울시는 남산 1, 3호 터널에서 징수 중인 혼잡통행료를 폐지할지를 두고 일정 기간 통행료를 면제하는 사회실험을 했다. 도심부를 대상으로 하는 일련의 통행 제한 정책 검토도 후퇴하고 있다. 최근 뉴욕시가 맨해튼 중심가를 대상으로 우리 돈 3만원이 넘는 혼잡통행료를 징수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전국 대부분의 대도시권에서는 도시 전체가 차로 넘쳐나고 주요 간선도로에서 교통정체는 만연돼 있다. 그럼에도 도시정책의 면면을 보면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노후 아파트를 초고층으로 재건축하는 사업이 신통기획이라는 이름 하에 여기저기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치솟는 집값을 잡는다고 수도권 주변 전체를 신도시로 둘러싸고 있다. 교통대책으로 GTX를 계획하고 건설 중이나 언제 어느 수준으로 공급될지는 미지수이다.

필자가 도쿄의 한 교차로에서 교통신호 한 번에 빠져나가는 차량 행렬을 살펴본 적이 있다. 택시와 택배 화물차, 버스 등이 빠져나가고 자가용 자동차는 불과 20~30% 밖에 안됐다. 분명히 자동차 수요관리가 작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다시 교통수요관리 정책이 재조명돼야 될 시점에 있다. 자동차를 보유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이용행태는 분명히 조정돼야 한다. 교통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도시정책 전반을 탈(脫) 자동차 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두어야 한다.

현시점에서 우선 검토할 만한 시책으로는 첫째 도시 재정비 정책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노후 도시정비를 함에 있어 주택 재개발, 재건축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도심부 재정비 사업도 꾸준히 진행됐지만 지난 몇 년간은 소극적인 도시재생사업만이 진행됐다.

오세훈 시장이 다시 시정을 맡고부터는 서울시 층고 규제도 풀고 재건축 관련 규제도 완화하면서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봇물 터지듯 진행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서울역 등 주요 교통 결절지에서의 도시정비 사업은 부진하고 주택 재건축만 잘 나간다는 점이다.

탈 자동차 도시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주요 교통 결절지를 고품격의 도시공간으로 창출해야 하고 자동차 없이도 전철과 지하철 등 대중교통만으로도 도시 생활을 영유할 수 있어야 함은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다. 대도시권에서 주요 역세권을 중심으로 하는 탈 자동차 도시 재정비 플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둘째는 대중교통요금 체계를 혁신적 차원에서 재설정해야 한다.

아직도 대부분 도시에서 대중교통 요금을 물가 관리 차원에서 책정하고 있고 인상요율도 운송원가를 중시하고 있다.

지난 2~3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용수요가 급격히 줄자 대중교통 재정 적자가 문제로 대두됐고 급기야는 어르신 무료이용도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탈 자동차는 결국 대중교통 이용으로 직결된다. 자발적으로 대중교통으로의 수요 전환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요금체계의 혁신적 전환을 통해 구현해야 한다. 최근 독일에서 시행된 49유로에 대중교통 한 달 무제한 무료 티켓 정책이 큰 호응을 얻은 것이 좋은 사례이다. 수십 년간 틀에 박힌 대중교통 요금 정책에서 탈피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셋째로 지자체별 대중교통 정책에서 광역 대중교통 정책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

수도권의 경우 광역교통은 전철이나 광역버스 같은 대중교통이 중심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지자체별로 대중교통을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관리하다 보니 도시 경계에서 정책이 단절되는 상황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외곽도시에서는 더 들어오려고 하고 모 도시에서는 반대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버스전용차로는 광역적으로 잘 연계가 안 되고 기능성도 문제가 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도시고속도로에서의 정체 행렬을 보면 왜 이런 구간에 광역 버스전용차로가 없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광역대중교통정책을 건설이 아닌 교통운영 관리 측면에서 실시간으로 추진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탈 자동차 정책이 더욱 강조돼도 모자라는데 최근의 도시정책과 교통정책을 보면 교통수요관리 정책이 퇴행하는 느낌마저 든다.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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