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생물법’, ‘노동법안?’ ‘발전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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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생물법’, ‘노동법안?’ ‘발전법안?’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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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생활물류법안…소비자는 ‘뒷전’
“코인 넣는 ‘수요자’ 안전장치 없고 ‘공급자’가 우선”
법제도 생산성 실효성 부재

[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모바일 앱 등 다양한 경로로 배송물량이 발주되고 있고, 이용 거래량의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택배 배달대행을 타깃으로 한 공급자의 서비스가 연일 출시되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 개개인이 플랫폼을 통해 발주하는 물량을 ‘생활물류’로, 산업 현장에서 거래되는 서비스를 ‘기업물류’로 이원화하고, 택배 업체를 상대로 매년 11월 중 평가를 실시·발표하고 있다.

평가는 집배송의 신속성, 사고율, 피해처리 기간, 고객 대응정도 등 9개 영역 39~46개 부분에서 행해지며, 항목별 이용자 만족도가 상당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생활물류 서비스의 이용 거래빈도가 늘고 있는 점을 언급, 소비자 피해사고 예방 대책 일환으로 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며, 생활물류의 질적 개선과 발주자인 수요자, 공급자인 위탁 배송원 보호대책으로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안(이하 생물법) 신설을 추진 중에 있다.

관련법안은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인 위탁 배송원과 이들의 사용자인 원청과의 관계를 법적으로 정립하고, 계약방법과 근로조건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 있다.

반면 핵심사안으로 강조되고 있는 기술상품의 고도화, 생산성 강화, R&D 투자, 행정 지원 등 질적 개선을 위한 후속조치와 생활물류 서비스 주체인 소비자를 위한 구체적인 안전장치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형상이다.

▲‘고객우선’ 지향 ‘생활물류’, 관련법안 글쎄?

대다수의 공급자들은 생활물류의 발전상을 ‘이용자 편익’에 맞춰 솔루션을 개발하고, 의뢰인이 제시한 조건에 부합한 수준의 온디맨드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통적인 물류 기능에서 벗어나 축적된 정보와 인공지능을 통해 상시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발주자의 경험에 따른 소비를 겨냥해 잠재적 수요를 유도하는 전략적 채널로 자리매김했다.

서비스 거래 방식은 수요자를 우선시하는 관점으로 이동했고, 특히 생활물류에서 의뢰인이 차지하는 역할 비중은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보다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행위의 고도화를 통해 고객니즈는 까다로워지고 있고, 서비스 공급자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하며 시장에서 요구하는 고객맞춤 상품을 개발 출시하고 있다.

이는 이용자 편익이 반영된 상품 서비스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고, 선택받지 못한 이외 것들은 시장에서 도태 소멸한다는 기본적인 시장논리가 반영된 것이다.

생활물류 공급자들이 첨단기술을 물류 서비스에 적용하고, 다방면으로 기술상품을 연계함과 동시에 타 업종과 파트너십을 맺어 이용 접근성을 높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산·학·연과 소비자들은 개개인의 생활방식에 맞춘 생활물류 서비스의 고도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서비스 공급자들도 이에 부합한 ‘선조치 후보고’ 수준의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도적 보완장치로 검토선상에 올라 있는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안(이하 생물법)은 반대 노선을 향해 있다.

관련법 제정안에는 위탁 배송원을 비롯한 노동계의 요구가 다수 반영됐다.

구체적으로 택배 서비스사업의 등록제 도입, 업무 위탁과 영업점 관리, 위탁계약 갱신 청구권 6년 보장, 택배운송종사자의 자격 요건 규정, 택배운송종사자 직접 고용 조건의 증차, 공정 계약 체결에 의한 종사자 보호 등이 있다.

위탁 배송원 등 피고용자의 안전·보건, 처우개선에 대한 내용은 세부적으로 명시돼 있는 반면, 서비스 의뢰인의 권익 보호와 서비스 육성정책은 5년마다 수립·시행토록 하는 기본계획을 통해 추후 논의토록 돼 있다.

특히 소비자 보호 관련 조항을 보면, 매년 정부가 실시하는 서비스평가에 생활물류서비스의 소비자 만족도를 포함시키고 설문조사를 포함해 평가방법 및 절차를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는데, 여기에는 배송원 파업, 임의배송, 파손, 분실 사고에 대한 피해보상 등 후속조치 부분에서 미진함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생활물류를 새 먹거리로 지목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시적인 운영 방향성만 언급돼 있고, 사용자로 분류되는 원청과 이들과의 계약으로 일감을 받는 하청 종사자들의 관계 정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생활물류 서비스사업자·영업점·택배 서비스사업종사자·소화물 배송대행 서비스사업종사자가 아닌 자는 소비자가 대가로 지급한 금액의 전부 또는 일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수취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는가 하면, 운송 위탁계약 기간 만료 60일 전까지 택배운전종사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한 경우로서 최초 계약 체결일로부터 6년을 초과하지 아니 한 때에는 사용자인 법인은 거절할 수 없다는 내용이 법안에 담겨 있다.

▲노사정 공식 채널 법 신설 보다 생산적

이렇듯 하청 종사자의 근로환경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계약당사자의 관계정립을 위한 게 신설법안의 핵심이라 하면, 차라리 노사정 공식 채널을 통해 보다 생산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필요성을 제기한 위탁 배송원들은 관련법안을 통해 ▲요금 정상화(배송원 수수료 인상) ▲산재보험 사용자 전액 부담 ▲주5일 근무제 도입 ▲불공정 계약 및 공짜노동에 대한 책임회피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관련법안의 통과여부는 물론, 본 시행에 앞서 상당 기간이 소요되고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방법론으로는 매년 정부와 사용자,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공급기준심의위원회’와 유사 형태의 협의체를 개설하고, 생활물류 관련 대책을 협의·도출하는 게 제안되고 있다.

핵심 쟁점이라 할 수 있는 생활물류의 운임은, 요금인상이 타 업체로의 화주이탈로 귀결되는 민감한 사안이기에 ‘신고요금제’를 통해 화물자동차 안전운송원가 및 운임을 산정·공표토록 하고, 택배 등 위탁 배송원의 근로시간은 화물차운전자의 법정 휴게시간(4시간 운행 30분 휴식)을 기준으로 생활물류 특성에 맞춰 합의점을 찾는 게 보다 생산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고용·산재 보험법 개정을 통해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에게 적용되는 산재보험료를 지원함과 동시에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재정 지원 조항에 생활물류 기금을 조성, 노사정 협의체의 ‘위탁 배송원(택배·배달대행·퀵) 복지사업’을 통해 대상자에게 환원하는 방안이 있다.

노동시장의 최대 화두인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건당 수수료가 위탁 배송원의 수입원인 점을 감안, 1일 최대 근로시간 및 배송물량·무게 상한제를 시행해 이들의 휴게시간과 금전적 증감 폭을 최소화하는 대안이 제시됐다.

불공정계약 및 책임 소재 문제도 노사정 협의체의 논의·합의 과정을 거쳐 현행법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생활물류법안에 제안돼 있는 거래당사자간 계약(제10조, 제11조) 내용은,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명시된 위수탁 계약의 갱신 조항에 포함토록 법령을 개정해 일방적 계약해지를 방지하고,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활용해 ‘원청-하청-위탁 배송원’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제재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활물류법안이 현장에 적용·시행되는데 행정절차상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나, 택배를 포함한 위탁 배송원들은 지금 당장 체감할 수 있는 법적 조치가 취해지기를 촉구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정부가 진심으로 생활물류법안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택시처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서 업종을 분리하지 않고 제정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을 통해 소비자 이용편익과 택시운수 종사자의 복지증진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실증 사례를 고찰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또 “생활물류법안에 제시된 내용을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축이 돼 이해당사자 모두가 참여하는 생활물류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합의점을 찾고, 도출된 내용을 현행 노동법·화물법 등에 추가·보완하는 게 위탁 배송원의 요구사항을 실행하는데 효과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한편, 생활물류법안이 입법절차에 들어갔음에도 택배를 중심으로 위탁 배송원의 근로환경 및 처우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가시지 않고 있다.

10월28일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살인적 택배노동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장시간 노동에 대한 개선대책을 촉구했다.

이날 택배노조는 “분류작업으로 인해 택배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은 무려 71.7시간에 달하며,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과로사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우체국 집배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 55.9시간보다 무려 16시간 초과한 수준”이라며 사용자인 원청에 후속조치를 주창했다.

앞서 지난 7월 우정사업본부와 협상 타결로 파업을 철회했던 전국우정노조(우정노조)는, 당초 약속대로 우정사업본부가 집배원 증원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 노사합의 이후에도 집배원 4명이 사망했다면서 연말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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