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함에 씁쓸함 더한 택시 취업박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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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함에 씁쓸함 더한 택시 취업박람회장
  • 김덕현 기자 crom@gyotongn.com
  • 승인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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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근무환경에 비현실적 택시요금이 원인
관계자들 "요금 현실화·근로자 처우 개선 시급"

“하루에 기준금 18만원을 채워야 한다는 게 부담이고, 근로시간이 긴 것 같습니다. (입사 지원은)생각해 보겠습니다.”

택시 취업박람회장을 찾은 A(53)씨의 말이다.

서울시택시조합은 서울시와 함께 8~1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교통회관 컨벤션 홀에서 ‘2021 서울법인택시 취업박람회’를 열었다.

둘째 날인 9일 오후 2시 행사장에는 구직자들의 발길이 끊이지는 않았지만, 취재 내내 한산한 모습을 유지했다.

행사장 입구에 설치한 터치스크린은 서울지역 택시회사 위치와 회사 소개, 급여와 면접 조건 등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이번 박람회에는 서울 전체 택시법인 254곳 중 취업정착수당 지급에 동의한 125개사가 참가했다.

상담을 받고 택시회사에 취업하는 구직자는 면허 취득비용과 교육비가 지원되며, 3개월 동안 월 20만원씩 총 60만원의 취업정착수당이 지급된다.

4개 권역을 나눠 맡은 면접 담당자들은 구직자들에게 취업 절차와 회사별 시험 일정, 교육 비용과 급여, 면허 취득 절차를 설명하고 있었다.

몇 달 전까지 실업급여를 받고 있었다는 구직자 B(55)씨는 “조건은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급여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복지가 좋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택시조합 관계자는 “신규 구직자가 60% 정도 된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근로자 처우 개선에 힘쓰고 싶어도 재원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택시회사는 수익이 급감해 신용도와 담보 문제로 대출도 되지 않는다”며 “저리 융자라도 받을 수 있는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서울 택시업계는 코로나19 이후 1만여명의 근로자가 업계를 떠났다. 이 기간 동안 매출은 약 9000억원이 감소했다.

박람회 분위기를 보러 온 한 택시업체 임원은 “120콜센터로 가장 많은 민원이 들어오는 내용이 버스와 택시 같은 대중교통 민원”이라며 “민원을 접수하면 해당 근로자와 상담하는데 취객을 깨우는 과정에서 취객이 시비를 걸고 불친절로 신고하는 사례도 많다”고 토로했다.

이번 박람회를 두고 홍보와 취지는 적절했지만, 택시요금 현실화와 근로자 처우 개선 등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법인택시의 구인난은 지속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명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 정책노사국장은 “만근 기준이 26일이라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하고, 기준금 부담 때문에 60만원의 취업정착수당을 보고 지원하겠냐”며 “승차 수입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일부 지자체처럼 장기 근속자에 매달 5~10만원이라도 인센티브를 제공해 근로자의 추가 이탈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20년 동안 최저임금은 300% 이상 올랐지만 택시요금은 그 동안 70%밖에 오르지 않아 상대적으로 다른 직업보다 수익이 열악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가 사실상 이전 사납금제처럼 운영되고 있어 소정 근로시간 40시간만 일해서 벌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안 위원은 “이런 현상은 전국적인 문제”라며 “택시요금의 현실화와 관련 제도 및 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고질적인 승차난 등이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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