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버스 언제까지 ‘관광버스’ 취급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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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버스 언제까지 ‘관광버스’ 취급받나
  • 김덕현 기자 crom@gyotongn.com
  • 승인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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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보유 차량의 80% 이상 출퇴근·통학 운행
준대중교통 인정하고 불합리한 규제 개선해야

#사례 1 : 서울시는 지난달 전세버스 담당자가 바뀌면서 업무가 정지됐다. 양도양수 절차나 상호 변경을 신청한 업체들은 애가 탔다. 업체들이 여러 번 전화를 해도 통화 연결조차 되지 않았다.
공문 처리는 2주 동안 지연됐지만, 다행히 금전적인 손해를 본 업체는 없었다.
A전세버스 업체 관계자는 “담당자가 없으면 대직자나 윗사람이 권한을 받아 일을 처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전임자 건강 문제로 인한 공백기간이 있었다”며 “문제없이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사례 2 : 지난 2021년 11월 요소수 대란 당시 서울시는 요소수 우선 관리대상을 선정하면서 전세버스와 특수여객 업계를 ‘패싱’했다.
정부도 연일 범부처 합동 대응 회의를 열었지만, 전세버스와 특수여객 지원 방안은 논의하지 않았다.
시는 요소수 대란이 가라앉고 나서야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신경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세버스가 해가 갈수록 대중교통으로서 역할이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전세버스를 ‘관광버스’로 대하는 안일한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제3조는 전세버스운송사업을 “운행계통을 정하지 아니하고 전국을 사업구역으로 정해 1개의 운송계약에 따라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자동차를 사용해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으로 정의하고 있다.

요컨대 노선과 일정을 정하지 않고 고객의 요구에 따라 승객을 운송하는 버스다.

통근과 통학, 수학여행, 산업시찰, 각종 행사, 국내외 관광객, 관혼상제 등 다양한 목적으로 승객을 태우고 운행한다.

이중 전세버스의 통근·통학 기능은 해가 갈수록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전세버스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전세버스 운행행태별 수송분담 현황’에서 1993년 전세버스의 통근·통학 비중은 30.1%, 일반 전세는 69.9%를 차지했다.

이후 통근·통학 비중은 2001년 44.8%, 2005년에는 35.2%까지 떨어졌다가 2019년에는 68.1%까지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광업이 마비된 2021년도에는 무려 88.6%까지 치솟았다.

버스운송사업 수송인원을 봐도 그렇다.

2019년도 국가통계포털 운수업조사와 국토교통통계누리 교통부문 수송실적을 살펴보면 전세버스의 수송실적은 1㎞당 5625억명을 기록해 전체의 47%를 담당했다.

시내버스(마을버스 포함)는 3733억5천만명으로 32%, 시외버스는 2521억5천만명으로 21%를 차지했다.

이처럼 전세버스의 준대중교통 기능은 증대하는 반면, 정부나 지자체는 여전히 ‘전세버스는 관광버스’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다.

앞서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달 발생했던 전세버스 업무 지연 처리에 대해 “업무 부문의 개선 방향은 고민해보겠다”면서도 “국토교통부의 기본 정책 방향이 전세버스가 관광이냐 준대중교통이냐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버스는 초창기에 ‘소비성 향락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현재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에서 소비성 서비스업의 범위는 호텔업과 여관업, 주점업과 기타 오락·유흥이 목적인 사업으로 한정돼 있다.

관광업 역시 1990년대 후반부터 소비성 향락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바뀌지 않는 인식으로 인해 전세버스는 불합리한 규제를 받고 있다.

한 예로 통근·통학용 전세버스가 버스정류장에서 승하차하는 행위는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과태료가 부과된다.

대형 버스가 정차할 곳이 마땅치 않은 도심의 도로 환경에서,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시민은 오히려 교통안전을 위협받는 처지인 것이다.

이 밖에 학생들의 현장학습을 위해 대기하는 전세버스도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를 할 수 없고, 교내 주차장이나 운동장을 사용할 수 없으면 학생들이 대로까지 나와 버스에 탑승해야만 한다.

오성문 전국전세버스연합회장은 “전세버스가 준대중교통으로서 주요 역할을 담당한 지 이미 오래 됐다”며 “이제라도 정부는 현실에 맞게 관련 규제를 개선하고, 준대중교통에 걸맞은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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