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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과 낭떠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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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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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탐사에 있어서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히든크레바스이다. 빙하에 생긴 균열(크레바스) 위에 살짝 눈이 얼어붙어 있어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무심코 발을 디디게 되면 끝도 없이 추락을 하게 된다.
기초가 마련돼 있지 않은 기반 위에 얇게 임시방편을 취하게 되면 결국 더욱 큰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든든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 크레바스를 채우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물류시스템 개선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기업들에서 당시 유행하는 시스템 혹은 기법을 마구잡이로 쫒아가다가 제대로 된 성과 없이 소리소문 없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양한 물류관련 기술들이 팬시해 보인다고 해서, 혹은 다른 기업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해서 좋은 성과를 내리라는 보장은 없다. 현재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물류관련 각종 조사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각 기업에서 물류에 어느 정도 비용을 사용하고 있는지 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 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류비를 관리하고 있다는 기업들도 제각각의 기준을 사용하고 있어서 자신들의 물류관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송, 포장, 보관 등 각 물류활동별 물류비는 말할 것도 없다.
각계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물류현황 파악을 위해 1989년 한국생산성본부에서 '기업물류비계산준칙'을 제시한 이래 다양한 지침 및 기준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기업에서의 활용은 미미하였다. 모두가 물류현황 파악이라는 큰 명제에 대해서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지만 서로 바라보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활용하기 힘든 기준들이 만들어져 온 것이다.
깎아지른 듯한 언덕은 그 위에서 바라보느냐 아니면 멀리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벼랑이라고도 불리고 낭떠러지라고도 불리게 된다. 동일한 대상도 어느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천지차이가 나게 되는 것이다.
작년 정부차원에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공표한 '기업물류비 산정지침'은 지금까지 다양하게 제시된 물류비 산정지침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올해는 지침의 활용을 위한 표준물류회계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를 보급하고 있다.
물류현황 파악을 위한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산정지침 위에 표준물류회계프로그램 이라는 근육을 더함으로써 그동안 지침의 활용에 있어 많은 기업들이 겪어왔던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기준 및 방안들은 서로 뭉치지 못하는 모래알갱이에 불과하다. 이러한 모래알갱이들은 아무리 쌓아봐야 결국 허물어지게 된다.
이번에 개발된 표준물류회계프로그램이 모래알갱이들을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하는 접착제가 돼야 할 것이다.
<객원논설위원·한국철도기술연구원 국가물류표준화연구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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