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의 요구와 택시 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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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의 요구와 택시 교통사고
  • 박종욱 Pjw2cj@gyotongn.com
  • 승인 2004.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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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의식 갖춰야

탑승자의 일방적 정차 등 요구시
운전자는 최대한 느긋하게 대응을
승객 태우려 곡예운전은 위험천만
승강장 늘리고 가드레일 확충해야


택시 교통사고의 일반적 경향으로 흔히 대형 사고는 적으나 사고빈도가 다른 사업용 자동차에 비해 높다고 말한다.
사고빈도가 높다는 것은 차량 대당 사고 발생건수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택시의 경우 여느 자동차에 비해 사고가 많다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택시의 교통사고 발생빈도가 높은 것은 대체로 ▲대도시지역의 택시운행대수 증가하고 있다는 점 ▲택시수입이 승객을 탑승한 상태에서의 운행시간 및 거리에 근거한다는 점 ▲운전자의 이직률이 높아 초보운전자가 많다는 점 ▲주야간 12시간 교대로 인한 운전피로도가 높다는 점 등이다.
이같은 분석에 따르면 대도시지역에서의 택시 교통사고는 앞으로도 좀체 감소하기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과 함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이 동시에 강조되고 있다.


대도시지역에서의 택시운전이 얼마나 위험하고 불안정한 것인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 택시운전자들은 택시의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대도시지역에서 운행중인 자동차 대수가 너무 많다는 점을 첫손에 꼽는다.
운행 차량이 도로 용량을 초과해 폭주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빼어난 운전기술을 지니고 있다 해도 언제 어디서 어떤 위험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특히 택시가 승객을 태우고 승객의 요구에 따라 운행하다 보면 다른 차량과 본의 아니게 트러블에 빠져들게 마련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현상이 미리 예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승객이 정차를 요청하는 경우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승객이 탑승 직후 목적지를 말하고 목적지에 접근하면 구체적인 정차 장소를 밝혀 운전자가 무리없이 정차하는 것이나, 적지않은 경우 승객이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정차를 요구한다고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요령있고 경험이 풍부한 운전자라면 정차 요구에 맞춰 주변의 차량흐름을 보고 속도를 조절, 정차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이때 택시 주위를 함께 운행하는 자동차는 택시의 급작스런 차로변경이나 정차로 인해 자칫 추돌이나 접촉사고의 위험에 빠지게 된다.
택시운전 11년차인 김경석씨(A운수·55)는 “택시운전 초창기에는 승객요구대로 움직이다 수차례 크고 작은 사고를 경험해야 했다. 그것이 요령부족으로 오는 불이익란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승객이 정차요구를 해도 주위상황을 충분히 파악한 다음 안전하게 정차해도 이 때문에 요금시비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므로 운전자가 우선 느긋한 마음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차를 멈춰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승객이 당초 요구한 목적지를 운행 중간 갑자기 바꿈에 따라 택시의 운행방향이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다.
심지어 정 반대 방향으로 택시를 운행토록 요구하거나 좌·우회전이 불가피한 목적지 변경 주문도 있을 수 있다. 택시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승객의 요구를 묵살할 수 없거니와 이를 무리하게 수용해 급차로 변경이나 좌·우 회전을 시도하다가 역시 주변에서 운행중인 자동차와 접촉 또는 충돌하는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지적할만한 중요한 한가지 사례는 택시운전자 스스로 평상심을 잃는 운전행태를 보이는 경우다.
빈차로 배회하다 차로 옆에서 갑자기 손을 들고 택시를 부르는 승객을 발견했을 때 택시가 이를 지나치기 어렵다는 점이 우선 상황을 어렵게 만든다.
특히 택시영업이 부진하면 부진할수록 한 사람의 승객이라도 더많이 탑승시킴으로써 수익을 올려야 하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부득이 무리해서라도 승객의 부름에 응해야 하지만, 이 때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도로변의 승객이 정차 신호를 하면 우선적으로 승객 가장 가까운 거리에 차를 정차시켜야 하지만 옆 차로에 자동차가 운행중이라면 당연히 택시는 운행속도를 줄여 옆 차로의 자동차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려 도로변에 정차 시켜야 한다.
그러나 사정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최근의 불경기로 빈차로 승객을 찾아 배회하는 택시가 줄을 잇고 있는 상황에서 승객의 신호를 스쳐 지나는 사이 또는 옆 차로의 차들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사이 바로 뒤에서 오는 다른 택시에게 승객을 빼앗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운전자들의 하소연이다.
이같은 사정으로 승객을 태우기 위해 급정거하거나 급차로 변경을 시도하다 주변의 차량과 트러블을 일으키는 사례는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그와같은 상황에서 접촉사고라도 일으킬 경우 수입은커녕 예기치 못한 비용을 물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다.택시운전 경력 1년 4개월째인 윤국환씨(B운수·59)는 “갑자기 손을 드는 손님을 태우려 하다 2년도 못돼 벌써 4번이나 사고를 당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위험해도 제때 승객을 태우지 못하면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데 방법이 없다. 다행히 사고가 경미해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나, 그렇게 해서라도 승객을 태워야 하는데….”라며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택시공제조합 관계자는 “택시 교통사고 상당수가 승객을 태우려 하다가 또는 승객의 요청에 따라 급작스럽게 차로를 변경하거나 정차해야 하는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승객이나 운전자 모두에 안전의식이 부족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같은 유형의 택시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두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첫째, 탑승한 승객의 요청이 있어도 운전자가 안전을 먼저 확인한 다음 정차하거나 차로를 변경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택시운전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특히 운전상황별 안전요령을 담은 교제를 개발해 운전자들이 평소 이같은 안전요령을 머릿속에 담고 있음으로써 실제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토록 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빈차로 운행하는 택시가 승객을 발견하고 갑자기 차로를 변경하거나 정차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교통사고 위험이 현저히 증대되므로, 이는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나 안전 요령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안전을 고려한다고 하지만 다소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승객을 지나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상황에서의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관련자 모두의 주의력이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할 것이다.
따라서 우선 주요 가로변에 가드레일을 충실히 설치해 승객이 함부로 차로에 내려서서 택시를 부르는 일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택시승강장 설치를 늘려 시민의 택시잡기 불편을 해소해 줘야 한다. 택시승강장이 적재적소에 설치돼 있으면 아무 곳에서나 손을 들고 택시를 세우는 승객보다 승강장에서 줄을 서서 택시를 기다리는 승객에게 택시가 달려가 태울 수 있도록 하는 습관이 정착돼야 한다.
이같은 습관이 정착되면, 택시는 당연히 승강장에서 타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돼 택시를 잡기 위해 도로에 나선다거나 그 손님을 태우기 위해 택시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택시 안전은 운전자에게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의식과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도로시설물 등 필요한 요소들이 갖춰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이를 위한 관계기관이나 업계, 공제조합 등 사업자단체의 노력도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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