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시론=관광의 정책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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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시론=관광의 정책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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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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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지금 한국의 관광을 정책적으로 위기에 놓여있다고 본다.
국내 경기침체와 원화가치 하락 등의 원인으로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국민적 관심사인 국제관광수지는 오랜만의 적자에서 벗어나면서 10년전 만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정 부분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그러던 것이 국내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고 환율효과가 떨어지면서 5월부터는 다시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지난해 터진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코리아그랜드레저 회계문제와 최근의 해외업무실적 뻥튀기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는가 하면 전임 사장의 UNWTO(세계관광기구)사무총장 선거 낙선 등도 요즘 관광계의 분위기 침체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여기에 발전적인 미래형 재편인지 일방적 구조 조정인지 모를 공사의 사업 축소 등도 우려되는 일중의 하나다.
이런 제반의 상황을 반영하듯 구체적으로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정권 첫해인 지난해 경쟁력 강화 위원회 보고 때의 활기찬 분위기와 달리 현 대통령의 선거공약사항에 들어있다던 '관광청' 설립문제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해보질 못했다. 또한 연초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코자 했던 대통령 보고도 이런 저런 이유로 지금까지 수차례 순연되었다고 한다.
이런 내부적 상황에 지금도 연일 확산되고 있는 신종인플루엔자와 남북관계경색은 물론 아직도 불확실한 영역에 있는 세계경제의 향방 등도 한국관광을 위기로 진단하는 이유가 된다.
이러한 진단이 지나치다고 본다면 국제 경쟁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를 더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전세계 국제관광이 4%대의 성장을 하고 인접국가 중국과 일본이 6∼9%의 성장을 한 반면 우리의 성장률은 고작 2~3%성장에 머무르고 있었다면 어떤가. 사실 이런 사실들은 현 정부의 출범시점에 관광계가 걸었던 기대와는 크게 차이나는 일이다.
그러나 냉정히 따지고 보면 우리 관광계의 책임이 더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2년 전 현 대통령이 그 바쁘던 후보시절 한국관광학회에 직접 참석하고 한국관광협회 중앙회와의 만남도 이뤄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학회에 참석한 당시 후보는 관광이 고용에 대한 기여가 확실하고 큰 만큼 새 정부에서는 관광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할 의지를 밝힌 적이 있었다. 확실히 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지난해까지는 관광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관광계는 바라기만했지 고용확대나 녹색성장 등 정부가 원하는 일들을 거들어 준 일이 없는 것이다. 주는 것이 있어야 받는 것이 있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가 아니겠는가. 들리는 얘기로는 새 정부도 처음엔 관광청도 만들고 관광정책도 크게 벌려 볼 생각이 있었지만 관광계의 조직적인 힘도 확인이 안되고 그런 일들에 대해 관광계가 적극적으로 원하는 지도 확실하지 않아 두고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들에 대해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관광의 사회적 기여와 책임이라는 면에서 보면 1만2000여개의 관광기업을 포괄하는 한국관광협회 중앙회와 1600여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한국관광학회의 역할이 아쉽다는 생각이 크다.
인적기반과 동원력을 관광계에서 드물게 갖고 있는 두 단체이기 때문이다. 민간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아직 관광의 발전을 위해선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필수적인 단계이다. 지난 정부부터 시작된 균특회계에 관광 예산의 97% 이상이 묶여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심각한 구조조정에 직면하고 있는 한국관광공사만 바라보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한국관광을 선도적으로 진흥시킬 관광부문의 예산확대와 이 예산을 기획하고 집행할 효율적인 관광체계 정비를 위해서 지금 뭔가를 해야 할 때다. 그리고나서 관광진흥을 위한 정책전반을 전면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관광의 사회적 기여와 함께 관광계의 힘을, 특히 조직화된 힘을 보여야 하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이번 9월에 출범하는 한국관광학회 20회 임원단회의에선 관광행정체제 개편과 관광을 통한 고용확대, 관광을 통한 사회 참여 운동방안 등이 진지하게 논의됐다고 한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도 지금부터 시작된 연말 차기 회장 선거가 이런 내용과 실적으로 경쟁되어지길 바란다. 관광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정리된 대통령을 만난다는 게 늘상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국관광의 미래가 심각하게 고민돼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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