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권과 100원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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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권과 100원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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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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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교통신문] 대중교통 서비스는 자동차를 이용할 수 없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삶의 질과도 관련이 있는 절실한 문제로, 농어촌 지역에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대중교통에 대한 서비스가 점차 중요한 현안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교통서비스를 구속력 있는 업무로 자리매김해야 기본적인 혜택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생겨나지 않는다. 즉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해당 지역주민들이 필요한 교통서비스를 요구했을 때 관할 행정기관이 이를 거부하거나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현행 법률에 교통기본권 또는 교통권이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교통권은 강학상 ‘국민의 교통에 대한 권리’를 뜻하며 거주지역의 구별 없이 직장·학교·시장 등에서 이동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교통권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3조에 따른 이동권,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접근권이나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의 보행권을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교통권은 교통약자나 교통취약계층에게 국가의 사회복지 증진의 의무(헌법 제34조제2항)와 관련되는 권리로써, 그리고 고령화 사회에 노약자나 신체장애자 및 질병자와 어린이에게는 국가의 고령자와 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와 신체장애자 및 질병·고령자를 보호할 의무(헌법 제34조 제4·5항)와 관련하여 기본적 권리로써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2011년 4월 교통권을 규정한 교통기본법 제정을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교통의 중요성을 선언하고 교통을 통한 국민복지와 국가목표의 하부구조로써 교통체계의 정비를 주요내용으로 담았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정부입법으로 마련한 법안은 국회 상임위 심사를 넘지 못하고 회기만료로 폐기되었다.

교통권이 구현된 사회는 매우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고령자, 신체장애자, 어린이, 경제적 약자 등 모든 사람이 어느 곳에나 갈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의 거주지가 대도시든 농어촌이든 똑같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교통권이 보장되려면 교통이 편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교통의 편리성은 안전·쾌적·신속성과 비용의 저렴성을 뜻한다. 이는 상대적인 것이므로 끊임없는 기술의 혁신으로 제고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해져 교통은 연계성과 연속성도 갖추어야 한다. 보행도 교통수단이므로 안전하고 편리한 보행로의 확보도 교통권의 대상이 된다.

교통권을 법률에 규정하고 있다고 하여도 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교통체계가 완비돼 있지 않거나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법률상의 교통권은 그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인 이념이나 정책을 선언한 정도로 본다면, 이를 근거로 행정기관이나 도로이용자 등에게는 구체적인 책임과 의무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의 청구권으로써 권리를 보장받으려면 어떤 사람이 어떤 경우에 어느 정도의 급부를 받을 수 있다는 등 권리의 구체적인 내용이 법령에 규정돼야 한다. 만약 교통권을 법률에 명시하더라도 그것을 보장하는 책임과 의무를 지는 대상이 누구인지가 문제될 수도 있다. 정부가 책임과 의무의 대상이 된다면 개개인에게 필요한 급부를 보장할 수 있는 재원이 필요하게 되며, 그것이 갖춰지지 않을 경우에는 정부에 부작위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교통권이 단순하게 프로그램 규정이나 추상적인 권리로 규정돼 있어도 당사자들이 이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으므로 교통현장에서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권리로써 법률에 규정하는 것이 교통권을 보장하는 최적의 방법은 아니다. 유럽에서는 대중교통에 대한 공공부문의 역할이 크지만 교통권을 법적으로 규정한 프랑스가 그러한 규정이 없는 독일보다 대중교통 서비스가 더 낫다고 할 수 없다. 교통행정기관이 도로이용자나 운수사업자 등 관계자와 협력해 다양한 형태의 교통서비스를 창출해 나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권리로써 정할 경우에는 대립의식을 낳을 수 있고 오히려 서비스 향상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100원 택시’가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다고 한다. 현재 호남 지역 21개 지자체 외에도 충남 서천군과 아산시, 경기도와 울산광역시 등에서 ‘마중택시’. ‘따목택시’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00원 택시는 산간벽지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지역주민들이 100원으로 원하는 곳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통서비스다. 헌법의 자유권적 기본권을 법률로 끌고 와서 이동이나 교통의 권리를 거창하게 확인하고 보장한다고 선언하는 것보다는 기본적인 교통서비스에서 소외되는 교통약자가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소소하지만 정성스런 노력들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100원 택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교통서비스의 아이콘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객원논설위원·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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