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교통안전 기능,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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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교통안전 기능,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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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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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 박사의 교통안전노트

[교통신문] 2006년 교통안전법을 전부 개정한 적이 있었다. 개정 이유는 교통안전에 관한 기본법 성격의 법률이면서도 실제 교통안전에 관한 역할과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개정 전 교통안전법은 중앙정부 합동 교통안전기본계획 수립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운수업체 진단과 교통안전계획서 제출의무를 부수적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교통안전법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지면서 국토교통부는 네 가지 관점에서 교통안전법을 정비하기로 했다. 국가교통안전 추진체계 정비, 교통시설․환경요인에 의한 교통사고 감소, 운수업체의 실질적인 교통안전의무 부여 그리고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교통안전 책임 강화가 그것이다.

그중에서도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교통안전 책임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그 이면에는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직접 설치·관리하는 소관 도로가 5만km가 넘고, 운수업 인면허와 행정처분권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대책 수립이나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의식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소관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더라도 사고 당사자의 책임으로 돌리거나 단속권이 있는 경찰공무원이 해야할 일로 미루기 일쑤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된 법률에서는 기초자치단체에 실질적인 교통안전책임을 부과했다. 즉, 지역교통안전정책심의위원회 구성과 운영, 지역교통안전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의 수립․시행, 운수업체 등 소관 교통체계에 대한 교통안전점검의 실시, 교통시설 설치시 교통안전진단의 실시, 교통안전점검 결과 또는 일정기준 이상의 사고발생시 소관 교통체계에 대한 특별교통안전진단 실시명령 그리고 교통사고 원인조사 등이다.

교통안전법 전부개정 법률안이 시행되고 10년이 지난 시점인 2018년 현재, 과연 교통안전법이 원래의 취지에 맞게 제대로 작동되는지 점검해보면 실망스런 수준이다. 2016년과 2017년에 전세버스와 화물차 등 대형 사업용 자동차에 의한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교통안전법에 따른 교통안전점검만 제대로 실시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결국 현장에서는 이 법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지 않았거나 아예 그 적용이 미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강행규정이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아예 손을 놓은 업무도 있다.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시도(市道)․군도(郡道)에 대해서는 소관 지방자치단체가 교통안전법 제50조에 따라 교통사고 원인조사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아예 시행조차 하지 않거나 5년 단위로 수립하는 지역교통안전기본계획에 일부를 반영할 뿐이다. 언론에서 법에 규정되어 있어도 도로관리청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크게 두들겨 맞아도 달라진 게 거의 없다.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예산의 부족과 인력의 한계 탓을 하며 지난 10년이란 세월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교통사고 원인조사를 시행하고 전문기관의 진단을 받아 시설개선이 필요하다면 특별교통안전진단 실시명령을 해야 하지만 기초지자체에 그러한 명령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특별도로안전진단도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된 지 오래다.

입법당시 개정 교통안전법이 정착될 단계에 이르러서는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교통안전체계가 정착될 것을 기대했지만 아직은 요원한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언급했기 때문에 경찰청의 교통운영과 단속업무를 자치경찰로 이관한다면 모를까 아직까지는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교통안전체계 구축은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자립도가 낮아 교통안전사업을 능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재정적인 여력이 미약하고 교통안전 담당 공무원의 순환보직 인사원칙 때문에 2~3년 사이 자리가 바뀌면서 업무파악조차 어려운 경우도 있다. 2017년 말 부득불 지자체 업무에 관하여 교통안전법을 일부 개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통안전점검은 교통행정기관(기초자자체 등) 고유의 업무영역이었지만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운수업체는 직접 국토교통부(한국교통안전공단 위탁)가 점검을 시행하고 소관 지자체가 처분을 한 후 이행확인을 받도록 했다. 어쩔 수 없이 단기적으로는 전국 단위의 지역 조직이 설치되어 있는 공공기관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전문성 부족 등의 문제점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교통안전 문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하려면 교통안전 전담조직이 설치되어야 하고, 교통안전 담당 직원은 순환보직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 국토교통부가 기초자치단체에 교통안전담당자를 지정토록 하고 교통안전 평가사업과 연계하여 지역교통안전기본계획의 추진 성과를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통안전 유관기관과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교통안전 정책의 실행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안전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교통시설특별회계법을 개정하여 도로계정의 세출에 도로의 안전관리와 안전의식 향상을 위한 교육 등에 필요한 경비로 쓸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 스스로도 소방안전교부세나 특별교부세 등을 교통안전사업비에 확대 반영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안전에 관한 역할과 기능을 정립하려면 소관 교통체계와 관련된 사고예방과 사후관리에 관한 책임은 내가 진다는 인식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객원논설위원-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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