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대중교통요금 현실화하고 반(半)이라도 환급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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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중교통요금 현실화하고 반(半)이라도 환급해주자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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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곤 교수의 교통人Sight]

[교통신문]약 25년 전 내가 근무했던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주차부족문제를 해결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그 시절 한국교통연구원은 대치동에 위치한 총 10층짜리 건물에 7∼10층 4개 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었다. 삼성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승용차로 출퇴근했고 동료 약 200명 중 약 50%가 승용차를 이용하고 있었다. 주차장이 점점 혼잡해짐에 따라 건물주가 주차비를 월 8만원에서 15만원으로 인상했다. 주차비 월 8만원은 복지 차원에서 연구원에서 일괄적으로 부담해주고 있었다. 재미있게도 월급에 ‘대중교통비 수당항목’이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동료에게는 별도의 지원은 없었다. 결국 주차비가 인상되지만 어차피 연구원에서 지원할 것이기 때문에 주차 대수가 줄어들 상황이 아니었다.

고민 끝에 최고 결정자가 모든 직원에게 월 10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주차할 사람은 월 5만원을 본인 부담으로 15만원을 주차비로 직접 지불하는 것이었다. 대중교통을 사용하던 동료는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지원이 생겨 매우 만족하게 됐다. 그런데 기적이 발생했다. 이렇게 시행하고 한 달이 지난 후 승용차로 출근하는 직원 중 약 30%가 승용차를 포기했다. 이는 개인이 5만원을 추가 부담하느니 차라리 5만원을 남길 수 있는 대중교통을 선택한 것이다. 그 시절에 한 달 대중교통비는 약 5만원이었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매우 흥미롭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한 달에 5만원의 요금변화로 출퇴근 교통수단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모든 교통요금 지원정책은 이용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이 맞는다고 확신하게 됏다. 소위 요금탄력성(요금 인상률에 대응되는 수요 감소율) 개념을 적절히 활용하는 교통정책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개념을 대중교통에 적용해보자.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해 도로혼잡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것은 모든 대도시의 핵심과제이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요금정책을 시행한다면 대중교통요금은 저렴할수록 좋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가 있겠는가. 운영원가보다 낮은 대중교통요금이라면 누군가는 대신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대중교통운영적자는 어떻게 지원되고 있는지 서울시 예를 들어보자. 서울시는 수도권 통합요금쳬계를 준수하고 있다. 수도권 통합요금체계는 10km까지 기본요금인 1250원이며 10km 초과 시에는 거리에 비례해 추가요금이 부가되는 통행거리비례제이다. 4회 환승까지 무료로서 총 5회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다. 서울버스, 경기도버스, 인천버스, 수도권 철도에 적용된다.

기본요금 1250원. 이 정도의 대중교통요금은 수송원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로 인해 대중교통운영자는 매년 운영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를 보전해 주기 위해 서울시의 경우 매년 약 3000억원을 버스회사에 지원을 하고 있다. 도시철도운영기관에게는 약 7000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니까 서울시만 대중교통운영 적자보전으로 매년 1조원을 대중교통운영기관에게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지자체가 대중교통운영기관에게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앞서 한국교통연구원의 주차요금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이용자에게 직접 지원이 되지 않고서는 교통요금정책은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대중교통운영기관 간 지원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예전에는 대중교통이용기록(영수증)이 없었기 때문에 이용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요즘은 대중교통이용자가 거의 모두 교통카드를 활용하고 있다. 대중교통이용자에게 직접 지원이 가능한 시스템이 완비됐다.

그러면 어느 수준으로 누가 대중교통이용자에게 직접 지원할 것인가?

우선, 대중교통운영기관이 이용자에게 안전을 고려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운영자립이 가능한 수준으로 대중교통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서울시 예를 들면 대중교통이용자 통행수가 일 년에 40억 통행 정도이다. 일 년 적자 분 1조원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통행 당 250원이 인상돼야 한다. 무료 환승을 감안해 약 350원을 인상하면 된다. 다시 말하면 10km 기본요금인 1250원을 1600원으로 인상하면 정부와 대중교통운영기관 간 운영적자 지원의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이제 대중교통이용자에게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생각해보자.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가급적 많이 지원해주는 것이 좋다. 350원 인상됐으니 최소한 350원 이상 지원이 돼야 한다. 그냥 통 크게 전부 지원해주면 좋겠으나 처음부터 그렇게 할 여력이 없다.

우선 반(半)만 지원해주자. 800원 정도. 그럼 누가 지원해줄 것인가? 근로자는 직원의 복지 차원에서 근로주가 지원하도록 입법화하자. 나머지는 정부에서 지원하면 된다.

근로주가 근로자의 대중교통요금 반(半)을 지원하면 정부는 현재 대중교통운영기관에게 지원하는 비용으로 비 근로자에게 대중교통요금 반(半)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중교통수요증가에 따른 수입증가, 현금이용자, 외국인, 관광객 등의 요금 인상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은 대중교통 이용자에게만 지원해주는 대중교통요금 환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대부분의 기관에서 모든 근로자에게 출퇴근 시내 대중교통요금을 전액(100%) 환급을 해준다. 쉽게 말해서 근로자의 경우 출퇴근 대중교통요금이 공짜이다. 이로 인해 동경의 출퇴근 시 대중교통수단 분담률(100명중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의 비율)은 92% 정도이다. 서울은 67% 정도이다. 얼마나 큰 차이인가.

이번 정부의 공약인 대중교통 이용자의 요금 인하와 일치하는 개념이다. 대중교통요금을 현실화하고 이중 반(半)이라도 이용자에게 직접 환급해주자. 대중교통요금을 현실화하면 대중교통운영자의 운영자립이 가능해진다. 그래야만 안전하고 쾌적한 대중교통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더 중요한 것은 운영자립이 되기 때문에 정부 또는 민간의 대중교통시설 투자를 촉진시킬 것이다, 대중교통활성화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객원논설위원=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대한교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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