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험정비협의회 구성에 관한 정비업계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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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험정비협의회 구성에 관한 정비업계의 대응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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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경(경기검사정비조합 이사장)

그동안 자동차정비업계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 제16조(정비요금에 대한 조사·연구) 공표제도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을 해왔다. 자동차 보험정비요금의 합리적 결정은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도록 하자는 것이 이유다.

그런데 업계의 요구대로 자배법 제16조 공표제가 폐지되기는 하나 이번에는 자배법 제15조의2(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가 신설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정해져야 하는 정비요금 결정에 또다사 제동이 걸렸다. 이 법은 오는 10월 8일부터 시행한다. 법에서는, 보험정비협의회 구성은 정비업계 5명, 공익인원 5명, 보험업계 5명의 총 15명이 자동차보험수리 정비요금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그동안 자동차 보험정비 요금체계의 변천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1989~1998년 보험정비요금은 10년 동안 정비업계를 대표하는 연합회와 보험업계를 대표하는 손해보험협회 간에 단체계약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1997년 4월 26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이 단체계약방식이 공정거래 관련 법률 위반이라는 지적과 함께 시정 명령을 받았다. 이후 보험정비요금은 개별 보험회사와 정비업체 간의 계약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원칙이 됐다. 그러나 이 ‘자율적 결정’이라는 원칙 때문에 이후 요금 결정과 관련한 보험업계와 정비업계 간의 분쟁이 심화됐다. 보험업계가 보험정비요금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맞서 정비업계는 2002년 5월에 대규모 궐기대회를 개최해 이를 사회 문제화함으로써  급기야 2003년 8월 21일 도종이 의원에 의해 자배법이 개정돼 자동차정비요금 공표제도가 신설됐다. 정부가 적정 요금을 조사·연구해 그 결과를 공표한다는 골자였다. 그러나 당시 재경부, 금감위, 공정위 등에서는 이 제도가 시장원리에 의한 가격 결정을 저해하고 물가 상승의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놨지만 당시 건설교통부는 ‘공표는 2005년 한해 시행하되 공표제도 폐지를 포함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면서 2005년 6월 17일 자동차보험 정비요금을 공표했다.

그런데 건설교통부는 2005년 공표 이후 국토교통부로 명칭이 바뀌고 지금까지 2010년과 2018년 현실과 동떨어진 보험정비요금을 공표를 하고 나서 2020년 4월 7일 15년 만에 공표제도를 폐지했지만, 대체 법안으로 지난 4월 7일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신설한 것이다. 2018년 수도권 정비업체를 배제한 채 수많은 차종 중에 6개 차종에 대한 실측자료만으로 보험정비요금을 공표했으며, 정비업체 스스로 족쇄를 채운 등급제에 의해 그동안 보험정비요금을 공표금액보다 높게 받던 일부 업체의 요금이 삭감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보험정비협의회는 정비업계 5명, 공익인원 5명, 보험업계 5명 총 15명이 적정 보험정비요금을 결정하게 되나 난항이 예상된다. 2005년과 2010년 연구결과 적정요금을 그대로 공표하지 않고 턱없이 낮춰 공표한 것을 볼 수 있듯이 협의회가 구성, 운영된다고 했을 때 정비업계 대표 5명이 아무리 유능하다 한들 공익, 보험업계 대표 10명을 상대하기가 만만치가 않을 것이다. 보험업계는 자사 이익을 위한 손해율 줄이는데 매진할 것이며 공익인원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염려할 것이다.

반면 대기업이라는 우월적 지위에 있는 보험업계는 정비업계가 제시하는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독주하려 할 것이 불 보듯 뻔해 정비업계의 준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2005년 공표한 보험정비요금이 5년간 동결되고 2010년 공표 후 8년간 보험정비요금은 동결됐다. 물가는 매년 2~3% 인상되는데 정비업계는 매년 적자운영이라는 점을 공익대표와 보험업계가 자료를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보험사들은 수요 독과점적 시장지배 구도 하에서 암묵적 담합 내지 병행적 요금 설정이 가능하므로, 6500여개의 중소 정비사업자는 개별적으로 시간당 공임이나 차종별 표준작업시간 책정 등 정비원가를 산출해내는 능력과 효과적인 수가 교섭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한 전문 연구기관을 선정, 자율성이 보장되는 연구를 의뢰하는 것이 필수요건이며, 이를 통해 매년 인상 폭을 정해야 한다.

아울러 정비업계 대표로 보험정비협의회에 참여하는 인원은 보험사와 이해관계가 없어야 할 것이다. 정비업계의 협상력을 높여야 하는 전략과 소비자가 원하는 정비공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보험사가 물량을 안내해 주는 정비공장들은 자신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거나 이미 연 단위로 공임률에 대해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보험회사의 의지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이러한 구조와 사고 현장의 알선료 관행이 근절돼 부당 수리를 야기하는 원인을 제거하고 보험사 제공 AOS 프로그램의 의존도에서 벗어나서 다원화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면서 보험업계와 대등한 입장에서 정비요금을 결정 할 수 있는 구조가 정착되고 소비자가 주관을 갖고 정비공장을 선택하는 체계를 만들게 되면 정비업계와 보험업계가 정비요금을 협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즉,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보험정비시장 운영과 보험정비요금 산정의 객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비사업자의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것이 업계의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정비업계를 대표하는 5명을 지역 조합의 이사장들만 참여하겠다고 고집하면 안 되는 이유이며, 정비업계를 바로 알고 보험정비협의회 운영 규정을 제대로 만들어 낼 때 업계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행으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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