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요금정책,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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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요금정책, 근본적인 변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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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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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훈 박사의 도시교통_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대중교통 정책에서 요금이 정책적 수단으로 대두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전쟁 종전 후 구축되기 시작한 대중교통체계는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빠르게 정비됐다. 이 과정에서 대중교통 정책의 핵심은 승차난 해결이었고 이를 위한 대중교통의 공급 확충과 운영관리가 주류를 이뤘다.

대중교통 요금은 소비자 물가 차원에서 결정되는 것이 관례로 돼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도 소비자 물가는 중요한 결정 요소로 작용되고 있다. 

대중교통 정책에서 요금이 정책적 요인으로 등장한 것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추진된 대중교통체계 개편에서였다. 전체 7개로 구성된 개편 프로그램에서 가장 획기적 방안으로 부각된 것이 바로 대중교통 환승 무료 정책이었다. 

이전까지는 대중교통을 갈아탈 때마다 매번 요금을 지불해야 했지만 대중교통체계 개편으로 버스나 지하철을 탈 경우 5번까지는 환승 횟수와 관계없이 총 이용 거리에 따른 요금만을 부과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대중교통 환승무료 요금정책은 전국적인 정책이 됐다. 하지만 대중교통 환승무료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 이용률 자체는 큰 변화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중교통 요금 정책의 변혁이 필요한 배경에는 첫째, 막다른 곳에까지 다다른 대중교통 운영기관의 경영적자 문제다. 

그동안 서울시 교통공사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중교통 운영기관은 매년 운영적자가 발생했고 적자를 시 예산에서 보조금으로 충당하는 체계로 운영돼왔다. 특히 버스 운영을 준공영화하면서 시내버스 준공영제 유지를 위한 보조금이 매년 발생하고 있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대중교통 운영적자의 이면에는 65세 이상 승객의 무임승차와 고령화 추세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한 운송 승객 급감에 따른 운영수입 감소는 경영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급기야 서울교통공사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73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발행하기에 이르렀다. 오랜 기간 지속돼온 운영기관의 경영적자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둘째는, 대중교통 요금이 더이상 원가나 물가 개념 차원이 아닌 기본권이나 복지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교통복지라는 용어를 종종 접할 수 있다. 시작은 교통약자의 교통기본권 차원에서 언급되기 시작했으나 100원 택시, 100원 버스가 등장하면서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고 연간 이용객 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물론 교통취약지역이 주 대상이지만 지자체의 지원과 이용자의 최소한의 비용 부담이 이뤄낸 대중교통 이용증진 정책임에는 틀림없다.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어느 정도 포화에 이른 현시점에서 기존 대중교통 인프라의 이용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제2의 사회간접자본 투자의 관점에서 대도시권 대중교통 운영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셋째는 코로나 사태에서 보았듯이 개인교통수단의 선호가 빠르게 늘어나고 이로 인한 교통정체 만연이 기존의 대기오염을 더욱 악화시키는 환경문제 때문이다.

이미 서울시는 미세먼지저감 비상대책으로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를 실시하고 이를 위해 150억원이라는 예산을 집행한 경험이 있다.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대중교통을 무료화하는 정책은 이미 외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제는 재원이다. 현재와 같이 일회 탑승 비용으로 운영되는 체계에서는 전면 무료화에 따른 운영 손실 규모가 클 수밖에 없다. 그것도 미세먼지 비상절감 조치가 시행되는 날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기오염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을 도시의 기본교통으로 자리매김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대중교통 요금정책을 도구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러한 대중교통 요금정책 변혁의 배경하에서 필자는 구현방안의 하나로 ‘대중교통 연간이용패스’를 제안하고 싶다. 정기권의 개념으로 모든 대중교통을 연간이용패스만 있으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정기권 도입에 따른 검토가 있었지만 검표 등 운영상의 문제로 도입이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대중교통요금정책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대중교통 연간이용패스와 같은 보다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변화를 바라고 있다.

대중교통 연간이용패스를 도입하면 패스를 구입해 소지한 사람은 대중교통이용을 우선시할 것이고 승용차 이용은 주저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적정 목표 수준의 패스를 발급하는 것인데 지자체와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요구된다. 대중교통을 도시의 기본교통체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보조금 지원체계를 통해 지원을 해야 한다. 고령자도 무임승차보다는 최소한의 본인 부담금을 책정하고 청소년도 같은 수준으로 지원해야 한다. 일반시민에게도 일정 수준의 기본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기업체에서는 모든 직원들에게 대중교통 연간이용패스를 구입 지원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세제상의 혜택으로 뒷받침 할 수 있다.

반대로 대중교통 연간이용패스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일회 이용요금을 대폭 인상시켜서 연간이용패스의 구매 매력을 높여야 한다. 

대중교통 연간이용패스가 주 1~2회만 사용해도 이득이 되는 수준으로 구입가격이 책정되고 보급율이 목표 수준에 이르게 되면 대중교통 운영기관은 안정적인 운임수입 원천을 가지고 경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행히 스마트 교통카드 보급률이 100%에 가까워서 카드에 내장된 IC칩에 프로그램 변경만으로도 도입에 따른 제반 문제와 대안들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 연간이용패스의 도입은 대중교통이 도시의 기본교통체계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는 것인 만큼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한 차원이 다른 노력도 함께 경주돼야 한다. 차량의 고급화는 물론 혼잡도를 개선하고 이용시설의 쾌적화와 환승편의 시설의 개량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대중교통 연간이용패스는 대중교통 요금정책 구현을 위한 하나의 대안이다. 대중교통 연간이용패스 이외에도 시대적 변혁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대중교통 요금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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