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캠페인] 전방주시 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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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캠페인] 전방주시 태만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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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교차로 근처에서 신호를 받기 위해 서행하던 버스가 갑자기 멈춰서던 소형 화물차와 옆 차선의 승용차 옆부분을 충격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옆 차선 차량 충격은 앞차인 화물차와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급히 핸들을 돌려 발생한 것이었다.

버스 입장에서 이 사고는 갑자기 속도를 줄인 주변의 차들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고 버스 운전자가 조금 더 전방의 상황에 집중해 주의운전을 했다면 사고는 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정리된다.

즉, 화물차와 승용차는 전방의 차들이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 상황임을 확인하고 당연히 속도를 줄였지만, 버스는 이들 차량보다 2~3초 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속도를 줄였으나 앞서 속도를 줄이던 화물차와 승용차를 미처 피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였다. 그나마 사고 피해가 경미해 원만히 합의가 이뤄졌다.

사고 당시의 버스 운행속도는 시속 49㎞로 그다지 높지 않았지만, 앞차와의 위험 인지 시간 차이인 2~3초 동안 버스는 대략 30m 가량 전방의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달린 결과 사고를 유발했던 것이다.

 

잠시 ‘어~어~’ 하다가 사고 못 피해

 

체력 약한 운전자·야간에 발생하기 쉬워

정신력·체력·마음가짐·긴장감 모두 필요

스스로 평상심 유지·제어하는 습관 중요

 

시속 49㎞로 운행하는 자동차는 1초에 대략 13.5m를 달리므로, 2~3초라면 27~40m를 달린다는 계산이므로 급히 브레이크를 밟는다 해도 10~20m 이내의 물체를 충격할 수밖에 없는 것은 상식이다.

버스 운전자가 앞차를 발견하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와, 2~3초 후 브레이크를 밟았을 대의 차이는 극명하게 달라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던 사고였다.

운전은 운전자가 자동차를 조작함으로써 이뤄진다. 운전자의 자동차 조작은 운전자의 숙련된 운전능력을 기본으로 하되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는 100% 운전자의 시선에 들어오는 정보에 의존한다.

출발하고 속도를 높이며 멈춰서고, 다시 출발하고 속도를 줄이며 차선을 옮기는 등 모든 운전행위는 운전자의 시각정보를 바탕으로 운전자가 자동차를 조작함으로써 이뤄지는 것이다.

이 때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아서 확인하게 되는 시야가 흐려지거나 가려진다면 운전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운전자의 시야를 정확히, 명확하게 확보토록 하는 것은 운전에 있어 가장 초보적이자 절대적인 조건이다.

야간에 어두워진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가 밝은 대낮보다 더욱 전방 주시에 유의하는 것은 당연히 시야가 어두워져 사물에 대한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눈이나 비가 올 때, 안개나 황사가 심할 때도 마찬가지로 운전자의 전방 시야가 흐려진 상황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운전자가 전방의 상황에 대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부산하게 다른 행위를 하면서 진행방향 전방의 주시를 태만히 한다면 자동차가 정상적으로 운행할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운전 중 DMB시청을 금지하는 것이나 휴대폰 문자메시지 송수신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것도 다 같은 이유로 운전자의 전방주시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적지 않은 운전자들이 전방주시에 충실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어 교통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운전경력이 짧은 운전자보다 경력운전자에게 더 많이,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교통현장을 지키는 경찰의 지적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운전기술이 다른 이들보다 우수하고 운전에 이력이 붙어 웬만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안전을 지킬 수 있다는 빗나간 자만심이 원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업용자동차 운전자 가운데도 그런 유형의 운전자가 적지 않다고 한다. 실제 교통사고의 법규위반별 분포에서 법규상 위반행위가 아닌 전방주시 태만으로 간주될 만한 사고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예를 들어, 중앙선 침범의 경우만 해도 운전자가 스스로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로로 차체를 옮겨 갈 만한 상황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더러 발생하는 버스의 중앙선 침범사고는 운전자가 방심하는 등 전방주시에 소홀해 부주의로 중앙선을 침범하는 일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신호위반이나 안전운전불이행 등도 결과적으로 운전자의 부주의, 즉 전방주시에 불성실했기 때문에 빚어지는 사고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운전자의 전방주시 태만은 어떤 경우에 나타날까. 개인의 체력이나 성격, 운전습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체로 운전자의 피로가 1차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운전피로는 집중력 부족, 시력 저하 등을 초래하는 심각한 현상이다. 이는 체력적인 문제와 정신적인 문제 모두가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보통 높은 노동 강도로 인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특히 50대 이후 연령이 높아질수록 체력적 부담이 커져 운전 피로가 쌓이기 쉽고 이 때문에 사고 위험에 놓일 가능성도 높아진다. 즉 고연령층 운전자일수록 전방주시 태만에 의한 사고 발생 비율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운전 피로는 운전자의 집중력 저하, 시각적 불안정성, 전방의 위험상황을 늦게 발견하거나 발견하고도 대처에 시간이 경과하는 점 등 사고 원인으로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운전 피로는 전방주시 태만으로 이어지기 쉽고, 이는 곧 사고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전방주시 태만은 운전자의 운전습관에 의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나치게 승객의 동작에 예민하거나 승객과의 대화 시도 등은 운전자의 전방 주시를 위한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전방주시 태만에 의한 버스 교통사고를 예방할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는 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운전자의 집중력에 필요한 요건으로 크게 정신력과 체력, 차분한 마음가짐을 꼽고 있다. 아무리 운전기술이 탁월하고 경력이 우수해도 ‘집중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미흡하다면, 그리하여 운전 중 승객과 잡담을 한다거나 개인 소지품을 자주 만지작거리는 등 주의가 산만한 운전자라면 집중력 부족으로 인한 전방주시 태만과 이로 인한 교통사고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집중력이 높고 운전기술이 좋은 운전자라 해도 계속 근무시간이 길어져 체력이 현저히 저하된 경우이거나, 승무 전날 과음이나 시간 외 활동 등으로 체력 소모가 심할 때, 감기몸살 등의 건강 이상 시에도 신체조건은 비정상적이어서 집중력이 저하되기 쉽고 이 때문에 전방주시 의무에도 소홀하기 쉬워 사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안전운전에 대한 마음가짐은 무엇보다 강조되는 덕목이다. 운전기술도 좋고 정신력과 체력이 우수한 운전자라 해도 스스로 자만하면 마음가짐이 느슨해져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외부환경에 철저히 대응하는 일에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 경우 자칫 운행과정에서 외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해 흥분하기 쉽고 감정 조절이 용이하지 않아 뜻밖의 위험상황을 초래할 수 있으며, 운행속도의 증감이 두드러지는 등 또다른 교통안전 불안요인이 나타나기 쉽다.

따라서 운전자는 결코 평상심을 잃어서는 안되며, 안전운전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실천력으로 스스로를 제어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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